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최은영 회장. ‘경영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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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최은영 회장. ‘경영은 이런 것’
  • 이연제 기자
  • 승인 2008.08.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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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사령관’ 현 회장 VS ‘감성경영’ 중시하는 최 회장

   
▲ 한국 해운업을 대표하는 ‘쌍두마차’인 두 여성 CEO의 경영행보가 시간이 갈수록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뒤에서 조용히 ‘대모’역할을 하고 있는 최은영 회장과 현대상선을 비롯해 현대그룹을 진두지휘하며 ‘야전사령관형’이라는 평을 받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공격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의 회장이 ‘여성’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이들이 자주 비교대상이 되는 게 사실이다.

현 회장, 그룹 위기 겪으면서 ‘야전사령관’으로 최 회장, 임직원과 소통하는 섬세한 ‘감성경영’
현대상선을 비롯해 현대그룹을 진두지휘하며 ‘야전사령관형’이라는 평을 받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신성장 동력 발굴’을 강조, 현대건설 인수에 총력을 다해줄 것을 재차 밝히며 ‘공격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같은 날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유럽지역 주요고객들을 초청, 미술관에서 마크 로스코(Mark Rothko)전을 관람하는 등 예술을 앞세운 ‘감성 경영’을 펼치고 있다.
현 회장과 최 회장은 남편의 작고 후 기업 총수자리에 올라 국내 대표 해운업체를 이끌고 있다는 점 등에서 ‘닮은꼴’로 주목 받아왔다. 하지만 현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경영권 갈등 등 그룹 사활을 건 싸움을 잇따라 거치며 자연스레 그룹 장악력과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야전사령관’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반면, 최 회장은 형제간 갈등이나 경영권 위협 등 현 상황을 급변시킬 만한 악재는 없다. 때문에 경영 전면에서는 한걸음 물러서서 임직원들을 보살피는 ‘대모’형 이미지로 ‘소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최 회장은 경영 일체를 전문경영인인 박정원 사장에게 맡기고, 사내활동과 양현재단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최 회장은 여러 차례 “경영은 임원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뒤에서 직원들을 살피고 회사전체를 뒷받침하는 ‘대모’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최 회장은 사내 와인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는 한편, 직원들을 초청해 미술관 관람을 하는 등 직원들과의 만남을 자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월스트리트 저널이 뽑은 ‘주목할 만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에서 36위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여성경제인의 대명사가 됐다.

취임 초기 감성경영을 펼치던 현 회장이 이후 현대그룹 전체를 총지휘하며 공격경영에 나선 것처럼 최 회장 또한 몇 년 후 본격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 회장은 취임 초 당시에는 임직원의 수험생 자녀에게 격려 메일과 함께 목도리를 보내고, 여직원들에게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등 ‘감성경영’을 펼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모든 계열사를 돌며 업무보고를 받는 등 직할 체제를 강화하고 경영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6년 4월 현대중공업그룹과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뒤에는 각별히 현대상선을 더 챙긴다는 평가다. 현재 현 회장은 그룹의 숙제로 꼽히는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현대건설 인수’라는 거대한 카드까지 내민 상태다.
현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도전과 창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신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을 강조한 바 있다. 그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에 총력을 다해 달라는 주문이다. 현 회장은 이어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계열사별로 경쟁력을 높일 것도 주문했다. 현대그룹은 신사업 확대에 맞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육성’을 목표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그룹 공격경영” 현 회장의 리더십, 현대를 바꾸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자.”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좌우명이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현대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또 그러한 실수를 통해 하나씩 더 배워나가는 것이므로 어떤 일을 하는 그 순간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의 과정이 중요하다.”
현 회장은 2003년 10월 취임 후 4년 6개월 동안 좌우명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숨 가쁘게 달려 왔다. 경영권 분쟁, 남북관계 급변으로 인한 대북사업 차질 등 온갖 악재가 돌출하는 가운데 그룹의 내실을 다져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해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거둔 성과도 적지 않았다. 사실 취임 초기 재계나 범현대가 뿐만 아니라 그룹 내부에서 현 회장이 기업을 경영한 경험이 없던 것에 대해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룹이 안정적인 기반을 갖춰가면서 현 회장은 실전을 통해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
현 회장 체제 이후 현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내부지분율을 꾸준히 높이고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 등을 우호주주로 끌어 들여 외부세력의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났다. 그룹의 총 자산 규모도 취임 당시인 2003년 8조 5,000억 원에서 2007년 17조 1,200억으로 약 100%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그룹 매출은 9조 5,297억 원으로 2003년에 비해 75% 증가했고, 2003년 적자를 기록했던 그룹 순익은 지난해에는 5,667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엘리베이터 등 각 계열사의 수익성이 고르게 개선됐으며 현대아산의 대북사업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2003년 526.5%에 달했던 그룹의 부채비율도 지난해에는 158.1%까지 낮아졌다. 현대상선(39,550원 50 -0.1%), 현대증권(11,750원 50 +0.4%),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신용 등급이 A등급으로 대부분 2단계 이상 상향됐다. 남북경협사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개성관광, 백두산관광길까지 터놓으며 진일보할 수 있도록 수완을 발휘했다.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은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을 발탁하고 김성만 현대상선 사장, 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등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등 주요 경영진의 면모도 일신했다. 이 같은 성과를 통해 현 회장은 지난해 11월 월스트리트 저널이 뽑은 ‘주목할 만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에서 36위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여성경제인의 대명사가 됐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현 회장이 현대그룹을 맡기 전에는 전혀 기업을 경영한 경험이 없었으나 회장에 취임한 뒤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 주력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보도했다.
현 회장의 ‘감성경영’과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근거한 리더십’은 그룹 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그룹 안팎에서는 현대그룹 특유의 남성적이고 투박한 기업문화와 이미지가 주력업종인 금융, 물류서비스 및 첨단제조 산업에 맞는 세련된 이미지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 회장은 윤리경영 의지도 남달랐다. 각 계열사별로 윤리규정을 제정하고 윤리관련 부서를 운영하는 등 윤리경영이 기업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왔다. 김성만 현대상선 사장이 최근 노정익 전 현대상선 사장 등 전임경영진들이 부여한 스톡옵션을 원천무효화하기로 하는 절차를 밟기로 한 것 역시 이 같은 윤리경영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게 그룹 쪽 설명이다.
인재를 중시하는 현 회장은 현대인재개발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임직원의 사내 교육을 강화하는 등 창의적인 인재육성과 임직원들의 지식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신경을 써 왔다. 그룹 관계자들은 “현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만 있으면서 전문경영영인들이 소신 있게 경영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원칙을 지켜가고 있다”며 “자율적이고 투명한 경영체제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또다시 위기를 맞은 현정은 회장이 특유의 뚝심으로 사태를 극복할 태세다. ‘현대그룹 며느리’에서 ‘현대그룹 회장’으로 변모한지 5년째를 맞고 있는 현 회장은 경영일선에 나선 뒤 수차례 대북사업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시아버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에게서 배운 ‘불도저식 경영방식’으로 극복해 왔다.

뚝심의 현정은 회장, 또 한번 위기 극복하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또다시 위기를 맞은 현정은 회장이 특유의 뚝심으로 사태를 극복할 태세다. ‘현대그룹 며느리’에서 ‘현대그룹 회장’으로 변모한지 5년째를 맞고 있는 현 회장은 경영일선에 나선 뒤 수차례 대북사업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시아버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에게서 배운 ‘불도저식 경영방식’으로 극복해 왔다.
현 회장은 지난 7월 14일 현대상선 본사에서 ‘대북사업을 계속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계속 하겠다”라며 “이번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현회장의 단호한 입장에는 이번 사건 때문에 지난해 12월 어렵게 시작한 개성관광마저 중단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하고, 나아가 현재 추진 중인 비로봉 개방 및 백두산관광사업을 포함한 전체 대북사업 중단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과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과의 감정싸움으로 대북사업이 악화일로로 치달았지만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과의 직접 면담으로 사태를 해결하며 강인한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현회장이 이번에 해결해야 할 숙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여간 녹록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남북관계가 그다지 순탄치 않으며 관광객이 이유 없이 북한군 초병에 의해 사살된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만만치 않아서다. 이미 정부의 금강산 관광 중단이 선언된 상황에서 지난달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평양식당(남북 공동운영 식당) 개관식도 무기 연기됐다. 또 8월 비로봉 관광 개시, 고 정몽헌 회장 추모식 및 신입사원 수련회, 10월 정주영체육관 기념행사, 2009년 백두산 관광 등 예정된 행사들의 시행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취임 5년 만에 경영권을 장악한 현회장이 또 한번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 상황은 현정은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그룹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다소 버거운 점이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안을 민간기업이 나서 해결한다면 현회장의 입지는 물론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가 확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그룹, 현대아산 등 관련 업체 관계자들 역시 현회장이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 위기상황을 반전시킬 것으로 믿고 있지만 정부의 진상조사단 파견계획에 북한이 감정적으로 대응, 남북간 정치문제로 비화될 경우 민간업체로서는 손놓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매년 8월 4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그룹 신입사원 수련회 참석으로 휴가를 대신해 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사태 수습에 휴가는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 “실수를 통해 하나씩 더 배워나간다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는 그녀의 소신처럼 이번 난관도 잘 헤쳐 나가길 기대해 본다.

   
▲ 한진해운의 최은영 회장은 경영 전면에서는 한걸음 물러서서 임직원들을 보살피는 ‘대모’형 이미지로 ‘소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최 회장은 경영 일체를 전문경영인인 박정원 사장에게 맡기고, 사내활동과 양현재단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최 회장은 여러 차례 “경영은 임원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뒤에서 직원들을 살피고 회사전체를 뒷받침하는 ‘대모’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다영토 넗히는 한진해운,
高유가 파도 넘어 '쾌속항해'

최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영향으로 ‘대북사업’이 좌초위기에 처한 현대그룹에 비해 연간 1억t 이상의 뱃짐을 실어 나르는 국내최대의 글로벌 해운기업으로서 성장 중인 한진해운은 ‘쾌속항해’를 계속해 가고 있다.
한진해운의 최은영 회장은 “고유가 악재를 뚫고 강력한 원가절감 노력과 적극적인 투자로 2008년 경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최근 끝 모르는 유가 상승과 국내외 경영환경의 악화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연초 목표로 잡았던 7조 3638억 원의 매출과 4594억 원 영업이익을 이뤄내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선 한진해운은 유류 소비 최소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화물을 운송하는 컨테이너선은 안전성과 정시성을 준수, 화주들로부터의 신뢰도에 흠집을 내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벙커C유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매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세계 주요지역 유가동향을 파악,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서 벙커C유를 보급하는 등 탄력적인 컨테이너선 관리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벙커C유 가격이 지난 4월 현재 전년 보다 평균 60% 정도 폭등한 만큼 국제해상운임에 유가할증료를 적용, 인상분을 흡수하는 방편도 강구하고 있다. 이밖에 연료유 구매 및 영업적인 측면 외에도 경제운항 체제 도입 운영, 유류 절감형 신장비 및 기술 도입 등 다각적인 방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유류비 절감과 더불어 적극적인 투자 마인드로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노력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지난 6월 13일 초대형 유조선 2척을 발주 발표하는 등 현재 20%인 벌크 사업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벌크 업황이 운임을 가늠하는 BDI지수가 여전히 1만 포인트 언저리에 있을 만큼 호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벌크선 영업 볼륨 확대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탱커 전문 법인을 별도 설립한데 이어 지난 4월 자회사인 거양해운도 흡수 합병한 것은 이런 차원이다. 또 현재 100여 척의 벌크 선대를 5년 내 약 250척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주력 사업인 컨테이너 부문에서도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글로벌 해운 시장의 선박 대형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을 12년 이상 장기용선 방식으로 확보했다. 현재 세계 11위 수준의 컨테이너 선복량을 오는 2012년까지 90% 증가시켜 세계 7위권 안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해운물류 연계사업도 적극 추진한다. 특히 아시아미주구주 등 글로벌 조직망을 완성, 3자 물류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현재 보유 중인 11개의 전용터미널에 올 하반기 네델란드 로테르담 터미널을 개장하고 스페인 알헤시라스 등 전용터미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중국 취산도 수리조선소를 개장할 하반기에는 자사 선박뿐 아니라 타사 선박도 수리하는 등 신규 수익 창출도 기대 중이다. 최 회장은 “해운업에 집중하고는 있지만 수익 구조를 다양화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 하는 중”이라며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사항들은 모두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적극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영향으로 ‘대북사업’이 좌초위기에 처한 현대그룹에 비해 연간 1억t 이상의 뱃짐을 실어 나르는 국내최대의 글로벌 해운기업으로서 성장 중인 한진해운은 ‘쾌속항해’를 계속해 가고 있다. 한진해운의 최은영 회장은 “고유가 악재를 뚫고 강력한 원가절감 노력과 적극적인 투자로 2008년 경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최근 끝 모르는 유가 상승과 국내외 경영환경의 악화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연초 목표로 잡았던 7조 3638억 원의 매출과 4594억 원 영업이익을 이뤄내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우선 한진해운은 유류 소비 최소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화물을 운송하는 컨테이너선은 안전성과 정시성을 준수, 화주들로부터의 신뢰도에 흠집을 내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벙커C유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매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세계 주요지역 유가동향을 파악,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서 벙커C유를 보급하는 등 탄력적인 컨테이너선 관리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벙커C유 가격이 지난 4월 현재 전년 보다 평균 60% 정도 폭등한 만큼 국제해상운임에 유가할증료를 적용, 인상분을 흡수하는 방편도 강구하고 있다. 이밖에 연료유 구매 및 영업적인 측면 외에도 경제운항 체제 도입 운영, 유류 절감형 신장비 및 기술 도입 등 다각적인 방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유류비 절감과 더불어 적극적인 투자 마인드로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노력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지난 6월 13일 초대형 유조선 2척을 발주 발표하는 등 현재 20%인 벌크 사업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벌크 업황이 운임을 가늠하는 BDI지수가 여전히 1만 포인트 언저리에 있을 만큼 호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벌크선 영업 볼륨 확대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탱커 전문 법인을 별도 설립한데 이어 지난 4월 자회사인 거양해운도 흡수 합병한 것은 이런 차원이다. 또 현재 100여 척의 벌크 선대를 5년 내 약 250척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주력 사업인 컨테이너 부문에서도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글로벌 해운 시장의 선박 대형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을 12년 이상 장기용선 방식으로 확보했다. 현재 세계 11위 수준의 컨테이너 선복량을 오는 2012년까지 90% 증가시켜 세계 7위권 안에 진입한다는 목표다.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해운물류 연계사업도 적극 추진한다. 특히 아시아미주구주 등 글로벌 조직망을 완성, 3자 물류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현재 보유 중인 11개의 전용터미널에 올 하반기 네델란드 로테르담 터미널을 개장하고 스페인 알헤시라스 등 전용터미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중국 취산도 수리조선소를 개장할 하반기에는 자사 선박뿐 아니라 타사 선박도 수리하는 등 신규 수익 창출도 기대 중이다. 최 회장은 “해운업에 집중하고는 있지만 수익 구조를 다양화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 하는 중”이라며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사항들은 모두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적극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글로벌 해운기업으로서 성장 중인 한진해운은 ‘쾌속항해’를 계속해 가고 있다. 최은영 회장은 “고유가 악재를 뚫고 강력한 원가절감 노력과 적극적인 투자로 2008년 경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최근 끝 모르는 유가 상승과 국내외 경영환경의 악화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연초 목표로 잡았던 7조 3638억 원의 매출과 4594억 원 영업이익을 이뤄내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 회장, ‘감성경영’을 통한 예술기업 이미지 각인
최은영(46) 한진해운 회장은 지난 2006년 타계한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이다. 남편이 삶을 달리 한 후 최은영 회장은 한진해운에 양현재단을 설립해 고인의 뜻을 기리며, 지난 1월 회장으로 취임해 한진해운의 사령탑을 맡았다. 한진해운 회장이라는 직함을 받아든 최은영 회장은 ‘회장님’ 칭호를 붙이는 직원들에게 “그냥 DDM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임직원에게 허물없이 다가가고 싶으니 사내 코드명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한 것. 최 회장은 오너 경영자를 의미하는 고유코드 DD뒤에다 마담(Madam)과 마린(Marine)의 첫 글자인 M을 직접 붙였다. 남편이었던 고 조수호 회장의 코드명은 DDH였다.
최 회장은 2006년 11월 조 회장이 작고한 뒤 지난해 3월 부회장으로 경영에 뛰어들었지만 전문경영인(박정원 사장)에게 맡긴 채 외부행사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신 사내 활동에 적극적이다. 사내 와인 동호회에 가입해 스스럼없이 지내는 데다 직원들을 초청해 미술관, 뮤지컬 관람을 함께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일선에서 조금 떨어져 전문경영인에게 힘을 실어주고, 직원들을 감싸주는 대모 역할을 하겠다”고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와인 한 잔 정도밖에 마시지 못해 주위에서 자신을 술을 못 먹는 ‘2% 부족한 여인’이라고 불리운다고 말하는 그는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 직원들을 위해 월 1회 정도 웹진에 최 회장만의 레시피를 알려주거나, 직원들에게 초콜릿 선물을 하는 등 부드러운 면모도 갖고 있다. 최근 독일 함부르크에서 미술과 함께 하는 고객초청행사를 가진 최 회장은 유럽 지역 주요 고객들을 초청, 쿤스트할레(Kunsthalle) 미술관에서 세계 10대 화가 중 하나인 ‘마크 로스코(Mark Rothko)’전을 함께 관람한 후 만찬을 가지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유럽지역 고객, 함부르크주정부 관계자, 주요선주, 터미널 회사의 협력사 대표 등 약 150여 명이 참석, 4시간가량 진행됐다.
최은영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유럽 지역에서의 한진해운의 발전은 고객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 덕분”이라며, “오늘 이 자리는 함부르크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에 한진해운의 관심이 접목된 소중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유럽의 고객들에게 ‘한진해운’이 글로벌 그룹으로서 입지를 다지며 유럽인의 정서에 맞는 ‘예술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이날 행사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향후 다양한 예술 지원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더욱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유연성과 창의력, 친환경적인 기업이미지를 실현해 사회공헌 활동을 넓힐 방침이다.
한편, 한진해운은 2007년까지 약 10년 간 유럽 최고 인기 스포츠인 F1 자동차 경주팀 후원을 통해 독일 및 유럽 지역에서 한 차원 높은 고객 초청행사들을 실시, 많은 호응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 분위기가 짙은 재계에 ‘여걸 시대’가 열렸다. 여성 최고경영자들은 전문경영인 뒤에서 ‘대모’를 자청하는가 하면,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부분 갑자기 남편의 빈자리를 메웠다는 점에서 경영불안을 우려하지만 이런 시각들을 불식하고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해운업을 대표하는 ‘쌍두마차’인 두 여성 CEO의 경영행보가 시간이 갈수록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의 회장이 ‘여성’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이들이 자주 비교대상이 되는 게 사실이다. 뒤에서 조용히 ‘대모’역할을 하고 있는 최은영 회장이 현정은 회장처럼 몇년 후 실제 경영에 나서서 기업을 이끌게 될지 관심을 끄는 가운데 최근 금강산 대북사업의 악재로 잠시 주춤하고 있는 현회장이 어떻게 이 난관을 풀어나가 그의 ‘경영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해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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