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근대화라는 이름 아래 급격하게 우리에게 들이 닥쳤으며 세계화라는 이름과 함께 더욱더 곳곳
에 스며든, 서구의 문화와 학문이란 무엇이며 또 그 시초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독일의 매체학자 프리드리히 키틀러는 후기작 ‘음악과 수학–헬라스–아프로디테’에서 유럽의 시원으로서의 고대 그리스를 생생하고도 새롭게 우리에게 펼쳐 보여준다. 그는 호메로스의 음악과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에서 시작함으로써, 아테네의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로 시작하는 정규 철학사와 인문학이 사유하기를 포기하는 수학을 근본적인 학문으로 내세울 뿐 아니라 시에서조차 사라져 버린 음악을 다시 문화와 예술의 근원으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음악과 수학이 시작되는 그 순간에 언제나 함께 했던 여자와 남자라는 이중 원천에 주의를 기울이며, 이 둘 사이에 사랑을 일으키는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유럽의 시원에 대한 사유를 담은 자신의 첫 책을 바친다.
저자 프리드리히 키틀러(Friedrich A. Kittler)는 1943년 독일 작센주 로흘리츠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동독에서 보냈다. 일곱 살 때 이미 괴테의 파우스트를 암송할 정도였을 만큼 문학적이었던 그는 1963년부터는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일어문학, 로망스어문학, 철학
을 공부하였다. 그의 1976년 박사 학위 논문은 이듬해 ‘꿈과 말: 콘라트 페르디난트 마이어의 통신 체계 분석’으로 출판되었으며, 1982년 독일문학사 전공 대학교수 자격 취득 논문으로 제출한 ‘기록시스템 1800/1900’은 긴 논란 끝에 통과하여 1985년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기록시스템의 1900년대 부분을 확대하고 보완한 ‘음기·영화·타자기’ 1986년에 출간된 후 “매체가 우리의 상황을 결정한다”라는 첫 문장은 그의 이름에 따라다니는 매체 결정론의 유명한 명제가 된다.
그 외의 주요 저서로는 「어머니, 시인, 아이」(1991), 「드라큘라의 유산: 기술적 글들」(1993), 「헤벨의 상상력: 어두운 자연」(1999), 「문화학의 문화사」(2000), 「그리스로부터」(2001), 「광학적 미디어」(2002), 「불멸자들. 추모 글, 기억, 유령과의 대화」(2004), 「음악과 수학 제1권 헬라스 제1부 아프로디테」(2006), 「음악과 수학 제1권 헬라스 제2부 에로스」(200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