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제주=김광수 기자] 국내 먹는 샘물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지방공기업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창사 24년만에 터져나온 파업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제주삼다수 공장 생산라인은 완전히 멈춰섰고, 감귤가공공장도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제주도개발공사 노조는 지난 24일 제주도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이 이뤄지지 못하자 26일부터 27일 새벽까지 최종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되자, 전격 파업에 돌입했다.
노사는 이번 단체협상에서 ▲임금 인상을 비롯해 ▲공장 24시간 가동에 따른 야간수당 인상 ▲성과 장려급 지급 ▲명절 상여금 지급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교섭을 벌여왔다.
이번 협상 결렬에 대해 노조측은 사측의 무성의한 협상과 '잦은 입장 변경'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사측은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 규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조측에 따르면, 이번 단체협상 과정에서 노조는 명절 상여금 120%와 성과장려금 180% 지급, 임금 31% 인상 등을 요구했고, 전날(26일) 협상 과정에서 상여금 20% 및 임금 4.2% 인상, 복리후생비 5.7% 지급 등으로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
노조 관계자는 "잠정 합의가 이뤄진 후 사측이 뒤늦게 법령 위반을 들며 우려를 제기해 그 부분을 노조가 수용하겠다고 했음에도 협상이 중단됐고, 외부 위원 중재로 이뤄진 최종 교섭에서도 사측이 제시한 명절.성과상여금 포기 등의 제안을 받아들였음에도 결렬됐다"고 밝혔다.
노조측은 사측이 입장을 자꾸 번복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며, "지금 경영진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움직임을 하고 있거나, 경영진이 단체협약을 할 의지가 전혀 없음에도 부당 노동행위를 회피하기 위해서 형식적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제주도정을 지칭한 것으로, 도정의 개입으로 인해 사측의 입장번복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반면 개발공사는 "지방공기업법 관련한 예산편성 지침을 지키지 않을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공사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공사 경영진은 오늘 새벽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해 임했으나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면서 "행정안전부 예산편성 지침 등 지방공기업법 관련 법규에서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난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파업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도록 하겠다"면서 "단체교섭을 순조롭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이러한 상황에 오게 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공사가 다시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와 협상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경수 사장은 27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체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파업사태로 이어지게 된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파업사태로 삼다수 공장과 감귤 가공공장의 가동이 모두 중단되면서 삼다수 공급과 비상품 감귤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삼다수의 경우 현재 개발공사에 비축된 물량이 11만2000톤 정도로, 유통사인 광동제약이 절반 정도 확보하고 있어 당분간 매장 공급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물량 부족사태에 직면하면서 유통.공급망에 큰 혼란과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보다 심각한 문제는 감귤가공공장이다.
올해산 제주감귤이 가격 폭락으로 전국적 소비촉진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상품 규격감귤까지 시장격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장이 멈춰설 경우 비상품 감귤 처리는 대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공용 감귤의 경우 하루 1500톤 가운데 개발공사가 최대 700톤을 처리해 왔는데, 단 며칠만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그 누적 양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어 심각한 처리난이 우려되고 있다.
강경구 개발공사 경영기획본부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실적으로 삼다수와 감귤가공공장 운영은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 "삼다수 공장은 1월2일까지 설비 정비하는 기간으로 했고, 현재 재고 물량은 한두달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감귤가공공장은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감귤 가공처리 문제가 매우 심각해 관계기관과 협력해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이날 제주감귤 가격하락 대응책에 대한 현안보고 회의에 이어 개발공사 관계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감귤가공공장 중단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아울러 오경수 제주특별자치도 개발공사사장은 파업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