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대왕은 1443년(세종 25년) 12월에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 더욱 길고 다음어서 1446년(세종 28년) 9월 상순에 이를 세상에 널리 알게 하였다. 오른쪽 3번째 그림은 훈민정음을 반포하는 광경이다.
한글날은 기념일도 공휴일도 아닌 국경일이다. 국경일은 1949년 10월 1일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기 위해 국가에서 법률 제53호로 제정하고 공포 한 날로 이때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이 국경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한글날은 2005년 12월 8일 제256회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국경일로 지정하는 ‘국경일에 관한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비로소 2006년 국경일로 지정 되었다.
한글날이 5대 국경일이 되기까지 그 길은 순탄하지 않은 가시밭길이었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이름의 우리글자 한글이 국경일이 제정된 1949년에서 57년이 지난 후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었음이 이를 증명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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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8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단순한 기념일로 격하되었다. 이에 한글 학회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과 단체가 그 부당성을 제기해 2005년 12월 8일 국무회의에서 한글날을 다시 국경일로 확정,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국경일 한글날
1926년 음력 9월 29일 조선어 연구회(오늘날의 한글 학회)는 일제 강점기 우리말과 우리의 역사를 적어, 이 땅의 주권을 되찾고자 한글 반포 8회갑(480년)을 맞이하여 잔치를 베풀고 이 날을 ‘가갸날’로 선포하였다.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잡은 것은「조선왕조실록」권 113 세종 28년(병인) 9월 상순 “이달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지다(是月訓民正音成).”라는 기록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당시에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 하면서 배웠기 때문에 ‘가갸날’이라고 한 것이다. 당시는 아직 ‘한글’이라는 용어가 널리 퍼지기 전이었다. 이후 여러 해 동안 신문 지상 등에서는 ‘가갸날’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는데, 차차 ‘한글날’로 부르게 되면서 ‘한글날’로 굳어졌다.
광복을 맞아 한글 학회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에 ‘세종 28년 9월 상순’이라고 적혀 있어 이를 바탕으로 상한의 끝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10월 9일을 한글날로 확정했다. 1946년 10월 9일 한글 반포 500돌을 맞이한 우리 정부는 뜻 깊은 이 날을 공휴일로 정하고 덕수궁에서 기념식을 갖으며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겼으나, 1990년 8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단순 기념일로 격하되었다.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유는 주 5일제 근무의 확대 그리고 공휴일이 많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이에 한글 학회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과 단체가 그 부당성을 제기하고 한글날의 바른 위상 정립을 위해 기울인 값진 노력과 정성에 힘입어, 2005년 12월 8일 국무회의에서 한글날을 다시 국경일로 확정,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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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화를 핑계로 우리나라는 지금 한글 보다 영어를 중요시 하는 풍조가 일고 있다. 영어로 수업하는 민족사관학교와 국제중학교 등 우리나라 교육은 어느 순간부터 영어가 국어 보다 우선시 되어 왔다. |
조촐한 잔치 한글날, “언제인지 몰라요”
한글날은 국경일이지만 공휴일이 아니어서 쉬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한글날은 2006년 국경일로 공포 되었지만, 공휴일이 아닌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글날이 국경일로서 그 위상을 높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분위기는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 하물며 우리나라 국민 중 한글날이 10월 9일인지, 또한 국경일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여서 이러한 심각성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중학교 3학년인 한 학생은 “한글날이 국경일가요? 근데 왜 공휴일이 아니죠?”라며 “국경일이면 대부분 공휴일이잖아요. 그래서 더 그 의미가 있는데 왜 한글날만 그런지 궁금하네요”라며 한글날이 국경일인지, 심지어 날짜가 언제인지 모르는 친구도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글날은 국경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으로 대통령령에 따라 공휴일이며,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에서도 온 국민이 국기를 다는 날로 정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한글날은 국경일로 되었으나 아직까지 공휴일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아이들은 국경일인 한글날에 대해 더욱더 모르고 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초등학교 한 교사는 “한글날은 공휴일이 아니게 된 이후로 학교에서도 행사가 거의 없어 졌다. 대부분 공휴일이 아니기에 아이들이 더욱더 모르고 있는 것”이라며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한글날에 대한 의식과 자부심을 심어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한글날이 공휴일이 되기 전까지 대부분 모르고 지나칠 것이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대학교 4학년인 김군은 “한글날 행사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며 “기념식이 있다고 해도 참여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의문이다. 정부와 단체들만이 축하하는 것 같다”며 한글날과 관련된 행사의 홍보성부족과 관심을 갖는 국민 수의 저조함 그리고 대한민국의 큰 잔치가 아닌 조촐한 잔치에 불과 하다는 것을 여실히 말해 주고 있다.
지난 달 한나라당 홍장표 의원은 한글날을 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국회로 냈다. 홍 의원은 “한글날은 국경일로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경제논리나 정치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면서 “다음 세대까지 국경일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성이 있어 법안으로 냈다”고 설명했다. 한글이 국경일로서 앞으로 공휴일이 되어 국민들에게 더욱더 그 의미를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자음과 모음을 어우르면 못 낼 소리가 없는 가장 발달된 과학적인 음소 문자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그 우수성을 더욱더 알리기 위함이라는 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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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을 가르치는데 힘썼으며, 우리글 연구에 평생을 받친 주시경 선생은 독립기념관에 새긴 ‘주시경 선생의 말씀 비’에 한글에 대해 ‘글은 말을 담는 그릇이니 이지러짐이 없고 자리를 반듯하게 잡아 둗게 선 뒤에야 그 말을 잘 지키나니라’고 말하고 있다. |
세계 속의 한글, 그 스물 넉자의 우수성과 위대함
세계 속 한글에 대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소설 대지의 여류작가 펄벅은 “한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세종대왕을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며 극찬했다.
그런가 하면 시카고 대학의 메콜리 교수는 비록 자신이 미국사람이지만 매년 우리나라의 한글날인 10월 9일이 되면 이날을 기념해 빠짐없이 한국 음식을 먹으며 지내고 있다고 1996년 한 방송사의 인터뷰를 통해 전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96년 KBS1 뉴스를 통해 ‘몇 년 전 프랑스에서 세계 언어학자들은 한 자리에 모이는 학술회의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학자들은 참가하지 않았는데, 그 회의에서 한국어를 세계 공통어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이 있었다’고 보도 되었다.
이렇게 그들이 한글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세계 속에서 한글이 배우기 쉽고 간결하며 과학적인 문자이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로 대한민국의 문맹률이 낮음이 그 증거이다. 미국에 널리 알려진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리지 1994년 6월호「쓰기 적합함」이란 기사에서 학자 레어드 다이어먼드 씨는 “한국에서 쓰는 한글이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 면에서 특히 돋보이므로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이며 “한글이 간결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극찬했다.
또한 클린턴 대통령 임기 시절 미국의 한 신문사는 ‘21세기는 정보화 사회다. 즉 정확한 정보의 양과 질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현재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국가적 목표로 내세우는 것도 문맹의 퇴치이다. 현재 읽고 쓸 줄 아는 미국인은 고작 79%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쉽고 간결한 한글 덕분에 문맹률 0%라는 경이적인 기록에 육박한다’며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낮음을 이야기 했다. 이는 문맹의 퇴치를 위해 노력한다는 말과 함께 우리 한글에 대한 우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사다. 이렇듯 우리의 말을 담는 한글은 세상의 그 어떤 문자보다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을 가지고 있어 문맹률이 낮은 것이다. 이러한 한글은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UN은 문맹에게 글을 깨우칠 수 있게 하여금 이를 깨우친 이에게는 매년 10월 9일 ‘유네스코 세종대왕상’을 수상하고 있다.
한글이 이처럼 칭송을 받는 이유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글자 가운데서 만든 사람, 시기, 동기, 그리고 그 효용성을 뚜렷이 알 수 있는 유일한 글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글의 우수성 중 우리나라 고유의 독창적이며 과학적인 글자를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국보 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에 따르면 우리의 말을 담는 한글이 왜 과학적인 글자인지 더욱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자음의 경우 한글은 가획의 원리를 덧붙인 것이다. 모음의 경우는 우주의 근본이 되는 하늘, 땅, 사람을 본떠서 기본 글자를 만들고 이를 조합한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한글을 반포한지 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핸드폰이란 작은 공간에서 이러한 원리로 모든 글자를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가장 한글이 위대하다고 칭찬하는 이유 중 하나는 특히 우리 한글이 소리말로 가장 정확하고 쉽게 적을 수 있는 글자이기 때문이다. 경북대학교 국어교육과 임지룡 교수는 “근본적으로 한글은 말소리의 가장 작은 단위인 음소를 글자 단위로 삼았다. 소리 말과 달리 글자는 가치 우열을 갖는데, 그 기준은 소리 말을 적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로 정확하고 편리한가에 달려 있다”며 “그런 기준에서 볼 때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글자이다. 이점을 정인지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서 보면 한글은 소리 말을 적는 데 있어서 가장 빼어난 글자이며 한글이 익히기에 매우 쉽고 간편한 글자임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가 인정하고 민족의 역사와 얼이 담긴 우리글의 우수성을 정작 우리는 지금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 행복한 글자 살이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글자를 외면하고 다른 나라 글자에 푹 빠져 그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영어교육 우선시 하는 정부 국어교육이 우선시 하라
세계화를 핑계로 우리나라는 지금 한글 보다 영어를 중요시 하는 풍조가 일고 있다. 영어로 수업하는 민족사관학교와 국제중학교 등 우리나라 교육은 어느 순간부터 영어가 국어 보다 우선시 되어 왔다. 대학들은 앞 다투어 영어 강의를 얼마만큼 늘리겠다는 걸 자랑으로 입시설명회를 계획해 발표 하고 있다. 한자가 우선시 되었던 시대나 영어가 우선시 되는 지금이나 무엇이 다른가.
이러한 일은 점점 한글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없이 세계화를 부르는 곳에 춤추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5일 YTN뉴스에서 전국영어마을 지난해 212억 4,500만 원 적자라고 보도됐다. 영어마을의 적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최대 규모인 파주영어마을이 57억 4,900만 원으로 적자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인천시 영어마을 45억 9,800만 원, 안산 영어 마을 20억 등 19개 영어마을을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에 대한 국무 총리실은 “일부 지자체가 교육수요, 지리적 분산, 적정 규모 등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 없이 영어마을 조성에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허접한 맛 만보는 영어마을에 쏟아 부은 212억 4,500만 원이란 숫자가 참으로 우리의 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선구자들 앞에 한 없이 고개가 숙여 진다.
지난 8월 31일 한글학회 김승곤 회장은 100돌을 맞아 우수한 자국 언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어가 영어보다 홀대를 받는 현실을 지적했다. “영어를 잘해야 출세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미국에 가서 박사학위를 받아야 국회의원, 장관도 하지 않냐”며 “어릴 때부터 한글을 철저히, 제대로 배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애국심이 심겨진 후 다른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늦지 않다”며 고유 언어인 한글을 사랑하며 사용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한글을 가르치는데 힘썼으며, 우리글 연구에 평생을 받친 주시경 선생은 독립기념관에 새긴 ‘주시경 선생의 말씀 비’에 한글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말은 사람과 사람의 뜻을 통하는 것이라. 한 말을 쓰는 사람과 사람끼리는 그 뜻을 통하여 살기를 서로 도와주므로 그 사람들이 절로 한 덩이가 되고, 그 덩이가 점점 늘어 큰 덩이를 이루나니, 사람의 제일 큰 덩이는 나라라. 그러하므로 말은 나라를 이루는 것인데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 이러하므로 나라마다 그 말을 힘쓰지 아니할 수 없는 바니라. 글은 말을 담는 그릇이니 이지러짐이 없고 자리를 반듯하게 잡아 둗게 선 뒤에야 그 말을 잘 지키나니라. 글은 또한 말을 닦는 기계니 기계를 먼저 닦은 뒤에야 말이 잘 닦아아지나니라. 그 말과 그 글은 그 나라에 요긴함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으나, 다스리지 아니하고 묵히면 덧거칠어지어 나라도 점점 내리어 가나니라.’
2008년 10월 9일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백성들의 언어 소통을 위해 한글을 만들어 반포한지 562돌이 되는 날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한글은 세상 어떤 문자보다 우리가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한글로 글자 살이를 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생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땅히 우리 모두가 한글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깨달아 국경일로 한글날을 맞이해 다시 한 번 더 강조 할 것은 한글은 우리민족 문화의 근간이며, 민족정신의 핵심이며, 민족 사회의 보물이라는 점이다. 또한 한글에 대한 의식을 곱씹으며 남의 글자에 홀렸던 마음을 바로 잡는데서 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