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지 않은 지난 삶을 화폭에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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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지 않은 지난 삶을 화폭에 그려낸다
  • 이종철 기자
  • 승인 2008.10.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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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 화단에 데뷔, 국내외 17회 전시회 열정적인 화가로써의 삶

   

   
▲ 인간의 삶에 대한 끊임없이 고뇌하는 박정숙 화가는 인간의 삶은 기적이며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일상에서 생명의 감동을 느껴야한다는 그녀의 작품세계는 그림과 시가 함께하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이별했던 그림, 반세기가 지난 후에 다시 만나다
자신보다 큰 새하얀 화폭에 붓을 놓는 박 화가는 오십이 넘긴 늦은 나이에 화단에 데뷔했다.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으며, 남 다른 소질도 있었으나, 할아버지의 반대로 붓을 놓아야 했던 아버지의 삶은 그녀에게도 이어졌다. 아버지의 소질을 닮아 대회에서 상도 수차례 타곤 했으며, 아버지만큼이나 그림을 좋아했다. 그러나 박 화가의 어린 시절 때는 예술가란 빈곤한 인생의 상징이었고, 특히 여자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험난한 선택으로 여겨졌다. 더구나 비교적 괜찮았던 집안 살림도 그녀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 아버지가 하던 탄광사업이 망하면서 그녀의 삶은 그림에 수십 년 동안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림과 떨어졌던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난 뒤, 그녀는 자신의 삶에 처음으로 찾아든 그림을 다시 만나 공부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다. 계명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오랜 이별 뒤 만난 화폭과 붓이 그녀를 반갑게 맞아주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참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몇 차례의 전시회를 끝내고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했던 2007년 첫 서울 전시회를 통해 긴 세월을 지나 화가로써의 새로운 삶에 눈을 뜨게 된다.

인간의 삶, 화가 박정숙의 삶을 통해 그려진다
서울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녀는 본격적으로 화가로써의 인생을 바쁘게 살아간다. 그 해 해태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3월에 전시회를 가지고, 11월에는 프랑스 몽마르뜨 전시장에 초대되며 그녀의 그림을 점차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힘든 삶에서 포기하지 않고 어린 시절의 그림과 다시 만난 그녀의 삶은 그녀가 그린 그림 속에 그대로 녹아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오랜 여운을 남긴다. 그녀는 “삶에는 끝이 있지만, 끝이 아니다. 시대를 살아갔던 많은 이들의 삶. 이들의 마음이 우리들의 기억에 남고 마음으로 전해진다면 오랫동안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마다 삶과 삶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굴곡진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 것이다. 힘든 삶임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건 그녀가 몰랐던 지금의 삶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의 작품에서 그녀가 느끼는 생명의 감동, 삶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자신의 삶을 화폭에 담을 때의 행복이 보는 이에게 전달되는 순간, 그녀가 그림과 다시 재회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서울, 대구를 비롯한 국내 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까지 17회의 개인전을 열어온 그녀의 삶은 그림을 통해 삶의 행복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무수히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며 그 생명들이 모여 이루는 세상은 그녀의 삶을 통해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시와 그림이 함께 표현된 그녀의 그림은 독특하다. 시간이나 존재와 같은 주제에 대한 접근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녀의 눈을 빌어 그녀가 바라본 독특한 세상을 엿보는 셈이다.
그녀는 굴곡진 자신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그 고비를 자신의 삶과 예술에 투영해 그려가고 있다. 그녀의 그림을 본 몽마르뜨 국제아카데미 회원이자 프랑스의 시인 베르네르 람베르시(Wener Lambersy)는 그녀에게 시화집을 낼 것으로 제안을 받아 시화집을 낼 준비 중에 있다. 그녀의 그림과 베르네르의 시가 만난 풍경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 질지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녀의 그림에 매료된 베르네르 시인의 모습은 그녀의 굴곡진 삶이, 포기하지 않은 생이 그려진 화폭이 끌었기 때문일 것 이다. 삶에 대한 도전과 그림에 대한 열정이 그녀의 예술혼이 사라지지 않게 했으며, 수십 년 지난 지금 그녀의 삶은 화폭을 스치는 붓을 통해 그려지고 있다. 반 세기동안 인생의 어려움에 주저앉지 않고 이겨낸 인간 박정숙. 나머지 반은 화가 박정숙으로써 그녀가 그릴 삶이 인생과 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으로 오랫동안 남길 바란다.

INTERVIEW  I   박정숙 화가   

   
사람은 생명을 안고 태어나 짧고도 긴 삶을 살아간다. 그 삶이 다하는 순간을 두려워하며, 죽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하고 막연한 두려움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생명은 기적이다. 죽음이 있기에 삶은 기적이다. 눈을 감는 순간은 고귀하며.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아야 삶을 행복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생명들이 나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고 느낀다. 물을 마실 때에도, 길을 건너갈 때에도 말을 걸어온다. 일상에게 무한한 생명의 감동을 항상 느끼는 셈이다. 그 동안 지쳤던 내 삶은 그런 순간들을 느끼며 화폭에 그려내면서 치유를 한다. 베르네르 시인과의 작업도 새로운 치유라 생각하며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삶의 감동을 주고, 삶으로 인한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작업을 할 계획이다. 부디 많은 성원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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