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주 KTF 사장 구속…
비자금조성 정치권 제공여부 수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갑근 부장검사)는 지난 9월 22일 납품업체로부터 25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KTF 조영주 사장을 구속했다. 조영주 사장은 이날 KTF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홍승면 영장 전담 판사는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사안이 무거우며, 수사 진행 상황에 비춰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중계기를 납품하는 협력사 B사 대표 전 모 씨에게서 납품 청탁과 함께, 차명 계좌와 친인척 명의 계좌를 통해 50여 차례에 걸쳐 25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구속된 B사 대표 전 모 씨가 하청업체에 물품 대금 명목으로 돈을 송금했다가 차명계좌로 돌려받거나 다른 하청업체로부터 투자금을 받는 방식으로 회사돈 61억여 원을 빼돌린 사실도 확인하고 이 돈이 조 사장 외의 KTF 임직원이나 정·관계 인사에 건네졌는지도 추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정치권 일각에서 조 사장이 지난 참여정부 청와대 실세 등에게 정치자금을 조달했다는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조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을 정치권에 제공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고교 동문인 조 전 사장을 통해 부당한 인사청탁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수석도 조만간 소환될 것으로 전해져 참여정부 핵심 인사 등까지 수사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검찰이 KTF 외에 다른 대형 통신업체도 유사한 방식으로 석연찮은 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檢 칼끝 참여정부 실세 겨눴다?
지난 5월부터 공기업 비리수사로 출발한 검찰수사의 칼끝이 전(前) 정권시절의 실세 정치인들을 서서히 겨냥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물 유출 의혹을 시작으로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였던 정상문·홍경태 씨의 건설공사 수주 외압의혹, 강원랜드 압수수색, 프라임그룹 비자금 의혹 등 일련의 과정이 참여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인 홍경태 전 청와대 행정관은 대우건설이 2005년 발주한 부산신항 북컨테이너 부두공사의 배후용지 조성공사 일부 구간을 토목전문 건설업체인 S사에 주도록 박모 전 대우건설 사장에게 부탁해주는 대가로 브로커 서모 씨로부터 5억 원의 부채를 탕감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 중앙지검은 최근 부산시 녹산산업단지 산업폐기물 매립장 건설과정에서 1,600억 원대 부정 특혜대출이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검찰은 매립장을 건설한 폐기물업체인 ‘부산자원’과 여기에 대출해준 산업은행,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관리공단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부산자원에는 참여정부 장관 출신 2명의 동생이 몸담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업과정에서 정권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게다가 최근 들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출국금지된데 이어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KTF 조영주 사장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설까지 나오자 친노세력과 민주당은 표적수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민주당은 “현 정권이 무리한 수사로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사정을 벌이는 것은 비열한 짓”이라면서 “이번에 노무현정부가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이 최근 오픈한 ‘민주주의 2.0’을 통해 표적사정에 대한 반박 등 입장을 밝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친盧ㆍ민주당 "前정권 표적·보복수사 중단하라"
당초 일부 비리기업과 공공기관을 겨냥했던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칼날이 전(前) 정권과 정치권 등 지방권력에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확대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인사들에까지 뻗어나가자 친노세력과 민주당이 “‘기획사정’, ‘보복 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주변 인물을 뒤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참여정부 시절 고속성장 한 기업은 일단 모두 수사대상이라는 설까지 공공연히 떠도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가 지나 9월 16일 민주당 내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만 15명 내외”, “A의원이 잠적했다”는 사정괴담(司正怪談)이 돌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덜덜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정권과 관련 있는 기업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9월 10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마련한 당 상임고문단 오찬에서 ‘보복사정’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참석자의 전언을 빌어 한명숙 전 총리와 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이 “전 정권과 관련 있는 기업들은 일단 모조리 뒤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주변을 모두 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당 원로들이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사정 대상과 폭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9월 15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난 노무현 정권의 핵심도 아니었는데, 내 주변을 캐고 있는 게 느껴진다”면서 “정치적 행동이 크게 위축된다”고 말했고, 다른 재선 의원은 “수사선상에 오른 15명 안팎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 대표는 ‘표적 수사’에 대해 강력을 총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뜻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는 장관과 검찰총장 해임건의안 등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안희정 최고위원은 최근 회의에서 “민주정부 10년간 단절됐던 정치보복 행위가 한나라당에 의해 부활되고 있다”면서 “검찰과 국세청이 되돌리지 말아야 할 역사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선의 권력기관 관료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정권 5년 동안 그렇게 자신이 있느냐”며 “5년이 지난 뒤 정치보복의 사이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나. 참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이광재 의원도 “한국정치의 최대 폐해 중 하나였던 정치보복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친노 성향인 백원우 의원도 9월 22일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전 정권에서 없었던 표적수사, 보복수사를 벌이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이 정권이 끝나고도 이런 일이 반복돼도 된다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했다.
백 의원은 “이 정부는 지난 6개월 동안 이전 정권의 정책을 송두리째 바꾸려 했지만 제대로 바뀐 것 없이 무너져 가고 있지 않나”라며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오류를 솔직히 인정해야 하는데 이 정부는 국가적 아젠다에 대해 남 탓만 하고 있어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유정 대변인 역시 “전 정권에 대한 먼지털이식 표적수사는 중단돼야 한다는 민주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행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해야 할 기업인을 무조건 출국금지부터 시켜놓고 ‘아니면 말고’식의 정치보복성 수사를 강행하고 있는 검찰의 태도는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여당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두어야 할 일은 무차별적인 표적사정과 공포분위기 조성이 아니다”라며 “검찰은 근거 없는 표적사정을 즉각 중단하고, 정부여당은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2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노무현 정권과 유착되었던 기업은 노무현 정부 때는 수사 자체가 불가했다.”면서 정권 교체 후 수사가 이뤄지는 데 대해 옹호론을 폈다. 홍 원내대표는 “그게 세상의 민심”이라고 전제, “정권이 바뀌니깐 (유착 의혹기업의) 비리 제보가 검찰에 흘러갔고, 검찰은 수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특정기업에만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검찰이 처음부터 그 기업을 찍어가지고 수사를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야권의 표적 수사 의혹을 일축했다.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도 “구정권 10년의 적폐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며 “지금 상황을 ‘야당탄압’이니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반박했다. 차 대변인은 “어디 20건 뿐이겠는가? 기대하시라. 더 많은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며 “권력의 보호 속에서 10년간 꽁꽁 숨어 있던 비리들이 속속 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가 다음에 보복당하면 어떡할 거냐고 걱정해 주시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며 “우리는 나쁜 짓 안하기 위해 정권교체했다. 혹시나 우리 중에도 누군가 그런 짓하면 반드시 처벌하라”고 일축했다.
檢, ‘지역토착·고위공직자 비리’ 고강도 사정 수사
검찰이 지역토착 비리와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해 집중적으로 사정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18일 “검찰의 4대 중점 수사 대상 가운데 상대적으로 미진했다고 판단되는 지역토착 비리와 고위공직자 비리를 집중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9월말까지 강원랜드 수사 등 공기업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후부터는 토착 비리 등의 수사에 검찰 인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검찰은 그동안 지자체 인사와 관련한 비리 첩보를 꾸준히 수집해 왔으며, 최근 서울시의회와 광주 북구의회 의장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지방의회 지도부 선출을 둘러싼 비리도 수사 대상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검찰 수사 진행을 지켜보며,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비리 관련 정보를 수집·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는 매관매직·선거비리·건설비리 등 토착비리의 유형들을 예로 들면서 “현재 자료를 수집 중”이라며 “앞으로 본격적으로 사정국면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채진 검찰총장 역시 지난 9일 수원지검을 방문해 “고위공직자 비리와 지역토착 비리의 척결에 검찰의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일부 광역시장 및 도지사, 시장 등 지자체장과 시·도의회 의원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전면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는 ▲지자체 고위 관계자와 개발업자의 유착 ▲지자체 발주 공사와 관련한 뇌물 수수 ▲유흥업소 단속 관련한 금품 수수 ▲지역 공단 및 택지 개발 인허가 관련 뇌물수수 등이 검토되고 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지난 9월 20, 21일 이틀에 걸쳐 전국 지청장 38명을 만나 “수사를 할 때는 반드시 사법절차를 지켜야 하고 인권침해가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 총장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며 “꼭 필요한 물건만 압수수색하고 법원에 증거제출 할 물건이 아니면 복사한 뒤에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절차적 적법성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임 총장은 최근 불거진 표적수사 등의 논란에 대해 “외부에서 검찰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은 우리 검찰 내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줘야 한다”며 “오해를 방치하면 사실인 것처럼 보여 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총장은 “기업수사는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기업체를 압수수색할 땐 꼭 필요한 물건만 가져와야 하며 법원에 증거로 제출할 물건이 아니면 복사한 뒤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