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칼럼] 인구절벽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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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칼럼] 인구절벽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 이동우 전북논설실장
  • 승인 2019.12.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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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同雨 전북본부 논설실장(정치학박사)
李同雨 전북본부 논설실장(정치학박사)

[시사매거진/전북=이동우 논설실장] 경제 예측전문가이며, 기업가인 미국 ‘해리 덴트’(Harry Dent)는 저서 「인구 절벽」에서 ‘구매력이 정점에 이르는 45~49살 연령대의 인구가 줄어들 경우, 경제 전반적인 소비가 급감한다’는 분석을 했고 이렇게 소비가 급감하는 현상을 ‘인구절벽’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경제현상을 인구론적 측면에서 접근하는데 ‘일본의 장기불황’과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을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다고 분석한다.

‘덴트’의 주장은 단순 명쾌하다. 인구가 많으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경기가 살아난다. 거꾸로 인구가 줄면 소비가 줄고, 경기가 죽는다.

그는 이런 인구측면의 문제를 연령대별 소비지출 성향을 통해 경제 문제로 지적하면서 주택·자동차·가구 등 600여개 품목에 걸쳐 연령대별 소비지출 변동을 실제증가분으로 분석해 미국 평균 가구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시기는 나이가 ‘45~49세’일 때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생애 주기별 소비지출에 주목한 그는 한국인도 ‘47살’에 소비가 정점에 이른다는 견해를 도출했다. 그는 한국의 소비지출이 2010~2018년에 정점을 찍고, 소비가 가장 왕성한 연령대가 줄어드는 2018년부터 한국 경제에 ‘인구절벽’이 어른거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텐트’가 우리나라의 ‘인구절벽’을 경고한 해가 바로 작년이다.

‘인구절벽’이 곧 ‘소비절벽’으로 이어지는 건 미국과 일본이 이미 실증적으로 경험했다. 미국의 소비가 정점을 찍은 시점은 2003~2007년으로 금융위기 폭발 직전까지였고 일본의 소비 정점은 1989~1996년이었다.

1989년 이래 일본의 장기불황과 미국이 진앙지가 된 2008년 금융위기도 인구절벽에 따른 소비지출 추락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출산 인구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49년이고 이 사람들이 47세가 되는 해, 즉 1996년에 일본의 소비 흐름이 정점을 찍었다.

‘덴트’는 한국 경제가 ‘일본을 정확히 22년 뒤따라 간다’는 견해를 내 놓았다. 한국이 호황과 불황, 부동산, 산업화 주기 등은 일본을 22년 뒤처져 따라가는 경향이 있고, 인구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출산 인구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81년이고 이는 정확히 일본보다 22년 늦은 시기. 이들이 가장(家長)의 나이 47세가 되는 해가 바로 2018년 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덴트’가 여러 상품 미래 가격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주장하는 45~49살 한국 인구를 보면, 이 연령대는 1960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8년 정점(436만 2천명)에 이른 뒤 가파른 감소세 ‘인구절벽’으로 돌아선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게이오대(慶應大)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본이 가장 어려웠던 지난 20년 동안 일본에서 교수를 한 서울대 국제대학원 ‘김현철’교수도 ‘덴트’의 주장에 동의한다.

(전략)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근본 원인은 바로 ‘인구절벽’이다. 일본은 1996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했고, 우리(한국)는 20년 시차를 가지고 내년부터 인구가 준다. 인구가 줄면 어떤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 올해부터 1가구 1자녀 정책을 버렸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개념이 없다.

젊은 인구가 줄면 술집이 문을 닫고, 커피숍, 노래방도 줄고, 미용실도 준다. 일본도 거리의 상점 하나하나가 비더니 나중에 통째로 사라졌다.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내수기업 중심으로 매출이 준다. 매출이 줄면 기업은 임금과 고용에 손을 댄다. 이미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개인과 기업 소득이 줄면 정부의 세입이 줄고 재정적자가 확대된다. 이 악순환이 무서운 복합불황, 곧 잃어버린 20년이다.

지난 60년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태가 곧 닥친다. 요즘 3포(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세대, 7포세대 운운하지만 취직 안 된다는 학생들이 4,000~5,000원짜리 원두커피를 폼 잡고 마신다. 이거 한 끼 밥값이다. 억대 결혼식에 억대 전세(?), 일본은 여학생도 다 아르바이트 하고 ‘지미콘’(地味婚)이라는 거의 돈안드는 결혼식을 한다. 해외 신혼여행이 어디있나. 지방 온천에 잠깐 다녀오는 것이 신혼여행의 전부다.

그리고 월세 100만 원 짜리에서 시작한다. 자동차는커녕 일본 젊은이들은 아예 운전면허도 없다. 나중에 결혼해 자동차가 꼭 필요하면 경차를 산다. 자동차 왕국 일본은 경차가 40~50%다. 우리는 중·대형차가 40~50%다. 우리는 부자만 버블(거품)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버블이다. 빨리 저성장시대에 맞춰 살아야 한다.

(후략)

세계적 석학들이 똑같이 주장한다. 우리가 그냥 건성으로 듣고 쉽게 지나쳐버릴 일이 아니다.(자료참조: 한겨레 뉴스, 곽인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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