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칼럼] 정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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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칼럼] 정치는 현실이다
  • 이동우 전북논설실장
  • 승인 2019.12.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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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전북논설실장(정치학박사) 이동우
시사매거진 전북논설실장(정치학박사) 이동우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묵은해(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이다. 영원에서 영원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잠시 육신을 빌려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있는 인생임을 생각할 때, ‘해넘이’축제, ‘해맞이’ 축제 등의 모습은 늘 낯설다.

한국정치와 정치리더십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필자이지만, 이해하기가 어렵고 알 수 없는 것이 현실 정치다. 알고 있듯이 2020년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지는 해이다. 한국정치현상 탐구를 일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 더 없는 학습기회가 또 온 것이다.

하는 일 중 한가지가 정치컨설팅인 까닭에 도움을 청하거나 자문을 구하는 전현직 정치인과 정치지망생이 많다. 그 중 어떤 사람들은 정치가 냉혹한 현실임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구름 위를 걷고 있는 사람’이 있고,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도 있으며, 또 ‘자기최면에 걸린 사람’도 있다. 답답하고 측은하기까지 하다.

이같은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다음과 같다. 이들은 일단 주변사람, 친구, 동창, 모임회원, 가족 등에게 본인이 출마해 보겠다고 의견을 개진한다. 이렇게 나름의 여론(?)조사를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립서비스’를 한다. ‘도와주겠다’, ‘정치자금으로 돕겠다’, ‘당신 같은 사람이 정치해야 한다’ 등등.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이렇게 나오면 당사자는 쉽게 착각한다(그러나, 실제로 살다보면 자신도 못 믿을 때가 많은 것이 인생 아니던가) 자신이 출마하면 모두가 지지자 내지는 동조자뿐이라고 확신에 찬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 이제 냉정히 따져보자. 선거에서의 투표는 유권자인 타인(남)이 후보자의 소속 정치집단(당)과 정치철학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후보자의 이력과 경력, 혹은 공약과 비전 등에 마음이 움직여 자발적으로 투표장에 가서 정확히 기표를 해야 겨우 한 표이다. 이 한표한표가 모여서 수천수만 표가 되어야 하고 그 표가 경쟁후보 보다 많아야 당선되어 현실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한표한표가 남의 호주머니에 있다면 몰래 훔쳐올 수도 있지만,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 훔쳐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유권자는 투표를 할 때 수많은 변수에 의해 한표를 결정한다. 단순하게 친구라서, 같은 학교동문이라서, 같은 고향사람이라서, 같은 종교를 갖었다고, 같은 조상후손이라고 한표를 주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결국은 사람들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어느 정치조직(당)에 향해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흔히 ‘민심’이라한다) 그 민심이 머물고 있는 집단(당)의 공천을 받아야만 당선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다. 혹시 민심이 머무는 집단이 없다면, 집단을 초월하여 유권자의 욕구를 충족시킬만 한 충분한 역량을 소유하고 있는 무소속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을 것 아닌가.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만석이면 4만2천여 명이라 한다. 도시선거구의 경우,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려면 몇 만표가 필요할는지 모른다. 그 많은 표를 돈을 준다고 모을 수 있겠는가, 모두들과 악수했다고 표를 주겠는가, 후보자 자신이 그들보다 얼마나 유능하다고 표를 몰아주겠는가?

또 한가지,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이미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캠페인에 나선 후보자 주변의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냉정하게 사심없이 충고해 줘야 한다. 정말 진정한 친구이고 지인이라면 속된 말로 ‘뺨’을 때려서라도 말릴 일은 말려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그 사람을 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일본 정치 금언에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낙선하면 명예잃고, 건강잃고, 돈잃고, 인심잃고.. 잃을 게 너무 많다.

정치는 정말 냉혹한 현실이다. 이미 출사표를 던진 사람과 이후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은 냉철하게 자문(自問)하기 바란다.

“나는 공인(公人)으로서 선공후사(先公後私)할 자질이 있는가? 수신제가(修身齊家)에 흠은 없는가? 공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있는가? 나의 출마로 인하여 주변(특히 가정)에 민폐가 되지 않는가?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할 역량이 있는가? 왜 내가 꼭 출마해야 하는가?”

인간은 누구나 ‘지족지분(知足知分)’하는 삶이 자신과 가정 그리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지름길임을 잊지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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