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속에 우리네 삶의 소중한 시간과 감성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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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속에 우리네 삶의 소중한 시간과 감성이 묻어난다
  • 남윤실 기자
  • 승인 2008.10.2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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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유의 서정성과 서양의 사실적 묘사가 절묘하게 조화

 

▲ 2008인사아트센터전시작품 1
▲ 2008인사아트센터전시작품 2

‘색다른 소재선택과 표현으로 이목 끌어’
유재광 작가는 전통의 혁신적 계승을 통해 시대의 미감과 특유의 개성을 일궈낸 작가라는 점에서 특이성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치열한 실험과 탐구작업으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작가에 초점을 맞췄다. 옛 기법이나 양식이 단순한 전승에 머물지 않고 민족전통과 사회현실의 접점을 독창적으로 모색해가는 화가다. 그런 그가 지난 8월 ‘rod-光’이라는 주제로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열었는데, 나무를 바탕소재로 하여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택해 한국적이면서도 서양적 기법을 잘 살린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회가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나무를 바탕소재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유재광 작가는 “나무는 우리네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나무에 바쁜 일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 주고 건강을 이롭게 하는 등 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선사해 줍니다. 이렇게 소중하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나무를 소재로 사용한다면 친숙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참신한 작품이 탄생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무에는 결이 있기 때문에 작가가 표현하려는 그림과 색채를 얻기까지 많은 인내와 노력이 따른다. 유재광 작가는 나무를 바탕소재로 선택했지만 나무가 수분을 먹으면 변형이나 뒤틀림, 썩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많은 고심 끝에 나무의 변질이 최대한 덜 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 유재광 작가는 옛 기법이나 양식이 단순한 전승에 머물지 않고 민족전통과 사회현실의 접점을 독창적으로 모색해가는 화가다.

유 작가의 작품은 특히 소재의 전통성과 동·서양기법이 모두 사용돼 독특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것은 작가의 혼과 정성이 고스란히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평생을 시골 풍경과 그의 마음속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던 망향의 정념을 담은 작품으로 시종했다. 무엇인가를 노려보고 있는 고양이,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강아지, 살아 움직이듯 나풀거리며 날고 있는 배추흰나비 등을 소재로 한 서민적 감각의 예술적 승화와 그 속에 짙게 깔리는 작가의 소박하면서도 철저한 인생, 그리고 ‘자연 관조’의 화면 분위기 및 그 정신성을 신선하면서도 독특하게 창출되고 있다.
유재광 작가는 “한국 작가들은 실력은 세계 어느 나라 작가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납니다. 하지만 전통의 토대 없이 서구적인 것만 무조건 맹종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안타깝게 느낍니다. 작품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해 외국인들이 한국작품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더 많은 관심을 갖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유재광 작가의 작품에 대해 김연주 철학박사는 “그을린 나뭇결의 아이콘은 이렇게 우리에게 주어진 세월을, 그 속에서 살아나가는 우리의 소중한 사람을 시각화 시키고 있습니다. 나뭇결은 작가에 의해 시간을 빠르게 혹은 느리게 느끼도록 해 주는 그 자체의 표현력으로 화면 전체를 결속 시키고 있습니다. 그을린 나무 위의 고양이, 나미, 매화와 같은 아이콘은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삶을 견뎌내는 우리들의 모습을 표출하고 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우린 대개 예술가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품고 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마주치게 되는 예술가들은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으로 지쳐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그러나 유재광 작가는 화가로서의 마음의 행복과 예술가다운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자유로운 예술인으로 살아가게 될 그에게 앞으로 온전히 화가로서 살아가게 될 삶에 대한 기대가 더 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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