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완화 및 법령 개정으로 보험권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 보험 금융플라자 도입과 함께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은행 외에 다른 금융투자회사들도 지급결제기능이 시작되면 보험사에서 펀드, 보험, 입출금 등의 원스톱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프랑스 악사, 영국 아비바, 독일 에르고 등 외국계 보험사들이 속속 한국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점도 향후 보험시장 지각변동을 예상케 한다.
교보생명 채널기획팀에서 근무하는 송명동 부장은 “최근 보험시장은 선진국처럼 비전속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조직이 대규모 연합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며 “올해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간 교차판매가 보험시장의 새로운 과제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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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손보 간의 교차판매와 함께 앞으로 시행될 자본 시장통합법 등으로 금융시장의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리먼브러더스 사태까지 더해 금융시장의 변화에 각종 금융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교차판매 실시, 생·손보 간 치열한 경쟁 예고
지난 8월 30일 교차판매가 실시되면서 생·손보 간 영역의 붕괴로 통합보험 상품이 봇물을 이루는가 하면 보험설계사들의 쏠림 현상 등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보험사들은 잇따라 사망과 질병, 상해 등 여러 위험에 대한 보장을 1개의 상품으로 묶은 통합상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통합보험은 각종 보장 내용을 한데 묶어 놓은 보험상품으로 지난 2003년 12월 손해보험업계가 처음 출시했다. 상해로 인한 사망과 3대 질병에 대한 실제 지출 의료비를 보상하는 등의 리스크 보장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가장 1명이 가입한 뒤 배우자나 자녀 등을 추가해 가족 단위로 보험을 관리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담보나 특약을 중간에 추가하거나 제외할 수 있다. 개별적으로 가입할 때보다 20~30%가량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생명보험사들은 종신보험과 같은 성격의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는 모습니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생보사들은 일반사망과 질병사망 등을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통합보험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종신·정기보험을 주계약으로 하고, 치명적 질병(CI)이나 중풍·치매 등 장기 간병치료비 등을 추가로 보장해준다.
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은 모두 우연한 사고에 대비해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준비한다는 개념은 동일하지만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은 핵심영역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이 내놓은 통합보험상품은 한 번에 다양한 보험 선택이 가능하고 여러 개로 나눠서 가입할 때보다 20~30%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과거 각각의 보장내역에 따라 다르게 들어야 했던 보험을 한 번에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불필요한 보험상품까지 연계 구매가능 한 ‘보험쇼핑’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회장은 “정액형과 실손형이 한꺼번에 합쳐졌다는 것은 중복보장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각각의 담보나 기간·가입자 수·필요한 상품 등을 꼼꼼히 따져 꼭 필요한 부분만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뿐만 아니다. 교차판매 시행으로 같은 계열 보험설계사들의 제휴관계는 강화되고 있다. 보험설계사 시장은 예전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교차상품 판매 수수료를 주는 보험사로 지원이 몰린다. 교차판매 이후 보험설계사 중 일부는 고객에게 상품을 해지하도록 한 뒤 자신이 맡고 있는 보험상품에 재가입하도록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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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차판매가 실시되면서 생·손보 간 영역의 붕괴로 통합보험 상품이 봇물을 이루는가 하면 보험설계사들의 쏠림 현상 등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같은 계열 보험설계사들의 제휴관계는 강화되고 있고 있으며 보험설계사 시장은 예전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
자통법 시행, 너도나도 대형화·전문화를 구축
오는 2009년 2월이면 자통법이 전면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대형화·전문화를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자통법은 규제개혁을 통해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를 통해 자본시장의 신뢰성을 높여 자본시장의 빅뱅을 유도하고, 간접금융 위주의 우리 금융시장을 균형 발전하도록 하도록 하는 취지다.
자통법은 ▲동일한 금융기능을 수행하면 동일한 규율을 적용하는 기능별 규제로의 전환 ▲6개 금융투자업무의 내부겸영을 허용하는 등 업무범위의 확대 ▲금융투자상품을 법률의 규율대상으로 포괄하고 금융투자회사의 취급가능 상품과 투자자보호 대상을 확대하는 포괄주의 규제로의 전환 ▲투자권유제도의 도입, 이해상충 방지체제 마련, 발행공시 적용범위 확대 등 투자자 보호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자통법으로 은행이나 보험의 국공채 창구 판매, 산업은행 회사채 인수 등 은행·보험사 등 겸영금융투자업자는 현재 수행하고 있는 금융투자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도록 단립단위로 인정된다. 자통법 시행으로 은행은 지점망 및 온라인 채널을 통한 고객접점의 확보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투자상품 및 보험상품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를 토대로 소매금융을 보다 확대할 가능성 높다.
하나금융연구소 정중호 연구위원은 “미국에 가까운 금융제도를 가진 한국은 내년 자통법을 통해 자본시장을 키우고 앞으로 은행, 보험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UB(Universal Bank)로 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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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경우 지급여력비율뿐만 아니라 공적 예금보험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어 해약 쇄도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AIG의 부실이 국내 보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리먼 몰락, 보험중심 금융그룹모델 주목
미국 금융계가 신용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리먼브러더스 몰락으로 보험중심의 금융그룹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보험 금융그룹은 투자은행에 비해 자산운용이 보수적이고 보험계약자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업무, 예금 업무, 퇴직연금을 매개로 한 자산운용서비스 등에 한정하고 있어 지나치게 높은 위험은 회피하는 보수적 전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푸르덴셜 금융서비스 그룹의 경우 모두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21억 5,700만 달러의 이익을 시현했으며 모기지 보증과 관련된 손실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지주회사 미국 메트라이프 생명은 2008년 상반기 이익규모가 20억 5,300만 달러로 전년 23억 9,300만 달러 대비 감소했지만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았으며 ING는 주거용 모기지(RMBS) 관련 투자에서 6,000만 유로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민환 연구위원은 ‘AIG의 부실 원인과 보험산업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메트라이프, 푸르덴셜, ING 등 세계 유수의 보험지주회사의 경우 AIG와 같은 유형의 재무악화가 나타날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급여력비율뿐만 아니라 공적 예금보험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어 해약 쇄도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AIG의 부실이 국내 보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G생명은 지난 9월 16일 미국 AIG의 유동성 위기설과 신용등급 하향 조정 소식이 전해지자 AIG 한국지점은 대량 해약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콜센터로 해약 문의가 폭주하고 실제 해약건수도 평소 150~200여 건보다 3배나 많은 600여 건에 달했으나, 다음날인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AIG에 지원키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AIG 지점을 찾는 방문자수가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최근 리먼브러더스 사태 후 증권·보험업에서도 ‘현금유동성’을 중요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보험권이 증권보다는 현금유동성 면에서 뛰어나 시장 변동성에도 안전하기 때문.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사들이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으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도 “자본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보험시장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질 것”이라 내다봤다.
한편, 최근 리먼브라더스 사태, 증시 침체 등 갖가지 이유로 세계 경제가 침체일로를 겪으며 변액보험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보험 전문가들은 적립식 변액보험은 지금이 가입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는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시적인 증시 침체는 오히려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이를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라 하는데 이는 자금을 펀드에 한꺼번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매월 투입함으로써 주가가 하락할 때 하락한 주가에 대해 투자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고 향후 주가 상승시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말한다.
펀드슈퍼마켓, 온라인 판매사 등 새로운 판매채널 등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