보은성 인사로‘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어 채용비리, 특정업체 특혜 시비 등을 초래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와
전문성이나 책임감이 없이 다른 자리로 갈아타기 위한 코드 인사라면 오히려 조직을 후퇴시킬 공산 커

[칼럼]
최승영 (국립 목포대 경영행정대학원 원장)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영웅’으로 평가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정치적 셈법이 빠른 선출직 지도자 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관료의 리더십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으로 위기가 고조될 때에도 정은경 본부장은 차분한 태도로 객관적이면서도 상세한 정보를 담담하게 전달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그가 성급한 낙관론에 기대지 않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갖게 됐다. 물론 이 과정에서 코로나19를 조기에 발견하고 발 빠르게 추적해 조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대한민국의 앞선 ICT 기술이 뒷받침되었음에는 부인할 수 없다.
코로나19 시대가 우리 사회에 환기시켜준 것 중에 하나는 ‘전문성을 갖춘 공직자의 중요성’이다.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인사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감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했다.
그동안 공공기관 감사를 임명 때마다 ‘보은성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공정하게 임명되도록 자격 기준을 명시했다. 실제로 보은성 인사로‘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어 채용비리, 특정업체 특혜 시비 등을 초래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이로 인해 기관마다 방만 경영, 인사권의 오남용 논란에 휩싸여 공공기관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석인 공공기관장에 보은적 성격이 짙은 코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공단, 한국국토정보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규모가 큰 공공기관장들 가운데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표를 던졌거나 갑작스레 해임되면서 후임 인선이 늦어져 행정 불신에 대한 지적도 잇따른다. 그러나 한국 정치 현실에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이를 이행할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코드 인사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따라서 낙하산 인사가 불가피하다면 그 인사가 얼마나 역량을 갖췄느냐를 공론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 전문성이나 책임감이 없이 다른 자리로 갈아타기 위한 코드 인사라면 오히려 조직을 후퇴시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특수한 업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의 경우 해당기관 업무와 유관한 경력,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기용하게 되면 조직 안정화는 물론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육체적·정신적 노동이 로봇과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사람을 쓰고 인재를 기용하는 용인(用人)은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국가든 기업이든 능력 있는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탕평 인사는 만사(萬事)의 시작이 된다. 특히 정부의 역할이 대국민 서비스로 탈바꿈하면서 국가의 위상은 물론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고위 공직자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해당 분야에서 검증된 전문성이다. 정치색에 구애받지 않고 국가 발전에 집중해 제 할 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을 운영해본 적 없는 사람이 고위직을 맡았을 때의 폐해처럼 그에 부합하는 리더십, 도덕성도 중요한 잣대다.
한때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쓴 저서‘정의란 무엇인가’가 열풍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질문을 지금의 대한민국 공공기관의 현실에 비춰 정의한다면 어떤 대안을 얻을 수 있을까. ‘전문가 인사 확대로 공공기관을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또 다른 해결책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이 ‘혁신도시 시즌 2’를 맞아 새로운 지역 성장의 거점으로 거듭나려면 지역사회와 공동운명체 의식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전문성 인사가 이뤄지게 된다면 혁신도시 공공기관이 지역의 혁신성장을 유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전문가 인사’의 필요성에 대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정책 의지를 갖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해주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