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를 기다리다 돌이 돼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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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기다리다 돌이 돼버렸네
  • 고기봉 기자
  • 승인 2019.10.2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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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바위의 슬픈 사랑

[시사매거진/제주=고기봉 기자] 제주 동부해안에 볼록 튀어나온 섭지코지는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해안풍경이 일품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는 성산일출봉이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절경에다 지난 2003년 TV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로 이름을 날리면서 연간 100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섭지코지의 섭지란, 재사(才士)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라는 뜻이며 제주 말로 ‘좁은 땅’이라는 의미이며, 코지는 육지에서 바다로 톡 튀어나온 '곶'을 뜻하는 제주방언이다.

섭지코지에는 어느 해안과는 달리 붉은 화산재 송이로 덮여 있고, 해안가에는 수많은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특히 '선돌바위'는 용왕의 아들과 선녀 간의 못다 한 사랑의 슬픈 전설도 내려온다.

전설은 ‘어느 옛날 용왕의 아들이 섭지코지에서 목욕을 하던 아리따운 선녀를 보게 돼 아버지에게 간청한 결과 혼인 승낙을 받았으나, 선녀와 만나기로 한 100일째 되던 날 갑자기 불어 닥친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로 선녀가 내려오지 못하면서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하자 슬픔에 빠져 선채로 바위가 됐다’는 내용이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용왕신의 아들의 애틋한 마음 때문인지 선돌 앞에서 사랑의 맹세를 하고 혼인을 하면 훌륭한 자녀를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러나 해발고도 33m의 ‘붉은오름’ 끝자락에 도드라지게 솟아 있는 선돌바위는 화산섬 제주도에 산재해 있는 360여개 기생화산(오름)의 심장부(?)를 드러낸 유일한 곳으로, 촛불에 비유하면 밝은 불빛을 내다가 꺼진 ‘심지’와 같은 곳이다.

지질 전문가들은 처음에는 선돌바위를 중심으로 둥그런 오름이 형성됐었으나 주변의 화산재 알갱이층이 파도와 바람에 의해 씻겨내려 육지쪽의 ‘붉은오름’은 크게 낮아지고 반대 방향인 바닷쪽은 완전히 사라져 지금의 형상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산읍 신양리 섭지코지의 선돌바위,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모습(사진 고기봉 기자)
성산읍 신양리 섭지코지의 선돌바위,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모습(사진_고기봉 기자)
섭지코지는 올인 촬영이후 100만명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는 관광지이다. 선돌바위와 등대, 멀리 바다의 배들이 항해하고 있다.(사진 고기봉 기자)
섭지코지는 올인 촬영이후 100만 명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는 관광지이다. 선돌바위와 등대, 멀리 바다의 배들이 항해하고 있다.(사진_고기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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