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수사과는 지난 7월 15일 의장선거를 앞두고 동료 시의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김 의장을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김 의장은 지난달 20일 실시된 의장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3∼4월 동료 의원 30명을 만나 3,900여만 원을 건넨 혐의다. ▲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의 뇌물수수로 정치권이 휘청거리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달 20일 실시된 의장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지난 3∼4월 동료 의원 30명을 만나 3,900여만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김 의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시의원은 이대일, 이재홍, 윤학권, 우재영, 윤기성, 서정숙, 박홍식, 고정균, 김광헌, 이강수, 민병주, 박종환, 박찬구, 이지철, 하지원, 김진수, 김철환, 허준혁, 최홍규, 최상범, 도인수, 류관희, 김혜원, 김인배, 김동훈, 김덕배, 이진식, 정교진, 정연희, 김충선 등 30명이다.
이들 중 김진수 의원은 지난 6월 20일 의장단 선거에서 제7대 후반기 제1부의장에 선출됐으며, 이지철 의원은 지난 7월 14일 재정경제위원장에, 이진식 의원은 환경수자원위원장에 각각 당선됐다.
강남구2선거구(삼성1·2동, 역삼1·2동, 도곡1·2동) 출신인 김진수 부의장은 6대 때부터 활동해 온 2선 의원으로, 시의회 도시관리위원장, 지방자치발전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선 의원인 이지철 위원장은 강동4선거구(성내1·2·3동, 둔촌1·2동) 출신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 윤리특별위원, 건설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환경수자원위원회 부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 등을 역임한 이진식 위원장은 동작4선거구(흑석1·2·3동, 동작동, 사당1·2동) 출신이다. 김 의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시의원 30명 대부분은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김 의장)가 의장 선거를 의식하고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된 김 의장을 포함, 이들 30명을 모두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의장부터 상임위원장, 시의원까지 사실상 서울시의회 전체가 비리에 물들어 있는 셈이다. 이런 시의회에 앞으로 2년이나 더 시정 감시를 맡겨야 하는 시민들만 답답할 뿐이다.
무관심과 연고주의에 편승, 흔들리는 ‘풀뿌리 민주주의’
더욱이 전국적으로 뇌물수수와 이권개입, 폭행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991년 제1기 지방의회가 구성된 이후 17년이 지났지만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기는커녕 ‘무관심과 연고주의에 편승한 특정당의 독점’으로 지자체 견제 기능이 상실됐다는 평가다.
2006년 5월31일 51.6%의 낮은 투표율로 출범한 민선 4기 지방의회는 지역연고의 거대 당 일색으로 변신하면서 ‘의회 기능 상실’이라는 위기를 스스로 불렀다. 전국 16개 시·도 광역의회 중 전남·북과 광주를 제외한 13개 시·도의회 의장을 한나라당이 독차지하고 있다. 부의장이나 상임위원장도 한나라당 일색이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106명의 시의원 중 100명이 한나라당이다. 그러다보니 서울시의원 대부분은 같은 당 소속인 오세훈 시장의 치적을 칭찬하기에 바쁘다. 이 같은 모습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6대 시의회 때도 다르지 않았다.
여기에 서울시회 뇌물 파문 같은 일부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겹치면서 지방의회가 지역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연봉 올리기에만 급급하는 의원들의 행태도 도마에 오른 지 오래다. 수십조 원의 예산을 주무르면서 ‘지역구 챙기기’와 ‘민원해결사’ 역할을 주로 해 온 지방의원들의 행태에 대한 비난도 계속돼 왔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올해 추경예산을 심의하면서 저소득층 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기 위해 배정된 예산 2억 원과 노인생활시설 운영비 100억 원,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비 6,500만 원을 삭감하고 이 돈을 지역구에 있는 등산로 정비 등을 위한 예산으로 돌렸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한나라당 시의원 31명이 연루된 뇌물 추문과 관련한 성명서에서 “이번 사건으로 서울시의회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며 “의원의 30% 가까이가 부정한 사건에 휘말린 지금 누가 서울시의회를 천만 서울시민의 대변자라고 이야기 할 것이며 서울시를 상대로 한 권위를 세울 수 있을 것인가”라고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또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반노무현 정서에만 기대어 제대로 된 인물 검증도 하지 않은 채 공천 장사를 하며 공천권을 남발했던 결과”라고 비난하고 “부도덕한 의원들을 공천한 한나라당은 즉각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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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은 지난 7월 21일 서울시 의장선거 뇌물수수 사건의 파문 당사자인 같은 당 소속 김귀환 시의장에 대해 탈당 권고 조치를 내렸다. 한편, 당내에서는 이들 시의원 30명도 우선 긴급 당원권 정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당사자들의 소명이 중요하고 조만간 검찰 기소 여부가 결정 난다는 점에서 일단 징계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시의회에서 국회까지, 접입가경 뇌물파문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은 시의회에서 끝나지 않고 국회로까지 번져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7월 23일 실명을 거론하면서 연루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을 형사 고소했고, 민사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2일 같은당 강승규 의원은 명예훼손 혐의로 김 최고위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같이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법정싸움으로 이어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강 의원은 “고소까지는 가지 않으려 했으나 네거티브 정치공작 행위는 책임 있는 정당의 최고위원으로서도, 평범한 인간으로서도 상식을 벗어난 행위임이 명백하기에 법의 심판에 맡겨 결백함을 입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내일 중으로 민사 소송 및 오보를 낸 2군데의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완료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서울시의회 김귀환 의장을 비롯, 뇌물 수수 연루자에 대한 ‘주민소환’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이 도마뱀 꼬리 자르기로 끝나는 것 같다”며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과 공조해 주민소환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사 어떤 조치를 한나라당이 한다 해도 사건에 연루된 시의원의 신분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필요한 것은 시민을 모독하고 의장 자리를 돈으로 사고판 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자신에 대한 한나라당의 법적대응 조치에 대해 “한나라당이 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다면 홍준표 원내대표를 검찰에 정식수사 의뢰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은 홍 원내대표를 철저히 수사하기 전에는 명예훼손에 대해 한걸음도 조사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도 구속된 김 의장을 비롯, 김진수 부의장, 이지철 재경위원장, 이진식 환수위원장을 필두로 뇌물사건 관련자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주민소환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서울시의회 의장단 선거운동 과정에서 금품을 주고받은 김귀환 의장과 30명의 시의원들이 이달치 의정비를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의회 사무처에 따르면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의장과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30명은 지난 18일 7월분 의정비 567만 원을 각자의 계좌로 송금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