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동 칼럼]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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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동 칼럼]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 편집국
  • 승인 2020.06.0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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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동 목사
장경동 목사

제가 생각하기에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이유는 감정 표현을 잘하기 때문입니다.

40대가 넘은 여자들은 그냥 벌떡 일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어깨야" 매일 아프다고 해도 남자보다 보통 10년을 더 삽니다.

감정 표현을 잘하는 것은 건강에 굉장히 좋습니다. 웃기면 함께 웃고 슬프면 함께 우십시오.

남자의 수명이 여자보다 짧은 이유 중 또 다른 한 가지는, 아주 중요한 때에 남자가 여자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저는 결혼 당시 실습 전도사로 사역하면서 자정 전에 집에 들어간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일을 하다 새벽 1, 2시에 집에 들어갔고 아내는 그때까지 안 자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걱정되었던 저는 일찍 자라고 다독거렸습니다. 그러면 아내는 "당신이 들어오기 전에는 안 잘 거예요. 2시가 넘어도 기다릴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아내가 임신하고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랬더니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아기와 씨름하다 보니 피곤해서 방문을 열고 들어가도 세상모르고 자는 것입니다.

저는 그때 사랑이 남편에게서 자식에게로 넘어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남편을 쳐다보고 웃는 시간보다 자식을 쳐다보고 웃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것입니다. 아기가 크면서 남편도 아내를 쳐다보고 웃는 시간보다 일에 파묻혀서 웃는 시간이 더 많아집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서로 굉장히 사랑했습니다. 마음이 온통 아내에게 다 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던 남녀가 결혼하고 아기를 낳으면 남자는 일에, 여자는 자식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사라진 채 껍데기의 만남으로 살아가는 것이 30대 후반, 40대 초반입니다.

그런데 남편에게 실망한 것보다 몇 배 더 실망하는 때가 오는데, 바로 심혈을 기울였던 자식에게 실망할 때입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자식이 실망시킬 때 여자의 마음은 남편에게로 돌아갑니다.

정성을 쏟아 키운 자식이 어머니가 아파서 누워 있어도 신경도 안 쓰고 "내가 뭐라고 그랬어요? 때맞춰 식사 잘 하시라 그랬잖아요. 집에 있지 말고 병원에 가 보세요"라고 속에서 천불 나는 소리만 해 댑니다. 그동안 먹을 것도 못 먹고 키운 것에 대한 배신감이 밀려옵니다.

그래도 남편은 아프다고 하니까 벌떡 일어나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 와서는 먹어 보라고 합니다. 조금 더 지나면 자식은 소용없습니다. 남편이 최고입니다.

문제는 30, 40대에 자식을 키우느라고 남편을 돌보지 못했고, 남편이 평생을 해로하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입니다. 여자는 스스로 건강을 잘 지키는데, 남자는 여자가 돌봐 주지 않으면 무너져 버립니다.

죽고 나면 백날 후회해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지금 보기 싫은 남편이 영원히 보기 싫은 것이 아닙니다. 또 예뻐질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자식에게 빠져서, 사업에 빠져서 미운 것뿐입니다.

지금 부부 사이가 안 좋아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아름다웠던 지난 추억처럼 남편이 좋아질 때가 옵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그것을 깨닫지 못하면 함께할 시간은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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