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는 전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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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거는 전쟁이 아니다.
  • 오운석 기자
  • 승인 2019.11.20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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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역에 잘 맞는 인물, 바람 몰이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려면 제발! 총알, 조직 운운하며 최고의 영웅이 될 사람의 기를 꺾지 말라!
선거는 후보가 민심을 알아가고, 진지하게 민심을 얻어가며 자신과 싸우면서 한발 한발 꿈을 향해 나아가는 대장정인 것이다.
오운석본부장(사진_시사매거진)
오운석 본부장(사진_시사매거진)

[시사매거진/전북=오운석 본부장] 선거꾼이라는 사람, 선거 좀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입에서 나온 말!

선거는 전쟁입니다.

그러니 총알(돈)과 군대(조직)가 있어야 합니다.

“후보님은 얼마나 준비하셨나요?”

선거가 전쟁이란 말을 쓴 어록을 아직 찾아보진 못했으나 선거란 민심을 얻어가는 준엄한 작업 정도로 알고 있는 필자에게는 ‘정치 모리배’의 말 정도로 이해가 된다.

선거전쟁! 영화에서 좋은 소재거리로 나오곤 하는 단어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총알이 있어야 하고, 조직이 잘 돼 있어야 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맹신하면 망할 수도 있는 말이기도 하다.

선거판에서 흔이 나오는 말이 있다. 선거는 바람이다. 바람아 불어다오! 원하는 후보도 많다.

이 바람! 우리 국민들이 무시무시하게 느꼈던 선거 바람, 그것은 황색 바람이었다. 민주투사 김대중 선생의 황색 바람, 아니 황색 돌풍이란 말이 적절하다.

80년대 후반, 평민당 소속 총선 후보들은 황색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 되었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지역은 국민의 당 소속 국회의원 후보들의 초록색 바람이 불어 거의 싹쓸이하는 바람이 불었다. 소위 안철수를 등에 업은 초록색 바람이었다.

그래서 총알과 조직만 믿어도 안되다는 말이다.

혹자는 “그걸 누가 모르나? 유권자들이 문제지!”라며 한탄한다.

유권자가 문제다? 바다에 떠 있는 배가 침몰하는 것도 바닷물이 문제인가? 그렇다면 바닷물이 없다면 어찌 배가 바다에 떠 있을 수가 있을까?

이미 정치꾼들이 유권자를 향해 금품 살포 등을 지속적으로 자행해 습관화된 것이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이 양심을 팔았다거나, 영혼을 팔아먹은 건 결코 아니다.

지난 선거판들을 보면 총알과 조직을 무력화시키며 쉽게 이기는 것은 바람이었다.

바람이 무서운 후보는 실력이나 정책보다 정당이나 계보, 누구 계열 등등으로 갑옷을 두벌 세벌 두껍게 입은 사람이다. 동네 싸움에서 손에 칼을 든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계파에서 배제되거나 손에 든 칼을 빼앗기면 힘을 못쓴다. 왜? 애당초 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돈과 조직만 믿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람의 근원은 어디일까?

과거 지역감정 바람이 우리 국민의 가슴에 가장 큰 폐해를 입히고 아직도 그 망국적 지역 바람이 살아 있다. “우리가 남이가?” 한마디, 그게 바람의 시초였다면 황색, 초록색 바람의 원천은 "인물"이었다.

국민들이 속으로 열망하던 "인물"이 나타나면 총알도, 조직도 필요 없을 정도로 돌개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은 유권자가 돈을 줬을 때 한 번쯤 받았을진 몰라도 양심을 팔아먹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사례들이다.

유권자는 현명하다는 말이다. 민심은 천심이란 말이다. 국민은 내일의 행복을 진심으로 원한다는 말이다.

그 지역에 잘 맞는 인물, 바람 몰이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려면 제발! 총알, 조직 운운하며 최고의 영웅이 될 사람의 기를 꺾지 말라!

돈이 없어도 세력이 없어도 그 사람의 인품과 국가관, 봉사정신, 전문적 소양 등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 오히려 정책으로 눈물을 흘리게 하는 감동적이고 충성스러운 사람, 누구누구 계파니 머니 하는 구태와 손잡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은 질풍,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대부분 조용히 묵묵히 자기일을 하면서 나라를 걱정하고 자기를 내 세우지 않는 사람이다.

자. 이제 유권자는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해야 하고, 고민해야 한다면 무얼 고민해야 할까?

후보의 인물 됨됨이나 정책을 평가할 때, 자신에게 돌아 올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는 유권자! 나와 사는 정도, 재력 정도, 수준 정도의 지위를 생각하지 않는 유권자! 나의 이기적 선택이 자칫 시군, 대한민국 전체, 내 지역 사람들에게 화를 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줄 아는 유권자! 금품을 주면 받지 않는 유권자!

특히, 소수 정당이나 초야에 묻힌 사람들이 당당하게 출마하여 유권자들 앞에서 정책을 이야기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리더로서 덕목을 갖췄는지 판단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줄 줄 아는 유권자! 가 되어야 한다.

선거는 전쟁이 아니다. 돈을 물쓰듯하는 난봉꾼 판이 아니다.

선거는 후보가 민심을 알아가고, 진지하게 민심을 얻어가며 자신과 싸우면서 한발 한발 꿈을 향해 나아가는 대장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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