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강만수 장관으로 대표되는 국정실패 책임자에 대한 교체 불가 천명은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으로 오만과 독선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대통령이 개각에 대해 부정적 언급을 했지만, 연말연초에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 일정 범위의 내각 교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여권 안팎에서도 청와대측이 내년 초 개각은 부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MB정부 출범 1주년이 되는 내년 2월께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행안부 “당청 장관평가 설문조사 진행 중”
여권 안팎과 청와대 일부에서는 내년 집권 2년차를 맞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연초 개각 등을 통한 국정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확보해 제대로 일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새 진용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총리실이 장ㆍ차관 등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다각적 업무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최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도 일부 여당 의원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대상으로 장관급 인사의 직무평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행안부는 외국계 컨설턴트 회사인 ‘왓슨 와이어트’ 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한나라당 의원과 청와대 수석들에게 장관급 인사들의 정책수행 능력, 조직 장악력, 국회와의 관계 등에 대해 질의·답변 방식으로 평가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지난 11월 21일 전해졌다. 정부가 의원들을 상대로 한 장관 평가 설문조사는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0월 14일부터 시작된 이번 조사는 기관장을 직접 만나 업무를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회의원과 청와대 수석, 부처 소속 직원 등 주변 인물들에게 개별 인터뷰나 설문조사지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장·차관급 인사들의 정책수행 능력, 조직 장악력, 대(對)국회 관계 등에 대해 질의하고 답변을 받는 방식으로 12월말까지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행안부의 이번 연구용역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계속 실시하던 것으로, 기관장이 해당 직위에서 원활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개각과 관련된 장관 평가는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행안부의 연구용역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계속 실시하던 것으로, 기관장이 해당 직위에서 원활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왓슨 와이어트가 기관장 직무 역량 향상 방안 프로그램 차원에서 국회의원들과도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안다”며 “직무가이드에 반영하기 위한 조사지만 인터뷰 결과를 장관 평가에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내부에서는 내년 집권 2년차를 맞는 이 대통령으로선 연초 개각 등을 통한 국정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내년은 이 대통령이 국정과제와 핵심 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가장 중요한 해”라며 “현 내각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겠느냐는 것이 청와대 기류”라고 말했다.
내년 2월 중폭개각설 무게 실리나
청와대측의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는 일관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내년 2월 개각에 대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폭 개각을 점치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당·정·청 내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인 내년 2월께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이에 따라 실무 차원에서 장관급 직무평가, 인사검증 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각의 시기 및 폭과 관련, “현재로선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신임 장관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는 스케줄이 유력하다”면서 “이럴 경우 중폭 이상의 개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지금은 개각보다 경제난국 극복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면서도 “연말 개혁법안 및 예산안 처리 등의 정치 일정이 마무리되면 개각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최근 여당 초선의원들 위주로 소그룹을 구성해 자주 식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정 실장과 식사를 한 초선의원은 “상견례성 자리라고는 했지만 ‘인재를 널리 찾아 등용해야 한다’는 건의를 했다”고 말했다.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도 거의 매일 여당 의원들을 상임위별로 나눠 만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52%, “연말연초 개각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해외언론들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연말연초 개각은 없다’며 개각설을 전면 부인한 것과 관련, 국민 2명 중 1명 이상이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1월 17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ARS방식, 95% 신뢰수준에 ±3.1%p)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반면, 이 대통령 발언에 ‘공감한다’는 의견은 2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6.2%는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골수 지지층만이 이 대통령 발언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외국 순방길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조사된 국정운영 지지도는 지난 주 조사(25.1%)보다 소폭 떨어진 24.5%로 나타났다.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4.5%로 지난 주(56.8%)보다 2.3%포인트 낮아졌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층에서 ‘공감한다’는 의견이 월등히 높았으며 부정평가층에서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월등히 높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이 대통령 주요 지역기반인 TK와 PK지역에서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개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폭넓게 형성돼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KSOI는 “강만수 장관으로 대표되는 국정실패 책임자에 대한 교체 불가 천명은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으로 오만과 독선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대통령이 개각에 대해 부정적 언급을 했지만, 연말연초에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 일정 범위의 내각 교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KSOI는 “개각 폭에 있어, 문제 장관들만 교체할지 아니면 대폭적인 규모로 할지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일 잘하면 前정부 인재도 써야” 전문가 중용 탕평인사 강조
여권 내부에서 전(前) 정권 인사 기용설이 관측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앞으로 개각이 있다면 친이나 친박이 아니라 과거 정부에서 일 잘했던 사람들까지 인재를 폭넓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탕평인사를 주문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 17일 "지금 내각은 비정치권에 편중된 내각"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최고로 잘 할 사람이라면 전 정부 사람이라도 쓸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치권-비정치권을 가리지 말고 해당분야 전문가를 기용하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일부에서 거론되는 경제부총리 부활 필요성에 대해선 “이 부처, 저 부처로 나눠진 역할 기능 속에서 조율이 안 되는 것 같다”면서 “적어도 국제금융이나 최근 국내외 상황을 종합 컨트롤할 수 있는 타워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언급은 현 정권의 인사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관련, 탕평 인사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남경필 의원도 지난 11월 3일 개각론과 관련해 “지금 대통령께서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시지만 지금 대통령 지지율도 많이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국가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그래서 분위기를 확 바꾸고 새로운 책임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개각을 통해서 등용되는 것이 좋겠다, 또 여당 뿐 아니라 야권 인사까지도 탕평 인사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마련 됐으면 좋겠다, 그것을 통해서 국민화합을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28일 “경제가 난국이니 내각 개편을 할 때 적어도 경제부처만은 실력과 카리스마가 있고 시장에 먹힐 만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면서 이명박 정부 2기 내각을 구성할 때 정권이나 출신과 상관없이 인재 풀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BBS 방송에 출연, 이 같이 말한 뒤 “그런 사람이라면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도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집권 초에는 (대통령이) 측근들만 믿을 수 있기에 측근들을 중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하지만 1기 내각이 지나고 나면 접촉 폭도 넓어지고 생각도 달라져 전 정권 인사도 들어오는 등 인사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MB, “불났을 땐 싸움도 멈추고 함께 물을 퍼 날라야”
李 대통령 3차 라디오연설, “위기 극복 거국적 협력” 호소
이명박 대통령은 11월 17일 최근 경제 위기와 관련 “불이 났을 때는 하던 싸움도 멈추고 모두 함께 물을 퍼 날라야 한다”며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뭉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격차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에서 직접 녹음돼 이날 오전 KBS1라디오 교통방송 등을 통해 방송된 3차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단합이냐, 분열이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모두가 공감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한가롭게 여와 야, 노와 사, 보수와 진보의 구별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국민의 단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신흥국을 대표하여 회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역사적인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국내에서도 각계각층이 힘을 모아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정부대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서민을 우선하고, 일자리를 우선하고, 중소기업을 우선 한다는 원칙 아래 경기 활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의 이행을 주관할 나라로 영국, 브라질과 함께 선정되어 새로운 경제금융질서를 만드는데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우리의 입장과 발언권을 크게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처한 어려움의 실체를 알려면 우리 안의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밖에서 세계의 눈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곳에 와서 여러 정상들과 의견을 나누어보니,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참으로 비상한 각오로 모두가 움직이고 있었다”고 주요국 정상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일본은 위기극복을 위해 총선까지 연기했고, 미국은 의회와 행정부가 하나가 됐다”고 예를 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많은 정상들과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내년도 세계 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내년도 경제성장을 제 자리 걸음, 심지어 뒷걸음질 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에 대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각이 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성장 전망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력을 다해서 우리가 기대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은행은 마른 논에 물을 대듯 낮은 금리로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해 주고, 노사는 모두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고,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를 위한 입법에 하나가 돼 주고, 언론도 국익을 사려 깊게 고려하고 국민의 힘을 모으는 데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며 각계각층의 협력을 호소했다. 한편 이번 3차 라디오 연설은 일반 국민이 접하기 어려운 정상외교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이 대통령이 워싱턴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친 뒤 현지시각 11월 15일 밤 9시에 녹음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