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 적극 나서 기업 흑자도산 막아야”
이 대통령은 이어 국내외 금융위기와 관련해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며 “조금만 도와주면 살릴 수 있는 기업은 흑자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금융기관이 적극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서로 믿지 못하고 각자 눈앞의 이익을 쫓다 허둥대면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지금은 길게 보고, 크게 보고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에 대해 “어려울 때 오히려 투자해야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지금은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기업이 애국자”라며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는 것은 국정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금년도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 내외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렵긴 하지만 에너지를 10%만 절약할 수 있다면 경상수지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에너지 절감의 중요성을 역설한 뒤 “국민들이 해외 소비를 좀 줄이고 국내에서의 소비를 늘려주면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는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련한 600여 개의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빨리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한편 KBS가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격주로 방송하기로 청와대와 합의했다. KBS는 지난 10월 22일 “국정 책임자가 각종 현안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것은 정보로서의 가치가 충분하고 국가 기간방송에서 이를 독자적으로 판단해 편성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통령 주례방송의 격주 정기편성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두 번째 ‘라디오연설’이 오는 11월 3일 실시된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 인터뷰서 밝혀 |
여 “국민에 희망 줬다”… 야 “국민에 책임 전가”
이명박 대통령의 첫 라디오 연설을 둘러싼 정치권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연설’로 평가하며 후한 점수를 줬지만, 민주당 등 야권은 ‘반성도 없고, 문제인식도 잘못됐다’며 일제히 혹평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지난 10월 13일 논평을 통해 “IMF 때를 떠올리고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우리 외환보유고 상황이 어떻게 그때와 다른지도 정확히 알렸다”며 “특히 4/4분기의 경상 수지가 흑자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주면서, 에너지 수입 증가로 인해 돌아올 부담을 대신 해외 소비를 줄이고 국내 소비는 늘려 달라는 명확한 생활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조 대변인은 “금융 위기로 시작된 이 어려움이 절대 기업이 도산해 실업자를 양산하는 실물경제로 번져 나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어느 한사람이 아닌, 여야도 아닌, 정부, 기업, 정치인, 국민 모두가 한 마음이 돼 이 난국을 헤쳐 나가자고 하는 간곡한 당부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위기에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믿음을 준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핵심 관계자도 이날 “오늘 연설은 새로운 화두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많은 국민들에게 ‘극복 못 할 불안이 아니다’라는 점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아날로그 화법으로 IT 시대의 감성을 어루만졌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통령 연설의 최고 홍보대사는 바로 시장”이라며 “갑자기 환율이 안정되고 증시가 급등해서 ‘사이드카’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지난 7개월간 경제운용이 잘못된 부분, 특히 고환율 정책과 과도한 성장전략을 쓴 것에 대한 반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노변정담’이 아니라 ‘노변한담’으로 구체적인 대책을 찾아볼 수 없고 오직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한 채 정부 무대책을 입증한 연설”이라고 평가 절하 했다. 자유선진당은 이명수 대변인을 통해 “국민, 기업, 금융기관, 정치권 등의 애국심과 고통분담만을 강조하는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도 “감성에만 호소한 알맹이 없는 신변잡기에 불과했다”고 힐난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국민호소라는 취지에 비해 그 진정성이 제대로 확인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연설”이라고 평했다.
이 대통령은 정체된 남북 대화와 관련, “우리가 폐쇄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현재는 북한이 대화를 거부한 상황이다. 북한은 외부 세계에 문을 여는 것이 유익하다는 사실과 이를 위해 핵 야욕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김정일체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이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북한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 사회는 여전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정상적으로 움직여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김 위원장의 현황이 분명하게 나오지 않으니까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나는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 때문에 북한에 어떤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여러 가지 대비를 하겠지만 북한 사회가 그렇게 쉽게 붕괴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6자회담의 핵폐기 조사과정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면서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제작할 기술적 역량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참 힘드시죠. 저 역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또 무슨 우울한 소식이 없는가 걱정이 앞섭니다. 엊그제 문득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굳이 말씀드리기가 무엇해서 이야기한 적은 없었습니다마는 제 아버지의 이야깁니다. 저의 아버지는 한 때 조그만 회사의, 요즘 말로는 경비라고 합니다만 수위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아버지께서는 늘 “회사가 넘어가면 안 되는데…”하면서 걱정을 하시곤 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그걸 보면서 “회사에서 큰 직책을 맡은 것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회사 걱정을 하실까…”하며 마뜩찮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회사는 문을 닫았고, 아버지는 일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월급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직장을 잃으니까 안 그래도 어렵던 살림살이가 더욱 쪼그라들고 말았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아버지가 왜 회사 걱정을 그토록 하셨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한 개의 중소기업이라도 무너지면 그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삶이 어떻게 될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어느 누구보다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IMF 위기 때 부도 기업이 5만 8,000개였고, 실업자 수가 무려 149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 고통을 우리는 너무나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다짐하곤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이 문을 닫아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된다’이렇게 말입니다. 특히 조금만 도와주면 살 수 있는 기업이 흑자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는 일은 여전히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