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민이 시장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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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민이 시장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
  • 박희윤 기자
  • 승인 2020.01.0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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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공정한 출발선’을 만드는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사진_이명수 객원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사진_이명수 객원기자)

[시사매거진 제261호=박희윤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평소 ‘시민이 시장’이라는 원칙을 입버릇처럼 말한다. 2020년 서울시정의 1순위 과제는 ‘경제’이고 ‘민생’이라면서 본격적으로 확대한 청년출발선 지원, 신혼부부 주거출발선 지원, 부동산 불평등, 자산 격차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제안 등을 통해 시민의 ‘공정한 출발선’을 만들겠다고 한다.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을 충실하게,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걸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박 시장의 환한 웃음 속에서 ‘시민의 삶을 바꾼 10년 혁명’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었다.

2020년 서울시의 주된 시정 방향과 달라지는 서울시의 정책이 있다면

지난 8년은 ‘토건과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도시운영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으로 이동하는 대 전환의 시기였다. 개발과 성장의 시대 가장자리로 밀려났던 시민 삶의 권리를 회복하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혁신을 거듭해 왔다.

2020년 새해엔 이 ‘축적의 시간’을 발판으로 임계점에 와 있는 불평등과 불공정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바로잡고 대기업 중심 낙수효과에 기댔던 낡은 경제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대 전환을 본격화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공정한 출발선’을 다각도로 보장하겠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나와 내 자식의 밝은 미래로 이어지지 않고, 집세와 사교육비,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현실을 하나둘씩 바꿔 나가겠다.

당장 1월부터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에서부터 ‘공정’의 신호탄을 쏘겠다.

사랑하는 이들이 집 문제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현실은 비극이고 고통이다. 부부합산 소득 1억 미만 신혼부부에게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이나 임대주택을 지원. 자가로 집을 구입할 여력이 있는 분들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신혼부부가 해당된다.

청년에게 시간과 기회를 지원하는 ‘청년수당’도 내년 3만 명, 3년간 10만 명까지 대상을 확대한다. 지옥고에 시달리는 청년 4만 5천 명에게 월 20만 원씩 10개월간 월세도 지원할 예정이다. 부동산 불패신화를 끝내고 땅이 아닌 땀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부동산 ‘국민공유제’도 서울부터 실천하겠다.

가칭 ‘부동산공유기금’을 조성해 환수된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시민과 서울 경제에 재투자하고, 공시지가 현실화를 위해 서울시에 ‘부동산가격공시지원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임신, 출산, 보육, 돌봄에 이르기까지 ‘따뜻한 출발선’을 만들기 위한 투자도 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진다. 이런 복지의 강화가 혁신·성장·분배의 선순환구조를 이뤄낼 것이다. 또, 혁신 창업을 지속해 ‘미래먹거리’의 출발선을 새롭게 만들어 가겠다.

서울시버스사업조합과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의 2차 노동쟁의조정 회의에서 합의안이 도출된 지난해 5월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서종수(왼쪽부터)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피정권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오길성 조정회의 의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본래 준공영제라는 것이 일정한 재정 지원을 전제로 해서 탄생한 것이다. 안 그랬으면 옛날에는 돈만 되는 노선만 운영을 하니 시민들이 그동안 불편했다"며 "다만 재정 지원이 들어 간다. 가장 이상적인 제도는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준공영제를 공영제로도 바꾸려고 하면 차고지, 버스 등을 매입해야 한다. 예산이 엄청 들어간다"며 "공영제를 하면 뉴욕처럼 서비스질이 형편없을 수 있다. 준공영제가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제도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사진_뉴시스)
서울시버스사업조합과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의 2차 노동쟁의조정 회의에서 합의안이 도출된 지난해 5월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서종수(왼쪽부터)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피정권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오길성 조정회의 의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본래 준공영제라는 것이 일정한 재정 지원을 전제로 해서 탄생한 것이다. 안 그랬으면 옛날에는 돈만 되는 노선만 운영을 하니 시민들이 그동안 불편했다"며 "다만 재정 지원이 들어 간다. 가장 이상적인 제도는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준공영제를 공영제로도 바꾸려고 하면 차고지, 버스 등을 매입해야 한다. 예산이 엄청 들어간다"며 "공영제를 하면 뉴욕처럼 서비스질이 형편없을 수 있다. 준공영제가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제도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사진_뉴시스)

부동산 임대차 관련 정부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어떤 정책을 고려하는지

시민들에게 내 소유의 집이 아니라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다.

현재 전세 임차인의 실거주기간은 평균 3.4년(*2018 국토교통부 주거 실태조사)인데 2년마다 갱신되는 전세계약으로 인해 세입자들은 계약일 6개월 전부터 집주인에게 전화가 올까봐 불안해한다고 한다. 집주인이 전화하는 이유는 십중팔구 보증금을 올리겠다는 이야기거나 계약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입자들의 아픈 현실이다. 초등 6년, 중고등 각 3년인 학제에 비추어 보면 2년은 너무 짧고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지자체장에게 임대차 관련 권한이 이양된다면 서울시는 갱신청구권을 도입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최소거주기간을 5년으로 늘릴 수 있다.

제가 취임 이후 줄곧 주장해왔듯이 임대료 인상률 제한 권한을 지자체장에게 줘야 한다. 얼마 전 베를린 시장은 5년간 베를린 시내 임대료 동결조치를 취했다. 뉴욕이나 파리나 웬만한 도시도 시장이 임대료 인상률 제한 권한을 갖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 R&D혁신허브를 방문해 자율주행차 시연에 참여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양재 R&D혁신허브를 중심으로 '강소연구개발특구(강소특구)'로 지정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며 "양재 R&D(연구개발) 혁신허브를 중심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5대도시 안에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양재 R&D혁신허브는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핵심인 AI를 중심으로 창업클러스터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며 "뿐만 아니라 홍릉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여의도 핀테크랩 등을 운영하며 창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새로운 창업과 혁신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가 공간문제 등은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사진_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 R&D혁신허브를 방문해 자율주행차 시연에 참여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양재 R&D혁신허브를 중심으로 '강소연구개발특구(강소특구)'로 지정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며 "양재 R&D(연구개발) 혁신허브를 중심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5대도시 안에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양재 R&D혁신허브는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핵심인 AI를 중심으로 창업클러스터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며 "뿐만 아니라 홍릉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여의도 핀테크랩 등을 운영하며 창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새로운 창업과 혁신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가 공간문제 등은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사진_서울시)

서울을 글로벌 창업도시 Top5로 만들겠다는 선언을 했는데 성과는

지난 1년, 서울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혁신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혁신창업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공간, 투자, 판로지원 등을 아낌없이 제공했다.

고맙게도 많은 성과와 좋은 평가들이 있었다.

홍릉과 양재, 여의도를 포함한 혁신창업의 주요 거점지에는 약 2만 4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기업 공간이 추가로 확충되었고, 혁신창업기업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제품을 상용화 할 수 있는 공동시설들이 생겨났다. 해외 IR, 판로지원을 통해 140여개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했으며, 200여 개가 넘는 기업들의 테스트베드가 되어주었다. 나아가 글로벌 기업들의 입주가 늘어나고 있으며, 글로벌 악셀러레이터들이 속속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2020년 서울은 거대한 혁신 생태계 조성이 우리 경제의 미래라는 확신을 갖고 다시 한 발 나아가려 한다.

올해에도 서울은 미래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산업 클러스터의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 양재, 홍릉, 마곡, 상암, 구로G밸리 등 6대 융합신산업 거점에서 문화관광서비스, 디지털 컨텐츠, AI, 바이오메디컬, 핀테크 등 신산업분야의 창업과 R&D를 적극 지원하겠다.

또 서울시내 주요 캠퍼스타운을 창업 전진기지로 육성함으로써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의 최선봉에 서겠다. 반드시 서울시가 서울의 미래 먹거리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 창출의 챔피언이 되도록 하겠다. 재능을 가진 청년 누구라도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도시, 낙수효과가 아니라 분수효과를 거두는 포용의 도시를 만들겠다.

다가오는 1월 7일에는 미국의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우리 스타트업들의 해외진출 발판을 마련하고, 해외투자유치와 미래먹거리를 찾는 일에 매진하고자 한다.

미세먼지가 계속 문제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대책은

미세먼지는 시민의 삶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21세기형 재난’이자 시민의 건강, 생명과 직결된 ‘민생과제’다.

2017년 대한민국 최초로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미세먼지 비상저감대책’과 같은 강력한 조치로 범국가적 미세먼지 대책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면, 이번엔 한층 더 본질적 대책인 ‘미세먼지 시즌제’로 예방적 대처에 착수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집중되는 겨울철부터 봄철까지(12-3월) 교통, 난방, 사업장 부문의 미세먼지 배출 총량을 줄이는 대책을 집중 시행, 고농도 발생 빈도 자체를 줄이고자 한다.

특히, 초미세먼지 배출원 중 국내원인의 1/4을 차지하는 교통부문에서 공공기관 차량2부제 의무화, 시영주차장 주차요금 최대 50% 할증 등 다각도 대책을 시행 중이다. 단, 시즌제의 핵심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의 경우 대책의 근거가 되는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라 완전한 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는 국회가 재난이 된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직시해 하루 빨리 미특법을 통과시켜줄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지속가능 교통물류발전법’을 근거로 시가 자체적, 선도적으로 준비해 온 ‘4대문 안 녹색교통지역 내 5등급 차량운행 제한’을 실시 중이다. 단속을 시작한 첫날, 400여 대가 적발됐는데 2주 만에 위반차량이 50% 넘게 급감하는 등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 중이다.

자치구 예산설명회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정치권이 오히려 적극 권장하고 함께해야 할 현장 행정을 고발한 것은 주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전형적인 정치공세다.

서울시의 예산설명회는 납세자 주민들에게 새해 확장재정예산안 편성내용을 직접 설명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다시 정책에 반영해 예산집행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매년 1월 자치구별로 개최하는 신년인사회를 참석하는 것 대신 보다 주민들과 밀착해 소통하고자 한 노력의 일환이다.

선관위 협의를 통해 법에서 규정한 테두리와 절차 안에서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환담을 나누기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 시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환담을 나누기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 시장은 "스웨덴을 방문해 교육, 복지, 토론문화 등 많은 것을 배웠다"며 "스웨덴 여러 도시와 교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스웨덴은 그동안 여러 자연에너지를 활용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세계적인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이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6·25 전쟁 당시 참전하고, 한국의 공공의료시스템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것에 대해 국민 모두 감사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뢰벨 총리에게 명예 서울시민증을 수여한 후 직접 디지털시장실 시연에 나섰다. 박 시장은 디지털시장실을 통해 재난안전 상황, 건설현장 상황 등을 직접 선보였다.(사진_뉴시스)

하고 싶은 말

새해에도 여전히 서울시정의 1순위 과제는 ‘경제’이고 ‘민생’이다.

특히 구조화·고착화된 불평등사회를 혁신하는데 가능한 모든 힘을 다하겠다. ‘공정한 출발선’으로 우리 사회 곳곳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나갈 것이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조적 문제를 푸는 결정적 열쇠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출발선’ 문제에 있다고 본다. 적어도 출발선만큼은 같아야 한다.

올해 본격적으로 확대한 청년출발선 지원, 신혼부부 주거출발선 지원, 부동산 불평등, 자산격차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제안 등이 대표적이다.

삼양동 옥탑방 한 달 살이 이후 도출한 ‘강북우선투자 해법’, 비정규직 정규직화, 근로자 이사제 등의 ‘노동존중특별시’ 정책도 마찬가지다. 성장과 개발 시대의 오랜 기간 누적되고 고착화된 불공정의 질서를 하루아침에 바꾸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의 과제다. 서울시부터 본격화하겠다. 공정한 출발선에 대한 투자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 그 가능성을 증명하고 공정시대로 향하는 새로운 변화의 마중물을 마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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