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94년부터 원광대학교 미술대학에 출강하면서 서예는 물론 한국화, 전각, 한글판본 연구를 통해 새로운 글꼴을 개발하면서 캘리그래피(calligraphy) 등으로 차츰 그 영역을 확장해왔다.
무조건 바르고 반듯한 글씨에는 ‘맛’이란 게 없다. 특징이 없다는 말이다. 여태명 문자조형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효봉 여태명 소장은 고루한 이상적 서도의 길이라는 관념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조선시대 한글소설이나 저잣거리에서나 봤을 법한 한글 꼴에서 새로이 민체를 개발한 실험적 서예작가이며, 한국화가로 그의 붓끝에서는 그림 같은 글씨, 글씨 같은 그림이 피어난다. 새벽 효(曉)에, 봉우리 봉(峰)을 써, 아침 해라는 뜻을 내는 ‘새밝’이라는 아호를 가진 효봉 선생. 그의 예술 인생은 부단한 실험과 혁신, 파격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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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그래피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새로운 장르의 예술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캘리그래피는 우리 삶 곳곳에 숨어 있다. |
그림같은 글씨, 살아있는 글씨
“중학교 때 서예를 배운 후로 막연히 서예가의 꿈을 가졌었다. 고교 시절 미대 진학을 꿈꾸어 한국화를 배우면서 글씨 같은 그림, 그림 같은 글씨의 미묘한 파장에 끌린 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효봉 선생은 그의 주변 곳곳에 그의 손길 담긴 글씨를 둘 정도로 글씨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지난 1994년부터 원광대학교 미술대학에 출강하면서 서예는 물론 한국화, 전각, 한글판본 연구를 통해 새로운 글꼴을 개발하면서 캘리그래피(calligraphy) 등으로 차츰 그 영역을 확장해왔다. “‘사랑(愛)’과 ‘사기(詐欺)’가 같은 ‘사’자로 표현된다는 사실이 너무 우습지 않은가. 사랑에 어울리는 ‘사’자와, 사기에 어울리는 ‘사’자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나팔꽃의 ‘꽃’자와 개나리꽃의 ‘꽃’자가 달라야 하듯이 말이다. 글씨는 죽은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살아 숨쉬는 글씨를 쓸 수 있다. 캘리그래피는 그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며, 그래서 캘리그래피를 언어 이상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있는 감동의 발견
캘리그래피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새로운 장르의 예술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캘리그래피는 우리 삶 곳곳에 숨어 있다. 효봉 선생의 작품만 해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건축양식을 본떠 지어진 전라북도 전주IC에는 효봉 선생의 글씨로 새겨진 현판이 걸려있다. ‘전주’라는 두 글자에 전주의 인심과 풍요가 모두 묻어있는 글씨는 전국적으로도 모범이 되어, 전주를 찾는 이들 사이에는 이미 자자하게 소문이 나 있다. 이것은 단지 지역이름을 알리는 것 이상의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자들에게 항상 “마음을 열어라!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으면 세상과 소통할 수 없다.”고 말하는 효봉선생의 뜻이 바로 그것이다. 예술에는 형식이 있지도 않으며, 또한 작품이 반드시 액자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서예는 더더욱 보수적인 면이 짙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예술도 사회와 융합하여, 이 사회의 우리를 깨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서예가 조선시대의 시대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서예를 통해 전통문화를 계승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이 시대의 사회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그것은 멀어진 과거 속에 사장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효봉 선생은 과거의 정신을 버리지는 않되, 현시대의 맞는 예술로 현대인을 표현하고, 현대인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제목, 드라마 제목을 표현하는 데에 효봉 선생의 글씨가 있고, 음료수 광고, 식당 간판을 다는 데에도 효봉 선생의 글씨가 있으며, 각 지역의 슬로건을 새기는 데에도, 도시를 지나는 입구에도 효봉 선생의 글씨가 있다. 우리 주변에서 우리가 가진 진솔한 감동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예술이 아닐까. 우리 속에 숨은 우리의 감정과 생각을 문자로 표현해낸, ‘언어 이상의 언어-캘리그래피’야 말로 현대인의 감성을 울리는 가장 멋진 예술이 되지 않을까. 효봉 여태명, 새밝, 그는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진정한 예술인이자, 현대인의 곁에 있는 둘도 없는 벗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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