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41, 이도규(相孝) 초대전 '아픔과 고독이 응축된 조형 언어' 개최
상태바
갤러리41, 이도규(相孝) 초대전 '아픔과 고독이 응축된 조형 언어' 개최
  • 하명남 기자
  • 승인 2019.10.26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월 5일부터 11월 20일까지 갤러리41(강남구 삼성로 716, 2F)
From chaos to chaos, 112.1x162.1cm, 캔버스 위에 유채, 2019.
From chaos to chaos, 112.1x162.1cm, 캔버스 위에 유채, 2019.

[시사매거진=하명남 기자] 작가 이상효(李相孝)가 이도규라는 화명(畵名)으로 ‘황금빛 오후의 여정’의 새 디딤을 하고 있다. 이도규(相孝) 화가의 '아픔과 고독이 응축된 조형 언어' 23회 개인전이 11월 5일부터 11월 20일까지 갤러리41 초대로 열린다.

이도규(相孝)의 화면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색과 은색은 부유하는 원색들과 어우러지며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그 어우러짐은 충돌하는 욕망의 흔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드리핑dripping되며 생성되는 우연과 필연의 어우러짐은 존재 자체에 관한 성찰이기도 하다. 흐르다 이내 멈추어버리고, 다시 또 흐르기를 반복하며 생성되는 흔적과 침묵으로 자신의 내면을 조용히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그의 삶과 무관치 않다. 그에게 드리워졌던 죽음의 그림자를 떨쳐내기 위해 그는 10년의 세월을 기다렸다. 2번의 대수술을 견뎌내면서도 간간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그는 오랜 세월을 자신과 싸워오며 묵묵히 기다렸다.

이러한 삶의 궤적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품을 보면 작가의 수많은 손길이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작가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자신을 응시하며 세월을 기다렸으리라. 수많은 반복적인 행위가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단정하면서도 정제된 화면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의 아픔과 고독은 순수하고 응축된 조형 언어로 인해 순화되었다. 화려하지만 결코 자신을 뽐내지 않는다. 은밀하면서도 고상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금색과 은색의 화려함과 수없이 반복되는 행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정하면서도 정제된 느낌을 주는 화면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밀한 저 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아야 한다. 회화는 의식의 밑바닥에 침전된 순수한 자아를 들여다보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그가 말했듯이 그의 작품은 순수의식의 본질을 열망하는 투명한 명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작가 李相孝는 오랜 기다림 속에 이도규라는 화명을 지니고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다. 새롭게 태어나기를 열망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있다. 이제 자아를 찾아가려는 강렬하면서도 은밀한 유혹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순수의 시대를 갈망하는 그의 영혼으로 인해 어느새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아트디렉터 박수련

From chaos to chaos, 45.0x45.0cm, 캔버스 위에 유채, 2019.
From chaos to chaos, 45.0x45.0cm, 캔버스 위에 유채, 2019.

 

황금빛 오후의 여정 / 2019. 이도규(相孝)

오랜 세월을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며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모호하다.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고사하고 이젠 기다렸다는 사실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엇하나도 분명한 것이 없다. 눈에 보이는 것조차 믿을 수 없다. 그나마 필연과 우연이 어우러지는 세상, 인간이 지니는 인식의 한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하는 세상이라 생각하며 위안을 삼아 본다.

이러한 상황은 나로 하여금 ‘눈에 보이는 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서로 뒤엉킨 채 욕망을 감추고 있는 색(金色, 銀色)과 형상의 그림자가 내게로 왔다. 켜켜이 쌓아 올린 물감 층 사이에 존재하는 형상의 흔적들은 수없이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 생성되고 소멸하기를 거듭한다. 특히, 드리핑dripping 과정을 통해 일견 선(線)처럼 보이는 것들이 화면에 나타난다. 그러나 그것은 선이 아니다. 행위의 흔적이다. 반복적인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서 생성되는 틈이다. 산(山)과 산 사이에, 산과 물(水) 사이에, 사물과 사물 사이에 존재하는 여백(餘白)이다. 기(氣)가 흐르는 통로다. 그곳에 나와 당신의 숨결이 흐른다.

그곳에서 노닐며 어느새 저 깊은 잠재의식의 혼돈 상태를 체험한다. 하지만 고요하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니 어디에 있는지는 고사하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뭍인지조차 분간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모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틈 사이로 흐르는 숨결을 통해 색과 형상의 흔적들이 지닌 우연성과 가변성은 극대화된다. 그 극대화 과정에서 기(氣)가 생성된다. 운(韻)으로 기를 느낄 수 있다. 그 숨결이 비어 있는 공간을 통해 퍼져 나가며 ‘생동(生動)’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므로 “가시적인 세계와 비가시적인 세계 사이의 경계는 어디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나의 작업은 모든 것을 수렴하고 있는 카오스chaos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간적 밀도의 프로세스는 내면을 화면에 내재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자유인이 되기를 갈망하는 몸짓이기도 하다. 간혹, 그 체험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모두가 하나로 통합되는 더 높은 그 곳을 향한 것이기에 유쾌하다.

예술은 실패와 결핍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그렇다. 나에게 있어 실패와 결핍을 통해 무언가 이루려는 욕망은 필요충분조건이다. 또한 그 욕망으로부터 비롯되는 갈등은 언제나 나를 전율케 한다. 욕망 사이의 갈등이 모든 것을, 때로는 나의 존재마저 모호하게 하지만, 어느새 생동한다.

이제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 모두가 하나로 통합되는 더 높은 그 곳으로 가기 위해 또 다시 떠돌아야 한다. 이제 온몸으로 밀고 나갈 순간에 와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머리도 심장도 아니다. 온몸으로,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야 한다. 나도 여러분도 시작해야 한다. 자유의 과잉을, 혼돈을 시작해야 한다.

 

이도규 (相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同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스페인 국립 마드리드대학교(Complutense) 조형예술 박사과정 졸업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부교수

개인전 23회

1988 수화랑 (서울)

1989 녹색갤러리 (서울)

1990 수화랑 · 갤러리2000 (서울)

1991 가인화랑 초대전 (서울)

1992 후꾸오까 시립미술관 (후꾸오까, 일본)

1993 성담아트갤러리 초대전 (서울)

2001 조성희화랑 초대전 (서울)

2002 갤러리서화 초대전 (서울)

2003 박영덕화랑 초대전 (서울)

2004 SADI 갤러리 초대전 (서울)

2005 Ginza AS 화랑 초대전 (동경, 일본)

- 갤러리 타블로 초대전 (서울) -제14회 한국미술작가상 수상기념전-

- 갤러리 AKA SEOUL 출판기념 초대전 (서울)

2007 갤러리 아트나우 초대전 (경기도 고양시)

- 포항시청 전시실 (경상북도 포항시)

- 미소갤러리 초대전 (서울)

2008 Junglebook 갤러리 초대전 (경기도 고양시)

2010 진화랑 · 진아트센타 초대전 (서울)

2013 아트스페이스H 초대전 (서울)

2017 갤러리 창성동실험실 초대전 (서울)

2018 갤러리 소노아트 초대전 (서울)

2019 다도아트 갤러리 초대전 (서울)

2019 갤러리 41 초대전(서울)

국제 아트페어

마드리드(ARCO), 아트 시카고,上海, 시드니 아트페어, 화랑미술제,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

그 외 국제전 및 단체전 170여 회

수상

2004. 09 제14회 한국미술작가상

2006. 08 한국미술문화상 추천작가상

 

갤러리41, 이도규(相孝) 화가의 '아픔과 고독이 응축된 조형 언어' 초대전은 11월 5일부터 11월 20일까지 열린다. 오픈 리셉션은 11월 7일(목) 5시,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From chaos to chaos, 45.0x45.0cm, 캔버스 위에 유채, 2019.
From chaos to chaos, 45.0x45.0cm, 캔버스 위에 유채, 2019.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