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꺼지지 않는 한국정치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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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에도 꺼지지 않는 한국정치의 현주소
  • 정연생 기자
  • 승인 2008.11.1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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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부친상 ‘조문정치 승부수’ 통했다, DJ비자금 ‘100CD유무논란’ 공방

 

김현철, 정치재개… 한나라 ‘여인’ 부소장 내정 논란
한나라당은 지난 10월 17일 김현철 씨를 당의 정책 연구기관인 여의도 연구소(이하 여연) 부소장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 ‘소통령’이라고까지 불리며 국정 개입과 금품 수수 파문을 빚었던 김 씨의 여의도연구소 부소장행(行)을 놓고 당내·외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씨의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 기용 문제는 지난 7월 박희태 대표 취임과 함께 거론되다 당내에서 부정적 여론이 고개를 들면서 없던 일이 되는 듯 했지만, 지난 9월 30일 김 전 대통령 부친 홍조옹이 별세한 것이 김 씨가 정치권 컴백에 도움을 줄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경남 마산 장례식장에는 정·관·재계를 비롯해 거물급 인사들의 '조문정치'가 이뤄졌고, 정치권에서 물러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YS가 여전히 정치적으로 건재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YS의 정치적 승부사 기질이 김 씨의 정치권 컴백에 도움을 줄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정치권의 평이다.

YS 차남 김현철 씨 여의도연구소 입성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당내 지도부가 여권 화합과 대선 때 힘을 보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에서라도 이제는 김 씨의 재개를 도와 줄 때가 됐다는 판단을 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면서도 “김 씨가 맡은 여연 부소장이 상근직도 아닐 뿐 더러 당 정책에 자문하고 의견을 내는 정도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김 씨 문제는 지난 10월 1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김성조 여연 소장으로부터 김 씨를 부소장으로 내정하겠다는 보고를 듣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희태 대표는 “부소장에 대한 인사권은 여의도 연구소의 완전히 독자적인 권한이기 때문에 대표나 당 최고위원이 제도적으로 관여하지 못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철 씨 사건이 생긴지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아무런 과오 없이 근신하는 생활을 해온데다 (김씨의)할아버지가 생전에 (김씨가)사회적인 진출을 못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는 말이 정가에 많이 나돌았다”며 “(인사)문제가 된 지 석 달 정도가 된 만큼 (여의도연구소에서)이에 대해 가부간 결단을 한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돌아가신 고인께서 손자가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온 만큼 고인에 대한 예의를 표하는 것이 어떠한가 하는 생각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 역시 박 대표보다 하루 앞선 지난주 모 방송에서 “현철 씨는 개인 비리가 아니라 당시에 횡행하던 대선자금 문제로 감옥에 갔다”며 “그 일로 꼬투리를 잡아 정계에 복귀하지 말라는 것은 무리”라고 박 대표와 뜻을 같이 했다. 홍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은 모두 개인비리로 구속되거나 문제가 됐지만, 그 후 국회의원을 했다”며 현철 씨의 정계 진출 당위성을 거론 했다. 안경률 사무총장도 지난 17일 CBS 라디오에 출연, “(여론 부담 때문에) 당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일단 결정하면 잘못된 부분에 대해 채찍을 당하더라도 좋은 점을 살려 활용할 부분도 있다”고 했다.
안 총장은 “김 씨의 경우 10년 전의 일인 데다 대통령의 아들로서 근신생활을 많이 해왔고 (지난달 말 작고한) YS의 부친 김홍조옹도 살아계실 때 손자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며 “대통령 아들이어서 역차별 받는 측면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관계회복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분석한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선언했고, 당시 정치권에서는 YS가 김 씨의 정계복귀를 약속받았다는 얘기가 솔솔 나돌았다.
그러나 지난 4.9총선에서 경남 거제 출마를 준비했던 현철 씨가 공천에 탈락하자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인 김무성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한나라당 공천은 아주 실패한 공천, 잘못된 공천”이라며 “한나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고 비판했지만 양측의 감정은 지난 5월 이 대통령과 YS의 청와대 비공개회동을 통해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현철, 부정입학…부패척결은 말 뿐인 한나라”
한나라당이 YS의 차남인 김현철 씨를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내정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부정입학 시킨 꼴’이라며 맹비난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0월 16일 “한나라당이 김 씨를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임명한데다, 부정이 연관된 탓으로 보궐 선거에 공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공식적으로 깼다”면서 “원초적 부패정당이라는 말이 손색없는 면면”이라고 비판했다.
또 송두영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김현철 씨를 한나라당 당적과 연결시키지 않고 여연 부소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이는 졸업장 대신 수료장을 주는 조건으로 ‘부정입학’ 시킨 꼴”이라고 힐난했다. 송 부대변인은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경선에서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진 빚을 한나라당이 대신 갚은 꼴”이라며 “한나라당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진 빚보다 국민에게 진 빚을 먼저 갚으라”고 주장했다. 허동준 부대변인도 “‘부활하는 한나라당 부패의 추억’, ‘부패척결은 말 뿐인 한나라당’”이라며 “한나라당이 김현철 씨의 부활을 위해 ‘여론 떠보기 쇼’를 한 것이라면 가뜩이나 경제위기로 마음 스산한 국민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더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김 씨는 지난 98년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뒤 사면복권됐지만, 지난 17대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법적으론 정치재개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연은 물론 당내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선 김 씨의 부소장 임명을 놓고 반발기류가 형성되고 있는데다 야권에서도 ‘부정입학’이라며 비난하고 나섬에 따라 김 씨의 정치복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중 前대통령 비자금추정 100억CD’ 유무 논란 주성영 “DJ 조사.사법처리 필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일부로 추정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의 사본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지난 10월 20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2006년 3월 초 전직 검찰관계자로부터 100억 원짜리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CD)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당시 검찰관계자 얘기는 은행 관계자가 CD 사본을 제시하면서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고 했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주 의원은 “검찰에서 신한은행 설립 당시의 비자금 문제와 관련해 내사를 하고 있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당시에 개입하고, 또 이희호 여사 쪽으로 자금이 흘러나간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비자금 규모가 2조 원, 2조 원, 2조 원 해서 모두 6조 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대검 국정감사에서 “2006년 3월초 퇴직한 검찰 관계자로부터 DJ 비자금의 일부로 추정되는 100억 원짜리 CD 사본 1부와 중소기업은행 영업부 명의의 발행사실확인서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 의원은 이날 현장에서 2006년 2월 8일 발행돼 그 해 5월 12일 만기가 도래한 CD 사본과 발행사실확인서를 공개했다. 주 의원은 “김 전 대통령 비자금은 모두 해외 계좌와 연결돼 있다”며 “검찰이 특별 전담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J측 “비자금 허위 유포 주성영 의원 고소”
이에 대해 DJ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최경환 김대중 전 대통령 공보 비서관은 “확인되지도 않은 정체불명의 CD를 갖고 전 대통령을 음해하면 안 된다”면서 “주 의원이 김 전 대통령 내외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한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 비서관은 이어 “모 언론에서 DJ 비자금 3,000억 원설을 보도했다가 사과문을 실은 적도 있다”며 “보도했던 두 언론인이 공기업과 청와대 비서실로 갔는데 (주성영 의원도) 그걸 바라는 건가”라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주 의원의 주장 대부분은 미국에 있는 일부 무책임한 교포신문들이 수년 동안 거듭 주장해온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국내 일부 언론도 이를 보도했다가 법정에서 패소하고 정정보도를 한 일이 있다”며 “무책임한 발언으로 전직 대통령 내외의 명예를 훼손한 만큼 주 의원을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치인도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되고 면책특권을 활용한 ‘아니면 말고’식 폭로는 지양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검 중수부, DJ 비자금 의혹 검증 나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폭로와 관련, 검찰이 이르면 다음 주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관계자는 지난 22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으로부터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된다는 취지로 공개한 100억 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사본을 넘겨받아 신빙성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주 의원은 지난 20일 대검찰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백억 원짜리 CD 사본 한 장을 갖고 왔다”면서 “검찰은 왜 이것을 수사하지 않느냐”고 임채진 검찰총장을 압박했다. 주 의원은 특히 “지난 2006년 3월말 경 전직 검찰 관계자를 통해 CD를 입수했다”면서 CD가 조작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는 “DJ 비자금과 관련된 첩보가 무성하다. CD 발행기관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봤는데 서울시 중구 신당동에 주소를 둔 페이퍼컴퍼니로 추정 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주 의원의 주장에 대해 김 전 대통령 측은 “거짓말”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대검 중수부는 주 의원 주장의 사실 관계를 일일이 확인할 방침이다. 주 의원에게 CD를 넘긴 전직 검찰 관계자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전 대통령 측 최경환 비서관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김 전 대통령 내·외는 단 한 푼도 부정한 비자금을 만든 일이 없고, 돈을 받은 적도 없다”며 “주 의원을 고소해서 법정에서 처벌을 받도록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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