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와 우뭇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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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와 우뭇가사리
  • 고기봉 기자
  • 승인 2020.05.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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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의 수입의 절반은 우뭇가사리..
24절기중 소만에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서방파제에서 청정제주 바다에서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햇살과 바람에 말리며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사진_고기봉 기자)
24절기중 소만에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서방파제에서 청정제주 바다에서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햇살과 바람에 말리며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사진_고기봉 기자)

[시사매거진/제주=고기봉 기자] 5월부터 8월까지 제주지역 해안도로 곳곳에서 검붉은 색 해초를 말리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납작한 실 모양으로 깃털처럼 가지를 많이 내 다발을 이룬 해초가 바닥에 널려있는 모습은 초 여름철 제주 해안도로를 가봤다면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풍경이다.

이 시기 햇볕을 쐬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짝 말라가는 해초는 십중팔구 제철을 맞은 '우뭇가사리'다.

우뭇가사리는 여름철 임금도 즐겨 먹던 음식 가운데 하나인 한천의 원료로 쓰이는 해초다.

우뭇가사리 등 해조류의 경우 2∼3년 간격으로 해 갈이를 해 연도별로 물량이 크게 늘었다 줄었다 하지만 제주는 매해 전국 우뭇가사리 생산량 중 90%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우뭇가사리는 대부분 일본과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특히 제주의 동쪽 바다에서 생산되는 우뭇가사리는 한천 생산량과 소비량 1위를 차지하는 일본에서도 인정하는 1등급 품질을 자랑한다.

우뭇가사리를 빵빵하게 담은 한 망사리는 20∼30만원을 호가해 제주 해녀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뭇가사리가 제철을 맞은 5~8월은 제주 해녀가 가장 바쁠 때 중 하나다.

각 어촌계는 이 시기 일정한 기간을 정해놓고 우뭇가사리를 채취한다.

제주 해녀가 1년 소득의 절반가량을 우뭇가사리로 버는 만큼, 우뭇가사리 작업을 할 때는 채취 경쟁이 치열해진다.

밭은 경계가 있지만, 바다는 그렇지 않아 먼저 채취하는 사람이 임자다.

해녀들이 우뭇가사리 작업을 하러 바다로 향하는 해녀들 모습(사진_고기봉 기자)
해녀들이 우뭇가사리 작업을 하러 바다로 향하는 해녀들 모습(사진_고기봉 기자)

우뭇가사리 철이 돌아오면 해녀는 온 가족을 대동해 바다로 나간다.

해녀가 우뭇가사리를 채취해 망사리에 가득 채워 뭍으로 끌고 오면 집안 남자는 경운기나 트럭을 대동하고 있다가 물을 잔뜩 먹은 망사리는 무거워 잠시 갯바위에 두어 물이 빠지면 두 명이 들어 트럭에 싣고 가 집 마당이나 공터에 널어놓는다.

해녀가 망사리를 밀어 왔는데 남편이 늦게 마중하면 숨을 참고 있던 해녀에게 호통을 들어야 한다.

우미 마중을 할 남편이 없을 경우 다른 남자가 일정한 대가를 받고 망사리를 받아준다. 대가를 받지 않기도 하는데 그 집 밭일을 해주며 품앗이 한다.

제주에서는 우뭇가사리 작업으로 신경이 곤두선 해녀의 비위를 거스르지 말라는 뜻으로, '봄 잠녀(해녀)는 건들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뭇가사리는 무침을 하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는 등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음식 재료지만 주로 가공해 섭취한다.

구좌읍 하도리 해녀들이 바다에서 우뭇가사리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_고기봉 기자)
구좌읍 하도리 해녀들이 바다에서 우뭇가사리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_고기봉 기자)

우뭇가사리를 끓인 후 식혀 굳힌 한천이 그것이다.

한천은 제주에서는 '우미, 다른 지역에서는 '우무', '우무묵' 등으로 불린다.

한편 검붉은 우뭇가사리가 어떻게 우윳빛 반투명한 우무로 바뀌는 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우뭇가사리를 맹물에 씻어 소금기를 빼내고, 원래의 붉은색 대신 하얗게 바뀔 때까지 햇볕을 쬔다.

이를 쇠솥에 넣어 눅진눅진해질 때까지 삶거나 주머니에 넣고 짜낸 뒤 그 즙을 냉각시키면 우무가 된다. 우무를 얼렸다 녹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불순물을 제거해 건조시킨 것이 한천이다.

한천은 청정해역에서 자란 우뭇가사리를 채취해 삶아 끓이는 자숙과정을 거쳐 짜낸 우무를 자연 상태에서 얼리고 해동시켜 말리기를 반복해서 완성된다. 탱글탱글한 식감으로 양갱이나 젤리 등을 만들 때 사용된다.

우뭇가사리로 만든 한천은 포만감을 주면서 칼로리는 낮고 식이섬유는 풍부해 인기를 얻고 있다.

한천은 냉채와 무침 등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한천은 여름철 임금도 즐겨 먹던 음식 중 하나다.

제주에서는 냉수에 간장과 식초로 간을 맞춘 냉국에 한천을 넣어 먹어 여름철 입맛을 잡기도 한다.

고소한 미숫가루에 버무린 한천 또한 별미다.

우뭇가사리는 음식 재료 외에 해양 미생물을 배양하는 데도 이용돼 부가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치매 치료제 등 의약품, 화장품, 활성탄 대체재 등 다양한 산업 소재로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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