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금강의 본래 이름은 갈도(葛島)다. 거제도의 남동쪽 끝자락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이 있는데 이곳 마을 이름이 갈곶리이고, 지형이 칡뿌리가 뻗어 내린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바다의 금강산을 뜻하는 해금강으로 널리 불리고 있다.
바다의 금강산 ‘해금강’ 한려수도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선착장을 출발한 유람선은 해금강을 향해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배가 속도를 올리자 선장의 구수한 입담이 시작되고 승객들은 실내의 편안한 좌석을 비워 두고 갑판으로 몰려 나간다. 파랗다 못해 멍이 든 듯 시퍼런 해수면 위로 유람선은 하얀 포말을 만들어내며 나아가고, 한려수도의 수려한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해금강의 본래 이름은 갈도(葛島)다. 거제도의 남동쪽 끝자락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이 있는데 이곳 마을 이름이 갈곶리이고, 지형이 칡뿌리가 뻗어 내린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바다의 금강산을 뜻하는 해금강으로 널리 불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치 거대한 산맥이 해수면 아래로 뻗어나갈 것처럼 해금강의 봉우리가 우뚝하기 때문이다.
해금강이 다가오자 배는 속도를 늦추고 선장의 말소리는 빨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자바위다. 이 바위는 해금강의 북쪽 일부가 떨어져 나온 것으로 그 옆모습이 본섬을 우러르고 있는 사자의 얼굴과도 같은 형상이다. 특히 유명한 것이 사자바위와 해금강 본섬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일출이다. 떠오르는 태양을 뒤로한 사자바위는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바다 속에서 거뭇하게 솟아올라와 있고, 머리 부분에 난 나무와 풀들은 꼭 사자의 갈기인 것처럼만 보여 금방이라도 포효할 것 같다.
해금강 본섬은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거대한 바위덩어리로 보이지만 크게 4개의 섬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리하여 보기만 해도 아찔한 십자동굴을 만들어낸다. 4개의 물길이 있지만 배가 드나들 수 있는 것은 북, 동, 남쪽이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흔들리는 유람선이 과연 동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베테랑 택시 운전사의 솜씨를 보듯 배는 전진과 후진을 거듭하며 십자형 물길 한가운데로 들어갔다가 유연하게 빠져나온다. 뱃전과 절벽 아랫자락을 파도가 철썩일 때마다 승객들은 괴성을 내지르지만 어느새 배는 동굴을 빠져나와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다시 유람선은 해금강을 시계 방향으로 돌기 시작한다. 말을 타고 장가가는 모습의 신랑바위, 뾰족하게 솟아오른 촛대바위, 다소곳한 색시바위, 여성의 엉덩이를 연상시킨다 해서 붙여졌다는 처갓집동굴 등 안내원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무심하게 떠 있던 바위들은 제 나름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여행객들에게 말을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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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난스레 푸른빛을 띤 섬 하나, 외도는 섬 전체의 수목 가운데 90%가 상록수로 조성돼 있는 만큼 사시사철 초록빛을 잃지 않는다. 아름다운 유럽식 개인정원인 외도는 과거 연료가 없어 동백나무를 땔감으로 쓸 정도로 척박한 섬이었으나, 1969년 우연히 바다낚시를 하러 들렸던 故이창호씨가 이를 구입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 ||
사람이 만든 풍경이 더 아름답다 ‘외도 보타니아’
해금강에서 약 15분쯤 달려왔을까, 유난스레 푸른빛을 띤 섬 하나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섬 전체의 수목 가운데 90%가 상록수로 조성돼 있는 만큼 외도는 사시사철 초록빛을 잃지 않는다. 꽃 또한 끊임이 없다. 4만 5,000평에 이르는 부지를 뒤덮고 있는 동백나무가 한겨울에도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외도를 둘러보다 보면 흔하게 마주치는 것이 동백꽃이다. 동백은 제 임무를 마치고 나면 다른 꽃들처럼 꽃잎이 지는 것이 아니라 붉디붉은 꽃 전체가 뚝 떨어져 내려 왠지 섬뜩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배에서 내려 정문을 지나면서부터 외도에서의 산책은 시작된다. 잘 가꾸어진 나무들과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조금씩 섬의 정상 부분으로 올라가도록 코스가 구성돼 있다. 새하얀 회벽으로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건물들과 넘실거리는 바다 저편으로 띄엄띄엄 모습을 드러내는 남해의 섬들, 그리고 공원을 은은하게 감도는 음악은 우리들의 일상을 우리가 떠나온 거리보다 더 먼 곳으로 실어간다.
외도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섬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의 하얀 집은 그리스 혹은 이태리와 같은 지중해의 나라들을 떠올리게 한다. 공식명칭이 ‘외도, Botania(Botanic+Utopia)’라고 하더니, 처음 보는 신기한 식물들도 참 많다. 나무들의 가지치기를 요렇게, 저렇게 모양을 내며 깍아놓아서인지 식물들의 놀이공원에 온 것 같기도 하고 요리조리 이런저런 모양을 가진 희귀식물들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떠올리게 한다.
외도 보타니아는 이제 거제도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곳이다. 선인장, 병솔, 코코아야자, 가자니아, 선샤인 등 3,000여 종의 수목이 섬의 지세와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해상공원을 연출한다. 한류스타 배용준과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이 바로 이곳 외도에서 촬영돼 해외 관광객들까지 불러들이고 있어 명실상부한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2003년 타계한 이창호씨의 아내 최호숙씨(70·‘외도 보타니아’ 대표이사)의 남편가 외도(外島)의 안주인으로 남편의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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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도 4만 5,000평에 이르는 부지를 뒤덮고 있는 동백나무가 한겨울에도 붉은 꽃망울을 터뜨린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외도를 둘러보다 보면 흔하게 마주치는 것이 동백꽃이다. 동백은 제 임무를 마치고 나면 다른 꽃들처럼 꽃잎이 지는 것이 아니라 붉디붉은 꽃 전체가 뚝 떨어져 내려 왠지 섬뜩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 ||
버킹검궁의 후정을 모티브로 한 ‘비너스 가든’ 통영, 그저 스쳐갈 수 있으랴 바람아, 나를 데려가 다오 ‘바람의 언덕’
약 10분 정도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외도의 상징이랄 수 있는 ‘비너스 가든’을 만나게 된다. 버킹검궁의 후정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곳에는 평평한 대지 위에 새하얀 비너스 상들이 곳곳에 서 있고, 정원수처럼 가지런하게 다듬어진 수목들이 정연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비너스가든 뒤에 자리한 리스하우스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장소로 비너스 가든과 함께 포토존으로 제격이다.
리스하우스를 뒤로하고 대나무숲을 지나면 시원스레 전망이 펼쳐진다. 이곳 제1전망대에서는 수천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 동백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외도 동섬을 바라볼 수 있고, 날씨만 허락한다면 대마도까지 내다보인다. 전망대 뒤로는 파라다이스라운지가 자리하고 있어 향기로운 차 한잔을 즐기며 남해의 아련한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내려오는 길에는 찻집과 쇼핑몰을 겸하고 있는 ‘오티스룸’이 자리하고 있다. 선착장과 함께 해금강 등이 바라다보여 파라다이스라운지와는 또 다른 전망을 펼쳐놓으며, 외도에서 직접 재배한 허브를 이용해 수공으로 소량 제작한 바디클렌저와 비누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단체여행객이던, 개별여행객이던 이 섬은 체류시간이 방문 후 1시간 30분으로 통제된다. 하지만 1시간 30분만에 섬 전체를 둘러보기란 좀 빠듯한 시간인 듯 싶다.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는 라운지 등이 있지만 느긋하게 머물 틈이 없다. 외도 관광객들의 최대 불만이기도 하다. 외도측에서는 “유람선 회사에서 운항 횟수를 늘리기 위해 상륙시간을 얼마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유람선 회사에서는 “외도측에서 수용인원 때문에 시간을 제한한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 적지 않은 관람료를 내고 먼 길을 온 관광객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이외에도 유람선에 오르는 것조차 쉽지 않아 기자가 도착한 첫날에는 오후 12시 30분에 선착장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표는 매진되어 그나마 다음날 운행시간 중 오전 7시표만 예약된다는 직원의 안내를 받고서야 간신히 승선할 수 있어 씁쓸함을 남겼다. 유람선 이용 방법 - 통영에서 거제대교를 건너 14번 국도를 타고 섬을 가로지르면 거제시의 동남쪽 해안가에 이른다. 이곳 해안가에는 장승포, 와현, 구조라, 학동, 해금강, 도장포 등의 선착장에서 해금강과 외도를 돌아볼 수 있는 유람선을 운행하고 있다. 시기와 날씨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용 요금은 구조라 선착장의 경우 외도와 해금강을 함께 돌아보는 코스가 대인 1만 5,000원, 소인 8,000원이다. 국립공원 입장료(어른 1,600원, 청소년·학생·군경 600원, 어린이 300원)도 승선시 함께 지불해야 한다. 총 이용 시간은 약 2시간 30분)
문의/055-681-1188(www.oedobotania.com)
인근 가 볼 곳
여행의 앞과 뒤에 통영 일정을 살짝 넣어주는 것도 거제로의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중앙활어시장 거북선이 둥실 떠 있는 강구안의 통영문화마당 한 편에는 통영 사람들의 생생한 삶이 북적거리는 중앙활어시장이 있다. 활어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회를 떠 주는데, 말이 뒷발질을 하듯 힘차게 살아 움직이던 물고기가 순식간에 회로 토막나는 그 과단성 넘치는 칼놀림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얼음을 넣어서 상자에 넣어 가면 서울의 수산물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싱싱하다니 포장을 해 가도 좋고, 그 자리에서 초장 듬뿍 찍어 입에 넣는 것도 좋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 거제시 고현리에 자리한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비참했던 포로수용소의 전말을 당시의 자료를 바탕으로 재현한 곳이다. 실물 크기에 가까운 인형들로 수용소의 생활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디오라마관에서는 포로들의 절절한 눈빛까지 그대로 표현한 듯해 섬뜩한 느낌마저 들며, 당시 각국의 통치자와 사령관들을 만나 볼 수 있는 탱크전시관을 비롯해 포로설득관, 포로생포관 등 역사교육의 마당들이 펼쳐진다.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모티브로 한 영화 <흑수선>의 촬영 현장으로도 사용됐던 포로막사도 자리하고 있다. 관람 시간은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 요금은 어른 3,000원, 청소년·군경 2,000원, 어린이 1,000원. 055-639-8125
여차몽돌해수욕장을 지나 망산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 지방도가 끝나고 14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이제 섬의 동쪽 편을 따라 다시 올라가는 코스다. 14번 국도를 달리다가 도장포유람선터미널 방면으로 잠시 빠져나오면 일명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를 만나게 된다. 유람선터미널로 좌회전하기 전에 먼저 만나게 되는 신선대는 바닷가에 바짝 다가선 기묘한 형상의 기암괴석들이 수평선을 떠받치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신선대로 내려가는 길은 나무로 잘 포장해 놓아 바닷바람을 쐬며 거닐기에 좋고, 신선대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홍포의 비경에 비길 만한 것이다.
유람선터미널 오른편으로 새의 머리 부분처럼 불쑥 도드라져 있는 바람의 언덕은 언뜻 제주도의 섭지코지를 떠올리게 한다. 연중 내내 해풍을 맞아 키가 작은 풀들은 빗질을 한 듯 가지런하고, 목책으로 둘러쳐진 길을 올라 언덕 끝에 올라서면 멀리 외도가 아득하게 바라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