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국 금지 146곳, 격리 14곳, 검역 강화 20곳 (3월 26일 10:00 기준)
현직자에게도 취준생에게도 가혹한 시기
[시사매거진 264호=여호수 기자] 작년부터 시작된 홍콩시위와 일본불매운동에 국내 항공사들은 대체 노선으로 동남아를 향해 눈을 돌렸다. 이에 항공사 간의 고객 유치 경쟁이 강화되면서 단거리 노선 전체 운행이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항공업계의 하늘은 맑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이 취항 이래 처음으로 국제선 노선이 사실상 완전히 끊겨버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지난해 4분기 국내 항공사들의 매출 실적은 좋지 않았다. 작년부터 시작된 일본불매운동으로 인한 일본노선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고 화물 회복도 마찬가지로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에 항공사들은 일본의 대체 노선으로 동남아 항공편을 확대해왔으나 동남아노선은 구조적으로 마진율이 낮고, 항공사들의 공급이 몰리면서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에도 항공업계의 악재는 지속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관계 악화, 홍콩 사태 등 대외 변수가 해소될 뚜렷한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감염사태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지난 26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지역은 180곳으로 입국 금지는 146곳, 격리 조치 14곳, 검역 강화 및 권고 사항은 20곳으로 집계되었다. 3월 셋째 주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은 전 년 대비 95%나 급감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 사태로 항공사들은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경영진 임금을 20~100%까지 반납하면서 위기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국내 항공업계들의 이러한 비용 절감 조치로 인해 직원들과 취업 준비생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대형 항공사 FSC (Full Service Carrier) 저비용 항공사 LCC (Low Cost Carrier)

저비용 항공사에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에 여유가 있는 국적 항공사들도 코로나 사태에 피해를 면할 수 없었다.
명실공히 업계 1위인 대한항공은 연이은 악재에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매각을 결정했다고 발표하며 추후 유휴자산 매각으로 재원 확보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한편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코로나 사태로 발생하는 회사의 고통을 함께 분담하기 위해 임금협상을 회사에 전적으로 위임하였다.
금호를 떠나 HDC그룹의 품으로 간 아시아나항공은 비용 절감을 위해 사내·외 각종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직원 포상도 중단하면서 향후 수익성과 직결되지 않는 영업 외 활동에 대해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중·단거리가 주력인 저비용 항공사의 경우 자금난으로 인해 연쇄 부도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주항공, 진에어는 각각 일본과 동남아 단 2개 노선만을 운영 중이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플라이강원은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이스타항공은 국내 항공사 최초로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까지 전 노선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셧다운에 들어갔다. 이스타항공 최종구 사장은 지난 2월 23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기재 조기 반납과 사업량 감소로 발생하는 유휴 인력에 대한 조정작업이 불가피하게 됐다, 노사협의회를 통해 대상과 방식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인력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한데 이어, 25일로 예정됐던 3월 급여 지급도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항공은 항공업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스타항공을 545억에 인수하며 코로나 사태위기 극복 의지를 내비쳤다.
전 세계 항공업계, 고용 보장에 대한 두려움 커져

통상 2~3월이면 국내 항공사들은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였으나,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를 제외하면 올해 들어 채용을 실시한 항공사는 한 곳도 없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단거리 노선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항공업계는 작년 채용에서도 평년보다 낮은 채용률을 보였는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사상 최대의 채용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불투명한 채용 일정에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국외 항공사나 동종업계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행·항공업이 위축돼 있어 취업 준비생들은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최대 2년까지 인턴으로 근무 후, 심사를 통해 정규직 전환을 해왔었으나, 최근 중국 동방항공이 무기직 전환을 사흘 앞두고 한국인 계약직 승무원 73명에 대해 연장 불가를 통보하여 계약직 직원들과 인턴들 사이에 고용 보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현직 종사자들 역시 대량 실업 우려에 예외는 아니다. 유휴 인력을 줄이기 위해 항공사들의 휴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LCC 1위인 제주항공의 휴직 비율은 50%이며 에어서울은 무려 90%에 달했다. 유급휴직을 실시할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주는데, 보조금을 받고 향후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보조금을 다시 반납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항공업계종사자들은 무급휴직은 구조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휴직이 2개월 이상 지속될 시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르웨지안 항공은 50%의 직원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했고, 스칸디나비아항공은 90%(약 1만 명)에 달하는 인력을 일시적으로 정리해고하였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 현실성 있는 대책 필요

IATA(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국제항공운송협회)에는 코로나로 올해 세계 항공사 매출 손실이 2천520억 달러(약 3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IATA는 270만 명에 달하는 항공업계 종사자 중 이미 수만 명이 일시 해고 상태에 있고 정부 지원 없이는 전 세계 항공사의 절반가량이 수주 내 파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미 파산한 항공사도 나왔다. 이전부터 경영난을 겪어 오던 영국의 저비용 항공사 플라이비는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결국 지난 3월 파산을 신청했다.
이에 각국은 항공업계 긴급지원방안을 마련·발표했다. 당국은 △최대 3,000억 원 범위 내 긴급 대출 지원 △노선 운수권과 슬롯 전면 회수 유예 △항공기 정류료 전액 면제 (3개월) △항행안전시설 사용료 납부유예 (3개월), △항공기 착륙료 감면 (2개월, 한국공한공사10%~인천공항공사20%)의 긴급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사태 진정 시 여행 수요를 신속하게 회복하기 위해 국내 방한 관광 활성화를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원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항공기 10대 중 8대가 쉬고 있는 상황에서 착륙료 감면, 항행안전시설 사용료 납부유예 등은 큰 도움이 안 되며, 꼭 필요한 ‘사업용 항공기 재산세(취득세·재산세) 감면’과 같은 후속 조치가 없다면 단기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LCC에만 적용되는 ‘사업용 항공기 지방세 면제’를 FSC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양사의 지방세는 573억 원 규모였으며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 역시 항공기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하거나 면제하는 상황이다.
3,000억 원 긴급 대출 지원은 KDB산업은행이 지난 17일 티웨이항공 60억 원, 에어서울 200억 원, 에어부산 140억 원씩 총 LCC에 총 400억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산업은행이 코로나 사태 이후 신규로 집행한 금액은 티웨이항공 운영자금 60억 원에 불과하다며, ‘면피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산은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 준 340억 원은, 지난해 확정된 모기업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 지원금 중 일부라는 것이다.
항공업계는 전면 무담보·장기 저리 긴급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자국 항공사에 대해 500억 달러(약 62조 원) 규모의 긴급 부양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40억 달러(약 5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책도 실시한다.
현 사태를 대비하는 항공업계의 신속한 움직임
이에 세계각지의 발 빠른 항공사들은 현재 운항을 중단한 여객기를 투입하여 화물기로 사용하는 벨리 카고(Belly Cargo) 영업을 실시하거나, 여객 전세기 영업을 통해 손실 줄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전월 대비 두 단계 하락한 0단계가 적용된다. 유류할증료 0단계가 부과된 것은 지난 2017년 5~9월 이후 3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4월 국제선 전 노선은 일괄적으로 유류할증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국내선 유류할증료 역시 3월 대비 두 단계 하락해 2단계(2200원)가 적용된다. 그러나 국제선 전 노선에 대한 유류할증료가 부과되지 않는 것이 항공사의 어려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과거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사태에 비춰볼 때 감염병의 확산속도가 둔화되는 시점부터 2~3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수요가 회복됐기 때문에, 코로나 확산이 둔화되는 시점부터 최소 3개월까지는 항공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내수시장이 7%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하늘길이 막히면 경제도 함께 폐쇄된다. 우리나라의 시장구조 상 항공사들의 셧다운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 산업계는 상반기가 끝나기 전에 초토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항공업계의 어려움에 동감하고 정부 지원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