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64호=최지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하여 전세계적으로 경제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의 경제 위협은 현실이 되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이 현실화 되면서 글로벌 주식 시장이 폭락하고 암호화폐 애호가들에게는 안전자산이라 믿었던 비트코인 마저 급락하면서,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암호화폐 비트코인(Bitcoin) 가격이 6,400달러를 돌파하며 50% 이상 반등해 천만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열흘만에 40% 이상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보던 사람들에게 회의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하여 전세계 경제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의 경제 위협은 현실이 되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이 현실화 되면서 글로벌 주식 시장과 금값이 폭락하고,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안전자산으로 믿음을 주던 비트코인 마저 급락하자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블룸버그는 "금융시장 대학살 속에서 가상화폐도 피난처가 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에 직격타 맞은 비트코인
그동안 비트코인은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거나 전쟁 위기가 고조될 때 자금 피난처 역할을 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비트코인 가격은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가격이 오르는 등 기존 금융시장과 반대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에 금융위기를 맞으면 대안 투자처로 각광받을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 초 개당 720만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이란 갈등이 격화되고 중국에서 우한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하자, 1만달러(약 1242만원)를 돌파했다. 작년 미·중 무역 분쟁,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홍콩 민주화 운동 등 세계정세가 급변할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라갔다.
특히 올해 5월엔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대형 호재라고 불리는 4년마다 돌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채굴량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것)'가 있어, 올해 비트코인 가격은 역대 최고점을 돌파할 것이라 예측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직격타를 맞으며 실제로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실물경제가 직격탄을 맞자 비트코인도 피해가지 못했다. 상황 자체가 '패닉셀(공포 투매)'로 바뀐 것이다. 투자자들이 주식과 비트코인 가릴 것 없이 자산을 몽땅 현금화하고 있아. 비트코인의 가격은 작년 4월 수준까지 하락했다. 미국 증시보다 더 큰 낙폭이다.
이에 코로나19 국면에선 그동안과 다른 움직임을 보인 탓에 관련 업계가 힘을 실어온 암호화폐의 ‘비트코인은 금융위기 대안투자처가 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다’라는 주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 9일 미국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의 최고경영자인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 또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런 환경에서 비트코인 급락을 보니 놀랍다. 당연히 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줄 알았다"고 밝혔다.
‘디지털 금’이라 불리던 비트코인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암호화폐의 시초이자 대표 격인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며 안전자산으로 부르며 취급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 초 통화가치 하락, 인종갈등, 전쟁 등에 대비해 금의 안전자산 성격을 재발견 한 것처럼, 비트코인도 그러한 요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비록 비트코인은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미래의 자산이며, 일부 국가나 정부가 혼란을 일으켜도 금과 비트코인은 공히 공급량 등 특성 탓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비트코인이 탄생하고 점점 가치가 올라가면서 위의 주장에 보탬이 되었다.
실제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증시와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며 안전자산론을 강화해왔다. 암호화폐 데이터 업체인 디지털애셋데이터 자료를 보면, 연간 2배가량 상승한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은 미 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반비례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에스앤피500 지수가 떨어지고, 에스앤피500 지수가 오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이번에 완전히 뒤집혔다. 안전자산이라 불리던 비트코인이 주식보다 더 크게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지난 2월 중순까지도 천만원을 웃돌던 비트코인이 코로나19가 심화되기 시작하자 지난 3월 540만원까지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비트코인의 열흘 전 고점 대비 최대 50%가량 폭락한 것이다.
이는 기존 금융자산 이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그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한 대안으로 암호화폐 시장으로 자산이 유입되며 시세가 오르던 추세와 정반대 상황을 맞이 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변동성의 위험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급락하는 비트코인으로부터 어떠한 ‘안전’도 제공받지 못한 것이다.
이런 현실 탓에 비트코인은 애초부터 안전자산이 아니었다는 견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회의론자들,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 아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미국 뉴욕대학교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보다 더 큰 낙폭을 보이며 떨어지고 있다”라며, “이는 비트코인이 리스크 회피 자산이나 안전 자산이 아니라는 또 다른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JP모건 소속 시장전략가(strategist) 존 노먼드(John Normand)은 "암호화폐는 자금 조달 수단이라는 국한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기타 투자자산이 급락할 때도 가치 상승이 어렵다. 그렇다고 핵심 방어 자산(core defensive assets)이 되기엔 유동성이 부족하다"며 "개념적인 측면에서 암호화폐는 전통 투자자산이 하락할 때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팀 쿨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코로나 19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과 금의 동조화 흐름이 현저하게 약해졌다고 주장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과 금 가격의 상관관계 지수는 -0.22까지 하락, 반비례 관계로 접어들었다.
이같은 추세는 기관 투자자들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주목받던 것과 달리, 코로나19 사태에서 비트코인은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 긍정론자들, ‘비트코인≠안전자산’ 단언하기는 일러..
하지만 비트코인 긍정론 아직 존재한다. 이들은 전통적 안전 자산인 금값도 연일 떨어지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 하락세는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의 지위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의 테일러 윙클보스 공동 창업자는 15일 트위터에 "비트코인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위험 회피 수단이 아니라 법정화폐 체제에 대한 위험 회피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는 비트코인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기존 화폐의 대안 개념으로 등장한 것처럼,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화폐를 마구 찍어낼 때 국적이 없고 통화량이 한정된 비트코인이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5월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말한다. 4년에 한번씩 반감기가 오는데, 이번이 3번째 반감기 이다.
비트코인은 과거 두 차례 반감기 때 가격이 올랐다. 2012년 11월 첫 번째 반감기 때 비트코인은 이듬해인 2013년 12달러에서 1100달러대로 폭등했다. 두 번째 반감기(2016년 7월) 이후에도 상승세였다. 660달러에서 2017년 말 1만9000달러까지 폭등한 바 있다.
결국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다, 아니다’에 대한 논의의 결과에 대해서는 한동안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안전자산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