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희 게이트’ 친인척 비리, 대통령 시험대에
상태바
‘김옥희 게이트’ 친인척 비리, 대통령 시험대에
  • 김정숙 기자
  • 승인 2008.09.03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 주변 거물급 인사 다수 포진, 권력형 비리 ‘지뢰밭’

   
▲ 이명박 대통령도 집권 5개월 만에 처사촌 김옥희(74)씨의 ‘공천 장사’ 의혹이란 암초를 만났다. 김옥희 씨는 대통령의 친인척임을 이용해 거침없는 사기극을 벌였다.

김옥희 씨는 대통령의 친인척임을 이용해 거침없는 사기극을 벌였다. 특히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사장이 제공한 30억 3,000만 원을 돌려달라고 채근하자 김 씨는 부족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 김 씨는 김 이사장에게 돌려준 25억 4,000만 원 중 23억 원은 김 이사장의 돈을 그대로 돌려줬지만 나머지 2억 4,000만원은 취업장사를 통해 마련했다. 김 씨는 6월과 7월 공기업 임원 등을 상대로 2억 원의 돈을 받았고 이 돈 중 일부를 김 이사장에게 돌려주는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대통령 친인척임을 내세우며 호가호위를 계속했고 결국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김 씨의 호가호위는 검찰에서도 계속됐다. 김 씨는 조사하던 검사에게 “검찰청사 냉방이 이렇게 안되느냐. 청와대에 얘기해서 시원하게 해주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브로커 김모 씨와는 검찰조사를 앞두고 “네가 다 뒤집어쓰고 들어가면 내가 해결해주겠다. 네가 나의 장세동이 되어달라”는 말까지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한편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 7월 중순 대검찰청에 수사의뢰를 하면서도 김 씨의 취업장사 비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김옥희 게이트, 청와대와의 연결고리 의문
검찰은 김 씨가 사용한 6억 7,000만 원의 행방과 올 1월부터 4월까지 5,400여 건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청와대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김 씨의 청와대 출입기록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 씨가 통화한 청와대 인사는 김윤옥 여사의 가정부로 40년간 일해 온 장모 씨와 운전기사인 설모 씨 등 2명이라는 것이다. 장 씨의 경우 지난 1월초부터 3월 24일까지 김씨와 10여 차례 통화했으나 주로 채무관계로 인한 원금과 이자 독촉을 화제로 통화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김씨는 2006년 5월 장 씨로부터 1,000만 원을 빌렸으며 지난 6월 원금을 갚은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기사 설 씨의 경우에는 장 씨의 소재를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검찰은 김 씨가 가정부 장씨와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다 같은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김 여사와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청와대의 당초 해명은 궁색해진다. 청와대는 김 여사와 김 씨가 평소 교분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교분이 없는 상황에서 김 씨가 어떻게 김 여사의 가정부와 돈거래까지 하게 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이밖에 김 씨가 왜 김 이사장의 공천탈락에 항의하기 위해 진정서를 총무비서관실로 보냈는지도 의문이다. 김 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백준 총무비서관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팩스를 보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편, 지난 8월 18일 검찰에 따르면 김 씨에게 감사직을 부탁하며 1억 원을 건넨 사람은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캠프의 정책특보를 역임한 한 모(52) 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선 당시 한 씨는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특보단 자문위원과 직능정책본부 사회체육특별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교통안전관리공단 전 기획조정본부장인 한 씨는 지난 7월 “도로공사나 철도공사의 감사를 해보고 싶다”며 브로커 김모 씨를 통해 김씨에게 1억 원을 건넸다. 이력서는 서초동의 한 호텔 커피숍에 맡겨 김 씨가 찾아가도록 했다. 김 씨는 또 대한석유공사 전 고문 윤 모(65) 씨로부터 “석유공사나 수자원공사의 감사를 맡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윤 씨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 신청을 하기도 했다.

   
▲ 김옥희 씨는 국회의원 공천 추천을 미끼로 수십억 원을 받아냈는가 하면 공기업 감사 자리를 노리는 전직 공기업 간부로부터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돈을 받아 챙기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자 행세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친인척 비리 정권마다 ‘골머리’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재임 중 ‘친인척 비리’로 골치를 앓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집권 5개월 만에 친인척 비리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평소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통령 친인척들을 ‘관리’한다. 민정 1 비서관 산하에 ‘친인척관리팀’이 있다. 친인척 관리팀에는 경찰, 검찰, 감사원, 정보기관 등 출신인 행정관 1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1,200여 명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리범위는 대통령의 8촌 이내 친족과 외가 쪽 6촌 이내, 부인 김윤옥씨의 6촌 이내 친족 등이다. 1,200여 명에 이르는 대통령 친인척을 친인척관리팀이 모두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선 관리는 경찰의 몫이다. 친인척관리팀이 관리대상 친인척을 경찰청에 알리면, 친인척 주거지 관할 경찰서 정보과에서 이들의 동향을 점검하는 식이다.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친인척 관리는 모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임무로 넘긴 상태지만, 현실적으로 경찰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보과 형사들은 담당 친인척들에게 정기적으로 연락하거나, 주변 탐문을 통해 정보를 모은다. 이들에게 특이한 동향이 감지될 때 별도의 보고서가 작성된다. 보고서는 친인척관리팀의 경찰 출신 행정관이 1차로 받는다. 보고서는 민정 1 비서관과 민정수석을 거쳐 윗선에 보고된다. 친인척에 대한 직·간접 조사 여부는 민정수석이 판단한다.
조사와 감찰은 민정 2 비서관의 몫이다. 민정 2 비서관 산하에는 ‘특별감찰반’과 ‘공직기강팀’(이른바 ‘삼청동 별관팀’)이 있다. 특별감찰반과 공직기강팀 모두 10~12명 정도의 행정관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감찰반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만들어졌다. 대통령비서실 직제(대통령령 제17960호)에 따르면 특별감찰반의 임무는 “대통령비서실 직원,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부투자기관·단체 등의 장 및 임원,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에 대한 감찰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공직기강팀은 고위 공직자 기강 확립과 인사검증 업무를 주로 한다.

   
▲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외손녀(둘째 승연 씨의 딸) 돌잔치에서 가족들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가족들이 근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주변인 많은 이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관건
이 대통령은 주변 인물이 많다. 이 대통령이 4남 3녀의 다섯째이고, 부인 김윤옥 씨도 3남 3녀의 다섯째다. 친인척 중에는 ‘거물’도 많다. 셋째딸 수연 씨를 통해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과 전경련 회장인 조석래 효성 회장으로 인척 관계가 이어진다. 다른 사위들도 기업임원(첫째 사위 이성주 삼성화재 상무)과 의사(둘째 사위 최의근 서울대병원 내과의사) 등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이다. 둘째 사돈 최윤식 서울대 의대교수는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됐다.
둘째형 이상득 국회의원을 통해서도 구자두 LG벤처투자회장을 거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으로 이어진다. 또 이상득 의원의 맏아들 이지형씨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대표이사로,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다. 이 의원의 둘째 사위인 오정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의 아버지는 오명 건국대 총장(전 부총리)이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 씨, 은행임원으로 있던 처남 권기문 씨, 벤처기업 대표이사를 지냈던 조카 노지원 씨 등 10여 명이 ‘특별관리대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인 것이다. 부인 김윤옥 씨 쪽에서도 지난해 경선·대선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이들이 많다. 맏언니 김춘 씨는 한나라당 대구시당 여성정치아카데미 출신이다. 지금도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 출신의 한나라당 당직자는 “김춘 씨는 대구 달서구에 살고 있는데, 김윤옥 씨가 대구를 방문할 때 늘 함께 다녔다”며 “아들 김봉조 씨도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팬클럽을 조직해 활발히 활동했다”고 말했다. 김봉조(45·지에스엠 대표) 씨는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팬클럽인 ‘보름달 사람들’을 만들어 활동했다. 대구·경북에 중심을 둔 전국 조직으로, 2007년 1월부터 활동했다고 한다. 김봉조 씨는 이런 활동들을 경력으로 내세워 지난 4월 총선에서 대구 중·남구에 출마했으나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김윤옥 씨의 둘째 언니 김정혜 씨의 남편 황태섭씨는 은퇴한 언론인인데,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15대 총선에 출마했을 때 서울 종로 지구당 사무국장을 지낸 것으로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김윤옥 씨의 셋째 형부(김숙혜 씨의 남편) 신기옥 씨는 경북중·고 총동창회 부회장이다. 신 씨는 건축자재업을 하는데, 대인관계가 활발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대선 당시 경북중·고의 인맥과 원로조직을 주로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맏누나 이귀선 씨 아들) 김동혁(57) 씨도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팬클럽인 ‘MB연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김동혁씨는 현대계열사 출신이며,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선거 캠프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대선 이후로 두드러진 활동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도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검토했다가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외손녀(둘째 승연 씨의 딸) 돌잔치에서 가족들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가족들이 근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큰사위 이상주씨도 “장인어른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수긍했다고 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옥희 씨 사건에서 국민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슈 자체보다는 정권이 이를 다루는 태도”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인다면 전화위복이 되겠지만, 아니면 반대의 경우도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0억 수수’ 김옥희 선거법 위반 적용
김옥희 씨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우병우 부장검사)는 김 씨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 기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이날 “김 씨에게 돈을 건넨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만큼 돈을 받은 쪽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형사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판단은 김 씨가 돈을 받은 뒤 대한노인회에 청탁해 김 이사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될 수 있게 영향력을 행사, 구속시 적용한 사기 혐의와 함께 공선법 위반 혐의도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김 씨가 김 이사장과 친박연대 후보 박모 씨, 서울시의원 이모 씨, 전직 국회의원 오모 씨 등 4명을 상대로 한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 말고도 취업을 미끼로 주변 사람에게 사기행각을 벌인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