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이후’ 北, 절대권력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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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이후’ 北, 절대권력자는 누구
  • 정연생 기자
  • 승인 2008.10.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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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중병說, 국내외 정세에 상당한 변화 가져올 듯

 

‘김정일 국방위원장 중병說’ 일파만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출혈 또는 뇌일혈로 수술을 받았다는 ‘중병설’이 국내·외 정보당국에 확인되면서 북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세계 유력 내외신은 각국 정부당국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수주전 이미 쓰러져 수술을 받았다며, 그의 유고 때 북한 내부에 권력투쟁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는 6자회담은 물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저해하는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美워싱턴 포스트(WP)는 지난 9월 10일자 신문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를 집중 보했다. WP는 특히 김 위원장 후계를 둘러싼 권력 다툼 가능성과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을 비중 있게 다뤘으며 ‘김정일 다음은 누구?’라는 제목 아래 김정일의 사진과 가계도를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의 세 아들과 장성택 등 친척들의 근황을 바탕으로 후계 가능성을 짚어 봤다. WP는 이어 “김정일이 죽거나 거동이 불가능해지면 미국 주도로 추진해 온 북핵 제거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며 “그가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난달 14일 이후 북한이 갑자기 영변의 핵시설 복구를 선언한 것은 (김정일의 공백으로 인한) 권력 투쟁이 전개 중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 Fox뉴스 TV는 지난 12일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 수술 이후 상태가 더 악화했고, 미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병세가 빨리 회복 중이라는 한국정부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미국 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CNN방송도 지난 11일 김정일 위원장의 뇌수술 및 건강 문제를 집중 보도하면서, 그의 유고 때 가능한 후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북한 문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일 아들들에 대해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미국 중앙 정보국에서 근무한 헤리티지 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에서 “현재 우리가 모두 소문을 쫓고 있다. 즉 김 위원장이 회복하고 있다느니, 발작을 겪고 있다느니, 전신불수니 혹은 반신불수니 하는 등등의 소문이 그렇다. 현 시점에서 우린 소문의 진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지는 11일 “김 위원장의 유고 때 북한 내부에 권력투쟁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는 6자회담은 물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저해하는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보(新報)도 이날 국제면에 “김 위원장의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향후 북한 핵문제 해결에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의 와병설이 국내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9월 1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성호 국정원원장의 보고 때문. 국정원은 “최근 김 국방위원장이 순환기 계통에 이상이 발생해 치료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국회 정보위 간사를 맡고 있는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도 “김 위원장이 지금은 집중적으로 치료를 하여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는 첩보도 있다”면서 “지난 8월14일 이후 수술을 했으며 몸은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12일 김 위원장의 정확한 건강 상태에 대해 “양치질을 할 정도의 건강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 반신불수 등 최악의 건강 상태는 아님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핵 6자회담 경제·에너지 실무그릅 북측 대표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 제기와 관련, 9월 19일 “우리나라 일이 잘되기 바라지 않는 나쁜 사람들이 하는 궤변”이라며 “그런 소리 아무리 해봐야 (우리는) 놀라지 않고 일심단결이 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계구도 여전히 안개 속…김정일 당분간 ‘병상통치’ 불가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는 94년까지 20년에 걸쳐 권력을 착실히 이양받았지만, 정작 자신의 세 아들인 정남, 정철, 정운 등은 후계자로 키우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몇 년 전에는 후계논의를 금지하라는 명령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게 뜻하지 않은 건강이상이 찾아오면서 후계자의 부재는 권력누수보다 더 큰 문제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구도로는 군부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당이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북한전문가들은 “지금 후계자가 지명된다 해도 안정적인 권력기반을 다지는데 시간이 걸리고 김 위원장도 건강 이상 탓에 후계자에게 충분한 힘을 실어주기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특히 김 위원장의 병세가 빨리 호전되지 않을 경우 특정인을 후계자로 옹립하려는 각 세력간의 암투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민간 정보분석기관인 CNA의 켄 고스 대외지도자 연구국장은 지난 9월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북한 당국은 올해 66살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등 유고시에 대비해서 나름의 위기대응 계획을 이미 마련해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그러나 “김정일 유고시 김정일 세 아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권력이 이양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한 뒤 “만일 아들 중 한 사람이 후계자로 떠오른다면 막후의 강력한 파벌세력의 명목상 지도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는 김정일보다 힘도 약하고, 최고 결정권을 갖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많은 대북 전문가는 현재 북한 동향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해 다시 거동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기동 국가전략문제연구소 남북관계실장은 “가장 중요한 군의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김 위원장은 당분간 병상 통치로 지도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이후 집무에 정식 복귀하면 북한 체제는 현재와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왕성하게 움직였던 김 위원장의 현장 통치는 아무래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北집단지도체제…장성택 권력장악”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일 위원장의 ‘병상통치’가 장기화되면 군부가 김 위원장이 사망할 때까지 집단지도체제 형태로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호주국립대 북한 문제 전문가 레니드 페트로브의 말을 인용해 “군부가 국가를 운영하면 김영남(83)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조명록(80)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개입하겠지만 권력구조 개편에서 젊은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들이 ‘캐스팅 보트’를 쥘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어 테크노크라트로는 노동당에서 군과 조직을 운영하는 리용철과 리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들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 장성택(62) 노동당 행정부장도 권력 투쟁의 유력한 핵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스탠퍼드대학 신기욱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장의 말을 빌려 “일본 제국주의 시스템처럼 김 위원장의 가족에게 북한의 상징적 권력을 주면서 군부가 직접 나서는 집단지도체제를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신 소장은 “이럴 경우 북한의 정치 불안이 당분간 목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년~5년 이내에 갑자기 건강상의 이유로 조기 퇴진하거나 쿠데타 등으로 권력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 북한의 정치체제는 최고지도자의 권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유일적영도체계’나 ‘집단지도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 실장은 최근 발행된 ‘북한학보 33집 1호(2008)’에 게재한 논문 ‘포스트(Post)-김정일 체제 전망 후계자 문제를 중심으로’를 통해 “누가 권력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통치 방식과 권력의 안정성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실장은 다수의 북한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김 위원장의 조기 퇴진 또는 실권 시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62) 당중앙위원회 행정부장이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장부장은 권력기관 곳곳에 측근들을 심어놨고 국가보위부와 인민보안성 등에 대한 행정적 지도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사시 권력을 장악하는데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인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실장은 “장 부장이 관장하고 있는 당중앙위원회 행정부는 군대에 대한 지도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중요한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정 실장은 이어 “누가 권력을 장악하더라도 과거 김 위원장이 누렸던 것과 같은 절대 권력을 향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 지도부 내에서 권력투쟁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장엽, “김정남이 北권력승계 유력…권력 군보다 당이 장악할 듯”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후 북한 체제는 군부가 아닌 당이 장악하고 후계자는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최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비서는 이달 초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과 만나 “김 위원장은 여단장급 이상의 군부 인사들을 철저하게 관리해 왔기 때문에 군부가 장악할 가능성은 낮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 의원이 지난 9월16일 밝혔다. 황 전 비서의 이 같은 주장은 ‘포스트 김정일’ 체제가 군부에 의한 집단지도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와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 “중국 정부가 김정남(37)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데다 김 위원장 매제인 장성택(노동당 행정부장)의 후원을 받고 있는 만큼 김정남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망했다. 장성택은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과거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다가 2004년 ‘권력욕에 의한 분파행위’를 이유로 업무정지 처벌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다시 김 위원장의 눈에 들어 다시 권력의 중심에 복귀, 실질적인 2인자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정보국에서는 장 부장과 부인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이 후계 구도에서 장남인 정남을 지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 전 비서는 또 포스트 김정일 체제와 관련, “김 위원장이 사망하더라도 그의 측근들이 이미 구축돼 내란 또는 무정부 상태로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며 “만일 무정부 상태가 발생한다면 중국 군대가 주둔할 가능성은 100%지만, 중국은 영토 야심이 없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미군도 함께 북한에 들어가 합동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북한을 개방하는 방식은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는 길이 유일하다”며 “중국도 이런 방안에 반대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김정일 사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김 위원장이 제대로 승계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실각하는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당·정·군 역학구도에 의해 상황을 장악할 수 있는 세력이 권력을 잡게 될 것”이라며 “승계 후보 중에는 장성택-김정남이 가장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백 연구위원은 “장성택의 경우 올해 초 당의 사회통제 임무를 담당하는 당 비서국 행정부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전성기 시대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며 “김정일의 자녀들이 권력을 승계할 경우 장성택은 김정남을 지원할 가능성이 많다”고 관측했다.

 

 

정몽준 “김정일 이후 ‘왕조의 몰락’”
“中, 북한 집단지도체제 대책 세우는 듯”

중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이후의 후계구도에 대해 ‘당과 군이 함께 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예상하고 있다고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 지난 9월 13일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등에서 최근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책임자급 관계자 등 중국 고위관리 및 공산당 관계자를 만나 면담한 내용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 관련 질문에 웃기만 하면서도 '당과 군이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결국 중국은 북한이 집단지도체제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왕조의 몰락’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최고위원은 최근 지인들에게도 “중국이 포스트 김정일 체제로 집단지도체제를 상정,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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