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소비심리, ‘불황 마케팅’으로 녹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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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소비심리, ‘불황 마케팅’으로 녹여라
  • 신혜영 기자
  • 승인 2008.08.0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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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짝꿍’ ‘대폭 할인’ 마케팅으로 불황을 기회로 만들다

   
▲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소비자 잡기에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파격적인 할인 상품을 내놓아 우선 소비자들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이른바 ‘불황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은 ‘공짜’ ‘1+1’ ‘대폭할인’ 이라는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불황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휴지, 귀저기, 고추장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해 50% 할인 행사를 하고 있는 탓에 발 디딜 틈이 없다. 또 다른 대형 유통업체는 문이 열리자마자 고객들이 야채 판매대 앞에 길게 줄을 섰다. 한 단에 980원인 얼갈이를 70% 할인된 200원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물가가 너무 비싼 탓에 조금이라도 싸게 먹을 수 있는 할인 행사 품목을 자주 찾게 된다”라고 말한다. 
서울의 또 다른 한 대형마트는 지난 7월 9일까지 ‘여름 맞이 1석2조 짝꿍찾기’ 행사를 열었다. 이른바 ‘짝꿍 마케팅’이라 불리는 이 행사는 선풍기 구매 시 여름 관련 상품인 수박을 단돈 1,000원에 판매한다거나 밥솥을 사면 관련 상품인 쌀 10㎏을 1,000원에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는 평일 저녁 8시부터 선착순 200명에게 약 70% 할인된 상품들을 선보인다.
파격적인 할인 상품을 내놓아 우선 소비자들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이른바 ‘불황 마케팅’ 전략이다. 소비자들의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들은 너도나도 불황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서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그야말로 마케팅 전쟁터나 다름없다. 이는 고물가로 인해 민감해진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한 복안으로 유통업체는 더 많은 고객을 유도하고 고객은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불황타개를 위한 마케팅 전략은 온라인 마켓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G마켓도 생필품과 식품 위주로 매일 한 품목씩을 골라 번갈아 가면서 50~80%까지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에서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는 지난 7월 10일까지 ‘하나 사면 하나는 반값’ 행사를, 롯데마트 인터넷쇼핑몰에서는 한 상품을 구입하고 그와 관련 있는 상품을 구입하면 두 상품의 구매금액에서 일정액을 할인해 주는 ‘동거동락’ 코너를 통해 소비자 구매력을 높이는데 큰 몫을 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매번 반복되는 일반적인 할인행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쿠폰과 할인·적립 카드를 사용하는 알뜰 고객들도 최근 부쩍 늘고 있다. 한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할인 쿠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올 초에 비해 25.7%나 늘었다.

   
▲ 불황타개를 위한 마케팅 전략은 온라인 마켓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G마켓도 생필품과 식품 위주로 매일 한 품목씩을 골라 번갈아 가면서 50~80%까지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특히 쿠폰과 할인·적립 카드를 사용하는 알뜰 고객들도 최근 부쩍 늘고 있다. 한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할인 쿠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올 초에 비해 25.7%나 늘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이제 공짜도 있는 세상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이라면 증정품, 사은품 등이 함께 붙어있는 상품을 선택한다. 이유는 공짜이기 때문. 최근 이러한 공짜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불황을 이겨내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있다.
지난 6월 26일 서울 용산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10분간 무료 장보기’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벤트에 당첨된 고객들은 20만 원 이내에서 10분간 무료로 상품을 고를 수 있는 혜택을 얻었다.
한 중소업체는 지난 5월부터 당뇨, 고혈압, 비만, 변비, 전립선염, 각종 암, 아토피 피부염, 동맥경화 등 트랜스 지방 과다섭취로 발병한 모든 환자들에게 국내·외 유명 생수·기능수를 무료로 보내주는 ‘공짜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예전 외환은행은 수도권 20개 등 전국 60개 지점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에 공짜로 통화할 수 있는 국제전화 무료 서비스를 실시해 국내·외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제일은행은 디지털위성방송업체 스카이라이프와 제휴해 특정 금융상품 가입 고객에게 스카이라이프의 설치비(20만 원)와 장치비용, 시청료 2개월치 면제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분당 삼성플라자가 지난주 실시한 5만원 주유권 경품행사는 당첨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당첨 사실을 알려준다고 했는데도 추첨시간 10분 전부터 고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삼성플라자 마케팅 담당자는 “이런 열기는 처음”이라며 놀랐다.
이 밖에 공짜로 해외여행을 보내주거나 고가의 경품을 나눠주는 것도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마케팅 심리학자 패커드는 그의 저서 ‘숨은 설득자들’에서 인디아나주의 한 슈퍼마켓 주인이 그의 가게 앞에 다양한 치즈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로 하여금 원하는 만큼 공짜로 시식하게 하였더니 하루 동안에만 무려 1,000파운드의 치즈를 팔았다는 소위 ‘공짜 마케팅’의 위력을 소개한 바 있다. 사실 공짜 마케팅은 경기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많이 사용되는 마케팅 활동이지만 불경기일수록 소비자들이 지갑을 더 열지 않게 되고 가격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공짜 마케팅이 부쩍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업체들 간의 협력도 눈에 띈다. 롯데닷컴은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와 함께 ‘천사, 롯데닷컴을 만나다’를 2008년 연중기획으로 진행한다. 매일 오전 10시 4분과 오후 4시, 하루 두 차례 선착순 50명에게 엔제리너스의 ‘이달의 커피’ 무료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따로 또 같이, 결연 마케팅으로 불황도 함께 이긴다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업체들 간의 협력도 눈에 띈다. 
롯데닷컴은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와 함께 ‘천사, 롯데닷컴을 만나다’를 2008년 연중기획으로 진행한다. 매일 오전 10시 4분과 오후 4시, 하루 두 차례 선착순 50명에게 엔제리너스의 ‘이달의 커피’ 무료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51번부터 502명까지는 엔제리너스에서 음료 구매 시 아메리카노 한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1+1 아메리카노 쿠폰’을 증정하며 매주 새로운 주제로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선착순 200명에게 엔제리너스의 ‘오리지널 머그컵’을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을 증정하고 있다.
오픈마켓 G마켓은 다양한 외식관련 e쿠폰을 판매하고 있다. 외식관련 e쿠폰은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의 식사권을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G마켓에서 구입한 후, 홈페이지에서 출력하거나 휴대폰으로 전송된 e쿠폰을 해당 음식점에서 보여주면 된다.
CJ몰은 지난 5월과 6월에 씨푸드 오션, 세븐 스프링스 등 다양한 외식업체와 제휴를 맺고 매월 할인쿠폰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모았고 인터파크도 지난 3월 16일까지 버거킹과 선착순 100명에게 아이포인트 3,500P로 버거킹 와퍼 주니어 세트 쿠폰을 교환해 주는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 고유가로 자동차·유통업계 등도 ‘고유가 마케팅’으로 불황타개를 모색하고 있다. GM대우는 RV 윈스톰 구매자에게 유류비 110만 원을 지원하며, 기아차도 RV 구매자에게 유류비 지원 명목으로 차 한 대당 100만 원을 할인해 주고 있다.

  
“불황속 이색 마케팅 눈에 띄네”
소비와 기업 매출의 감소가 우려되는 가운데 외식업계는 물론 건설업계까지 불황을 피해 가기 어려운 형국이다. 최근 이들 업계도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잡기 위한 이색 마케팅에 동참하며 반짝 아이디어도 속속 나오고 있어 눈에 띈다.
한 생선 초밥집에서는 9,800원에 40여 가지의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서울의 한 생선구이집에서는 5,000원에 고등어와 삼치구이가 무한으로 제공된다. 1,500원에 무한리필 떡볶이 집도 눈에 띈다. 이른바 ‘무한 리필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이들 음식점들은 최근 찾아오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지난 6월 10일 대상FNF의 종가집에서는 소포장 김치 신혼부부를 타깃으로 포기김치, 남도김치, 묵은지, 돌산갓 김치 등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소포장 구성한 ‘정갈한 한입김치’와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주부층을 위해 절임 배추와 함께 양념이 별도로 포장돼 있어 간편하게 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DIY 겉절이 김치’, 맛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등 계절 김치를 페트형 용기에 담아 먹고 난 뒤 바로 제품을 냉장고에 보관하기 쉽도록 만든 ‘싱글족을 위한 편의 김치’ 3종을 출시했다.
뿐만 아니다. 고유가로 자동차·유통업계 등도 ‘고유가 마케팅’으로 불황타개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6월까지 모든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을 구매한 고객에 대해서는 최고 300만 원을 할인해 주거나 초저금리로 할부 혜택이 지원됐으며 8월까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이용해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최고 30만 원을 추가로 할인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GM대우도 RV 윈스톰 구매자에게 유류비 110만 원을 지원하며, 기아차도 RV 구매자에게 유류비 지원 명목으로 차 한 대당 100만 원을 할인해 주고 있다. 르노삼성은 SM5에 대해서는 55만 원을 QM5에 대해서는 50만 원의 유류비를 지원한다. 쌍용도 SUV와 RV차량 구매자에게 유류비 지원이나 36개월 할부 및 100만 원 유류비 지원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엔크린닷컴’을 통해 승용차 및 1년 무료주유권, 3만 원 주유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인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K2도 지난 6월 29일까지 구매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주유권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도 미분양 물량을 해결하기 위한 복안으로 유류비 지원 명목하에 집값을 할인해 주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현금 마케팅’. 도미노피자에서는 홈페이지에 자신의 멋진 사진을 올리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1등에게 현금 500만 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해태제과는 가족 행복 지원비로 2명에게 현금 100만 원씩을 주는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최근 사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고 있는 ‘RF온라인 족장지원제’의 현금 마케팅은 게이머들에게 380만 원의 활동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해당업체는 이용자가 일주일만에 20%나 증가했다고 한다. RF온라인 운영팀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게이머들 사이에 RF온라인만 잘 해도 최대 380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20~30대 성인들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 이용자들을 게임내 붙잡아두기 위해 성인 서버를 열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불황일수록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심리 자극
이처럼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불황 마케팅’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불황 마케팅은 지난 IMF 시기에 유행하기 시작한 마케팅으로 남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판매 전략이다. 불황 마케팅을 통해 소비심리를 자극, 위축된 소비심리를 다시금 되살아나게 한다. 대부분 ‘현금’ ‘공짜’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전문가들은 불황일수록 우량 고객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말한다. 우량 고객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여 수익을 극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고객들은 과감하게 디마케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불황에는 무조건 삭감하고 보는 무리하게 진행할 경우 고객 서비스 수준의 축소와 동일하게 시장점유율의 하락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오히려 불황기에 광고를 늘이는 정반대의 전략을 구사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도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지난 5월 4일 LG경제연구원은 ‘불황을 기회로 삼는 마케팅 전략’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기에 적용할 수 있는 7가지 마케팅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불황기를 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의 감성 자극 ▲한결같은 고객층 겨냥 ▲소비 우선순위 제고 ▲가격전략의 지능지수(IQ) 제고 ▲가치 조정 ▲유통채널의 효율 향상 ▲유통업체와 윈-윈(win-win)하는 지혜 등 7가지를 꼽았다. 이 보고서에서는 통상 기업들은 불황 때 현재의 고객 유지, 비용 절감,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가격 인하, 광고와 고객서비스 예산 삭감, 신제품 출시 연기 등으로 대응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불황기의 마케팅 예산 조정과 재무성과 간 관계를 조사한 결과 불황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예산을 늘린 기업의 경영성과는 다른 기업과 큰 차이가 없지만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월등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BS 받으세요” 이제는 Before Service 시대

최근 들어 고객이 불편사항을 신고하기 전에 먼저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고객들의 불편사항을 사전에 방지해 고객만족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펠, 파브 등 고가 가전을 사는 고객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BS를 실시하고 있다.
동양매직도 보일러는 가을에, 에어컨은 봄에 사전 점검해 준다. 식기세척기 가스오븐레인지를 5년 이상 쓴 고객에게는 전화로 이상 유무를 점검한 뒤 필요하면 소모품을 교체 해 주기도 한다.
LG전자 고객정보지원센타는 요즘 고객관리 리스트를 들여다보며 맞벌이 부부밀집지역, 수해빈발지역 등으로 지역을 세분화하고 있다. LG는 이들 지역에 이동식 서비스센타를 만들어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LG전자 문용관 고객정보지원센타 부장은 “BS로 고객의 신뢰가 높아져 제품 재판매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콤은 기업 전용선인 보라넷, 가정용 초고속 인터넷인 보라홈넷의 망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컴퓨터에 뜬 화면을 통해 자동 경보가 울리는 시스템을 갖췄다. KT도 기업 전용선 사전 서비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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