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신구간'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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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신구간'을 아시나요
  • 고기봉 기자
  • 승인 2020.01.29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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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쓰레기 및 폐기물 마구 버려 행정당국이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
신구간 기간에 야산에 버린 생활쓰레기(사진 고기봉 기자)
신구간 기간에 야산에 버린 생활쓰레기(사진 고기봉 기자)

 

[시사매거진/제주=고기봉 기자] 1만 8000 신(神)들의 고향, 제주엔 ‘신구간(新舊間)’이라는 특별한 시간이 있다. 큰 추위가 가고 봄이 오기 전 지상의 곳곳에 깃들어 있는 신도, 사람도 새해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특히 제주도민들은 1년에 한번 신들이 하늘로 오르는 시기에 맞춰 신들 몰래 묵혀뒀던 집안 정비와 이사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 이때가 바로 신구간이다.

신구간(新舊間)은 24절기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 후 5일째부터 입춘(立春)이 되기 3일 전까지 일주일 동안을 일컫는 제주도 세시풍속이다. 올해는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이다. 즉, 묵은해를 마무리하고 정리함과 동시에 새해 농사를 시작하는 입춘을 위한 준비기간이다.

새해를 맞아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로부터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 ‘신구세관교승기간(新舊歲官交承期間)’이라고 일컫는다. 신구세관(新舊歲官)이 교대하는 시기라는 뜻으로 이를 줄여 신구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제주도에는 1만8000여 신들이 있다는 전래신화가 있어서 그와 연관된 습속이라는 설도 있다.

풍속에 따르면 이 기간 중에는 지상에 내려와 인간사를 돌보던 하늘의 신들이 임무를 교대하면서 옛 신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새 신들은 아직 내려오지 않아 공백 상태가 된다. 이때 사람들이 이사나 집수리, 청소 등으로 집안의 새로운 질서를 잡으면 신들로부터 '해코지'(이를 '동티가 난다'고 표현한다. 신의 노여움을 사서 괜한 재앙을 당하는 걸 말함)를 당하지 않아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들이 지상에 없는 사이 ‘몰래’ 이사를 하는 세시풍속이 생겼다고 전해진다.신구간 동안은 집을 고치거나 새집으로 터를 옮겨도 새로 부임하는 신들이 모두 용납해주기 때문이다.

과거 제주도민들은 신구간만 되면 이삿짐을 꾸렸다. 이사를 나가는 사람은 짐만 챙겨 대충 정리한 뒤 얼른 사라지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소금과 팥을 뿌려 잡귀를 쫓고 집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서 살림을 시작했다.

신구간을 맞아 제주시는 오는 2월 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종합경기장 야구장 동측에서 중고물품 나눔 장터를 개최한다. 이 시기에 이사나 집수리를 하면서 폐기물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이를 재활용하게 장을 열어준 것이다.

이 행사는 제주시가 2005년부터 매년 개최해오고 있다. 장터에서는 재사용이 가능한 폐가구와 폐가전, 의류 등을 기증받아 수선을 거친 후 일정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1인당 1개에 한해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또 현장에서 기부물품을 물물 교환할 수도 있다. 제주시는 1월 31일까지 중고가구 및 가전을 기증받고 있다(문의 제주시 생활환경과).

장터에서는 1일 1점에 한해 구매 가능하며, 판매수익금은 불우시설에 기부한다.

신구간에 생활쓰레기 발생량이 급증으로 일부 시민들이 생활쓰레기를 야산 및 농로 주변에 버려 제주 환경을 훼손시키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당일 발생한 쓰레기는 당일 모두 수거한다는 원칙에 따라 폐기물 수거 차량과 수거 인력을 늘려 운영하고 있지만 역 부족이다.

따라서 제주의 아르다운 환경을 위하여 시민들이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와 행정당국이 강력한 단속이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구간에 이사를 하는 모습(사진 고기봉 기자)
신구간에 이사를 하는 모습(사진 고기봉 기자)
생활 쓰레기 발생량이 증가로 인력이 부족한 상태(사진 고기봉 기자)
생활 쓰레기 발생량이 증가로 인력이 부족한 상태(사진 고기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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