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호 6개월 ‘수모의 시간’, 어떤 일 있었나
상태바
이명박호 6개월 ‘수모의 시간’, 어떤 일 있었나
  • 김정숙 기자
  • 승인 2008.09.03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교, 경제, 인사 등 총체적 난항에 지지도 추락

   

▲ 이명박 대통령이 출범한 지 6개월이 흘렀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이 바랐던 경제살리기는 더 멀어진 듯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원유, 광물, 각종 원자재와 식자재까지 전 세계적인 급등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최근 10년 간 유래가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물가가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로 인한 미국발 금융불안과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기 하강이 국내에까지 여파가 미쳤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은 촛불시위로 이어졌고 이는 정권에 대한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져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는 취임이후 최단기간에 최저로 떨어지는 수모도 맛보아야 했다.

   
▲ 여야 모두 이명박 정부의 최초 6개월의 국정운영이 혼란스럽고 힘든 기간이었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평가의 일치를 보였다.
대운하 건설, 747플랜 등 각종 공약이행에 난항
‘747 플랜’(매년 7% 성장,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10년 내 7대 강국)을 야심차게 내세웠던 이 대통령은 안팎의 악재 속에 출발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대통령 스스로 지난 8월 18일 공개된 미국 ‘야후’와의 인터뷰에서 “(747은)10년 내에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 후년에도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는 발언이었다. 한국은행이 생각하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4.5% 이하다. 일자리도 대선공약에서 밝힌 연간 60만 개 확대는커녕 올해 연간목표인 20만 개도 버거운 상태다. 지난달 일자리는 전년 동월 대비 15만 3,000개 증가에 그쳤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도 보류상태에 머물렀다. 대운하특별법 제정 추진 등 한때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으나 국민들의 강한 반대와 촛불정국 등이 맞물리면서 사실상 용도 폐기됐다. 지난 8월 19일 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 김성조 의원은 “당에서도, 정부에서도 대운하는 전혀 추진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공기업 민영화도 추진동력이 약화됐다. 정부 출범 초기에는 60∼70개의 공기업이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지난 11일 발표된 정부의 1차 선진화 계획에서는 공적자금 투입기업 14개를 포함해 27개에 불과했다. 앞으로 2, 3차 계획에도 민영화 대상 기업의 수가 많지 않을 것임을 감안하면 민영화 대상은 당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규제 혁신과 감세는 다른 부문보다는 비교적 공약 실천도가 높은 부분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국회에서 서비스산업 활성화, 토지이용 규제 완화, 대기업 투자제한 철폐 등의 입법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 완화는 현 정부가 참여정부 균형발전 정책을 큰 틀에서 지속하기로 함에 따라 뒷전으로 밀리는 형국이 됐다.
현재 국회에는 법인세율 인하, 연구개발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확대, 유류세 탄력 인하율 확대 등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들이 제출돼 있다. 종부세는 올해 손대지 않고 양도세는 시장 파급효과를 감안해 신중하게 인하를 검토하는 쪽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외관계에서도 ‘낙제점’… 돌파구 없어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새 출발을 다짐했지만 다른 어떤 분야보다 외교안보 분야는 여전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취임 후 6개월간 ‘MB 독트린’ 실천에 점수를 매긴다면 낙제점 수준이라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MB독트린이 제시한 한국외교의 7대 과제와 원칙은 큰 틀에서는 이상적이었으나 추진 과정에서 지난 정부와 무조건 달라야 한다는 ‘노무현과는 반대’기조가 강하게 작용했고, 내실 없는 실용주의까지 더해져 실책을 연발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는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통일부 등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질책으로 이어졌다.
MB독트린은 비핵·개방·3000으로 대변되는 전략적 대북 개방정책과 ▲국익을 바탕으로 한 실리외교 ▲한·미동맹 발전 ▲아시아 외교 확대 ▲기여 외교 강화▲문화 코리아 지향 등을 담고 있다. 이 중 비핵·개방·3000은 대북 정책을 남북 관계보다 북핵 문제와 연계시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새 정부 출범 후 6·15, 10·4선언 이행 여부를 둘러싼 갈등으로 남북 관계가 단절된 데다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까지 발생하자 비핵·개방·3000만 앞세워온 정부의 정책 부재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통일부는 비핵·개방·3000이 허울뿐인 공약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최근 자료집을 통해 3단계 이행계획을 밝혔으나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남북 간에 꽉 막힌 빗장은 42일째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현장조사에 응하기는커녕 금강산 체류 인원을 제한하고 정부 당국자들을 내쫓는 등 적반하장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북한은 핵신고 검증체계 마련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상황에 따라 갈팡질팡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대북정책의 무원칙성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4강과의 관계 개선을 내세운 ‘실용외교’도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일본은 ‘한ㆍ일 신시대’라는 양국 정상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중학교 사회 과목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문구를 넣어 한국 정부의 뒤통수를 쳤다. 중국은 이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외교부 대변인이 “한ㆍ미 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산물”이라며 우리 정부의 대미정책을 폄하해 결례외교 논란을 낳았다.
특히 이른바 4강(强) 외교에 치우치다 보니 아시아 외교와 기여 외교, 에너지 외교 확대는 아직까지 시동도 걸지 못하고 있다. 기여 외교와 관련, 정부는 최근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지난해 말 1인당 국민소득(GNI) 대비 0.07%에서 2015년까지 0.25%로 확대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국가 위상을 고려할 때 ODA나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등 기여 외교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란하기만 했던 자원개발도 별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5월 방문했던 아제르바이잔 이남광구 시추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도 거의 손을 놓은 상태이다.

 

   
▲ 이명박 정부 6개월 동안 가장 큰 인적 변화를 겪은 곳은 청와대다. 류 실장과 더불어 ‘우우익-좌승준’으로 불렸던 ‘실세’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을 비롯해 수석급 이상 9명 중 7명이 옷을 벗었다.

고환율 정책 ‘헛발질’, 물가상승률만 부채질
새 정부는 지난 6개월 동안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과 원자재가 상승, 그에 따른 국제 경기 하락에 시달렸다. 그러나 방향을 잘못 잡아 배가 더욱 흔들리는 상황을 맞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3.6%에서 7월 5.9%로 껑충 뛰었다. 한은의 물가 목표 범위인 3.5%를 훌쩍 넘어섰다. 고물가 시대의 주원인은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 이 대통령의 취임일인 2월 25일 배럴당 92.21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20일 기준 110.70달러로 치솟았다. 그러나 실용정부는 고유가 추세를 내다보지 못한 채 ‘고성장’ 구호에 매달리면서 고환율 정책이라는 ‘헛발질’을 했다. 취임 당시 949.9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1일 1054.90원으로 11%나 올랐다. 이는 고스란히 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연 30만 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출범 당시 실용정부의 구호 역시 약발이 다한 분위기다. 2월 21만 명 수준이던 신규 일자리 숫자는 지난달 15만 3,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등을 했지만 이는 일자리의 원천인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산업이 아닌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6개월 만에 7명 옷 벗어…‘촛불’에 청와대 타격
이명박 정부 6개월 동안 가장 큰 인적 변화를 겪은 곳은 청와대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창업공신’ 대다수가 불과 집권 넉 달여 만인 지난 7월 7일 물갈이됐다. 류 실장과 더불어 ‘우우익-좌승준’으로 불렸던 ‘실세’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을 비롯해 수석급 이상 9명 중 7명이 옷을 벗었다. 박재완 정무수석은 청와대에 남았으나 국정기획수석으로 말을 갈아탔다. 유일한 생존자는 이동관 대변인에 불과하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보좌관 출신으로, ‘왕비서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등 몇몇 핵심비서관들도 교체됐다. 쇠고기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민심 이반이 몰고 온 쓰나미다. 수석급 이상 9명 중 학자 출신이 5명이나 포진한 1기 참모진의 청와대는 전문성과 참신성은 높았지만, 국정 경험 부족에 따른 아마추어리즘의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정길 대통령실장 체제의 2기 참모진은 이 ‘한계’ 위에서 꾸려졌다. 맹형규 정무수석, 박병원 경제수석,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 정치인과 관료 출신 ‘프로’들이 대거 투입됐다. 이 대통령은 이들을 발탁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외쳤다. 그러나 창업 공신들은 비록 청와대를 떠났지만 ‘측근’이나 ‘실세’의 지위마저 내려놓지는 않은 듯하다. 김중수 전 경제수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발탁됐고, 곽 전 수석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으로 복귀할 태세다. 류 전 실장 역시 여전히 가까이에서 이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회복돼 30% 안팎까지 이르고 있다. 촛불시위가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10% 후반까지 떨어진 것에 비하면 많이 회복된 것이다. 이른바  보수성향 지지층이 되돌아오는 것으로 청와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이 대통령은 추석 이전까지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쇠고기 파문으로 미뤄뒀던 ‘MB표’ 정책과 개혁 과제들을 추진해 지지세 회복속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또 8.15 경축사에서도 밝힌 법ㆍ질서 확립에 대한 의지도 재차 강조하는 등 국정운영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 “이제는 행동할 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 20일 “정권출범 6개월이 지났고 그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꼈다”며 “이제 많은 것을 결심하고 행동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나라당 당직자 180여 명과 가진 만찬에서 “나는 이제 개인적으로 욕심이 없다. 모든 것을 털어 넣어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국가의 반석 위에 올려놓도록 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이제 경제에 전념할테니 여당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법치가 중요하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법과 질서가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겠다. 거기에는 예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여당 당직자들과 대규모 만찬을 갖기는 취임 후 처음이다. 법치를 전면에 내세워 공기업 선진화를 필두로 본격적인 ‘개혁ㆍ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예고한 상황에서 ‘당청 일체’를 강조하기 위한 자리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현 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대국민 소통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당의 역할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은 특히 민심을 읽고 전해주시면 충실히 받들어 함께 하겠다”면서 “모두 단합하고 화합해 우리 사회의 통합과 발전에 힘을 모으자”고 역설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