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칼럼] 물갈이와 물고기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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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칼럼] 물갈이와 물고기갈이
  • 이동우 기자
  • 승인 2019.11.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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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시사매거진전북본부기획논설실장(사진_시사매거진)
이동우 시사매거진전북본부 기획논설실장

경기도 이남지역에서 많이 불리는 것으로 알려진 “각설이타령”은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라는 흥겹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노랫가락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이 각설이타령을 정치에 대입시켜 보면, 아마도 선거 때만 되면 죽지도(잊지도) 않고 나오는 황당한 지역개발사업과 ‘사탕발림’식 선심공약일 것이다. 여기에 각 정당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또 하나 있으니 바로 현역 ‘물갈이’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이 4일 15명으로 이뤄진 21대 총선기획단을 꾸리며 본격적인 ‘물갈이’에 시동을 걸면서 태풍 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5명의 총선기획단에는 윤호중 사무총장 외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포함됐다.

민주당에서는 지금까지 내년 4월 총선에서 ‘물갈이’ 대상이 현재 128명인 현역 의원 중 3분의 1에 가까운 최대 40명 선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과정에서 총선기획단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는 자진 불출마자를 ‘물갈이’ 대상 모수(母數)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물갈이’ 대상이 이달 23일 끝나는 당내 의원평가에서 하위 20%에 해당하는 25명에서 크게 늘어나게 된다. 현재까지 민주당에서는 이해찬 대표, 이철희, 표창원 의원 등 3명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의원은 3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 중 21대 총선 불출마자가 15~20명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불출마자를 최대 20명으로 가정하면 나머지 108명 중 하위 20%인 21명이 물갈이 대상이 된다. 결국 자진 불출마자와 강제 ‘물갈이’ 대상을 합하면 40명 안팎이 된다는 얘기다.

한편 자유한국당에서는 김태흠 의원이 5일 영남권과 서울강남권3구’에서 3선 이상 지낸 의원의 용퇴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중진들이 솔선수범해 내년 총선에 불출마 선언하거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는 등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영남권, 서울 강남 3구 등 3선 이상 선배 의원님들께서는 정치에서 용퇴를 하시든가 당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원외 전·현직 당 지도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며 “당의 기반이 좋은 지역에서 3선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졌다면 대인호변(大人虎變)의 자세로 새로운 곳에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태세로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이 정치인의 올바른 행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상진 한국당 신정치혁신특위 위원장은 ‘물갈이’가 최대 50%까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20% 물갈이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저희는 사실 20%는 적다. 지난 총선을 역대로 보면 어느 총선에서든 초선 의원들이 한 40% 됐다”고 말했다.

제17대 국회에서 현재 제20대 국회까지 초선의원의 비율은 50%가 넘는다.

이미 수치상으로는 ‘물갈이’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선거 때만 되면 ‘각설이타령’ 처럼 죽지도 않고 ‘물갈이타령’을 반복한다. 자, 이제 냉정하게 따져보자. 우리가 지금까지 ‘물갈이’로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은 ‘물갈이’가 아니다. ‘물고기갈이’가 정확한 표현이다.

물갈이는 정당의 공천 제도를 고쳐야 비로소 물갈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바꾸는 ‘물고기갈이’를 ‘물갈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각 정당이 지금까지 해온 ‘돈 공천, 계파공천, 밀실공천, 전략공천’ 등으로 대변되는 구태를 타파하고 ‘완전국민경선제’와 같은 공천시스템의 대 개혁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물갈이’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하는 자료에 의하면 지금도 어김없이 국민들의 60% 이상이 ‘현역 국회의원의 교체에 찬성한다’고 전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물갈이’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당은 여전히 ’물고기갈이‘에만 열중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프랑스 정치철학자 토크빌(Tocqueville)과 고대 그리스 정치사상가 플라톤(Platon)이 우리에게 모범 답을 알려준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 토크빌. “정치에 무관심한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 플라톤.

혐오를 넘어 무관심의 대상이 되어버린 이 나라의 정치개혁, ‘참여민주주의’만이 가장 정답에 가까운 모범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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