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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4일부터 8월 20일까지 38일 동안 쇠고기 협상의 내막을 따지는 국정조사가 실시중이다. 그러나 쇠고기 국조 특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증인 및 참고인선정을 확정하려고 했지만 여야간 대립으로 끝내 불발되는 등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
이번 국정조사의 최대 쟁점은 최초 협상의 졸속 타결 배경, 협상의 책임 소재, 추가협상의 문제점 등이다. 여야는 7월 14일 특위를 구성하고 국정조사 계획서를 마련한 뒤 ▲협상 과정 전반 ▲협정문 내용에 대한 양국 합의·양해사항 일체 ▲수입 위생조건이 국민 건강과 축산농가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평가와 대책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청문회는 2일 이상, 기관 보고는 2일 이상 실시하도록 했으며, 조사기관은 청와대 비서실과 농림수산식품부·외교통상부 등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쇠고기 협상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협상을 졸속 타결했다는 의혹과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의 개입 여부를 파헤쳐 실패한 협상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외교부가 협상을 주도했는지를 문서 검증을 통해 밝혀내고, 국제통상 절차에 대한 법리 논쟁을 통해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논리를 뒤엎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선수와 무관하게 전문성과 전투력을 갖춘 의원들을 특위위원으로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아무 성과 없이 장외투쟁을 접고 등원했다”는 비판을 희석시킬 기회로 삼겠다는 요량이다.
이에 반해 자유선진당은 “차분하게 임하겠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권선택 원내대표는 “정상회담 시기 밀약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하려 한다”면서도 “민주당의 정치 공세와는 달리, 미래 기준을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쇠고기 협상에 국민적 저항감이 큰 만큼, 협상 과정의 문제점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어차피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나 대정부질의를 통해 집중적으로 다뤄질 사안이므로 “기왕 맞을 매, 먼저 맞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야당의 ‘한-미 정상회담 선물용’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방어하고,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정권 공보부대표는 “(여당이라고 해서) 정부를 방어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국회 입장에서 협정문 번역 오류, 졸속 협상 의혹, 농식품부·외교부 등 관련 부처의 책임을 비롯해 전반적인 협상 과정을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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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의원 등 의원 35명은 지난4월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을 철회하고 청문회와 공개토론회를 열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
정부 협상을 타결시킨 죄밖에 없어 ‘설거지론’ 힘 얻을까
이번 국정조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30개월 미만 규정을 푼 게 과연 어느 정부의 책임이냐는 논란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때 30개월 미만 제한을 철폐하겠다는 방침이 세워졌다고 주장해 왔다. 이명박 정부는 그런 방침에 따라 협상을 타결시킨 죄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설거지론’이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지난 7월 21일 공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 개최 결과’ 문건도 이 설거지론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지난해 11월 쇠고기 협상과 관련, 노무현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미 측이 OIE(국제수역사무국) 권고를 시행할 경우, OIE 기준 완전 준수”라고 결론을 내린 건 올해 4월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협상을 타결한 내용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다. 문건에 따르면 “1단계로 30개월 연령 제한은 유지하되, 기타 사항은 OIE 규정 수용”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월령 제한을 폐지하자는 쪽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민주당이 지난해 3월에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 간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맞대응의 성격도 있다.
민주당은 “당시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 ‘설거지론’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어떤 경우에도 미국산 쇠고기가 일본·대만·홍콩 등의 아시아 국가와 차별받지 않는 조건으로 한국 시장에 들여오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 의원은 “설령 그 같은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었다고 해도 그 뒤에 사정이 달라졌다는 게 이번 문건을 통해 입증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설령 실무진에서 ‘30개월 미만’ 규정을 푸는 방안을 모색한 게 사실일지라도 노 전 대통령이 폐기시켰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외교부 장관 출신인 송민순 의원은 “지난해 대선 뒤 각료들이 단계적으로 30개월 미만 규정을 철폐하는 쇠고기 개방안을 보고하자 노 전 대통령은 '당신들은 피도 눈물도 없느냐. 나를 여기서 더 밟고 가려 하느냐'며 크게 화를 냈었다”고 말했다.
쇠고기 국조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도 “설령 백번을 양보해 이명박 정부가 설거지를 했다고 쳐도 부실 협상의 최종 책임이 현 정부에 있다는 사실이 달라지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30개월 미만’ 철폐를 둘러싼 설전은 쇠고기 청문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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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조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30개월 미만 규정을 푼 게 과연 어느 정부의 책임이냐는 논란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30개월 미만 제한을 철폐하겠다는 방침이 세워졌다. 그런 방침에 따라 협상을 타결시킨 죄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설거지론’이다. |
정부 자료제출 부실 논란, 국정조사 ‘무력화’ 비판 거세
그런 가운데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가 출발부터 파행이다. 쇠고기 국조 특위는 7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증인 및 참고인선정을 확정하려고 했지만 여야간 대립으로 끝내 불발됐다. 더구나 정부는 무성의하고 소극적인 자료제출 태도로 일관,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7월 24일 현재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에 500여 건의 자료제출을 요청했지만, 도착한 자료는 110여 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자료 없음’ ‘기밀문서라 공개할 수 없음’이라고 적힌 깡통 자료가 태반이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도 “220여 건을 요구했는데 단 1건만 왔다”고 밝혔다.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인 강기정 의원은 브리핑에서 정부가 대부분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기밀사항이므로 공개거부 ▲대외비이므로 제한적 열람만 허용 ▲부실한 자료 제출 ▲선별적 제출 ▲불합리한 열람실 운영 등의 조건을 붙여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정부는 외교통상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업무보고 자료에 대해 “국가 기밀사항으로 공개 시 국가 안위에 영향을 미친다”며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그러나 외교부의 인수위 보고자료는 이미 언론에 대부분 내용이 공개된 상태다.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료 사본을 달라는 요구에 대해선 “대통령 보고 자료가 언론에 배포한 자료와 같다”면서 보도자료만 보내오기도 했다.
증인 채택 끝내 이견 좁히지 못해, 형평성도 불거져
한나라당은 촛불시위 확산 ‘주범’으로 지목한 MBC PD수첩 관계자를 불러내 진상을 직접 따지겠다며 증인 채택을 고집하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당초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에서 PD수첩은 국조대상에서 제외키로 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7월 22일 쇠고기 국조특위 양당 간사간 1차 협의에서 PD수첩 담당자들과 한덕수 전 총리를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양보를 했다. 국정조사에서 참여정부 ‘설거지론’, PD수첩의 ‘괴담 주범론’을 부각시키려던 한나라당의 집요한 요구에 밀린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물의를 빚었던 경찰의 촛불집회 강경진압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한 증인은 빠뜨렸다.
뒤늦게 논란을 빚자 민주당은 PD수첩 관련자들과 한덕수 전 총리의 증인 채택을 거부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청수 경찰청장과 한승수 총리도 불러내겠다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양당은 이날 간사간 협의, 원내수석부대표간 협의를 잇달아 열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국조 특위 전체회의는 끝내 무산됐다.
민주당 “국정조사 보이콧할까” 한나라당은 지난 7월 23일 국회 긴급현안 질의와 쇠고기국정조사특위 활동으로 그동안 잘못 알려졌던 광우병 괴담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정부는 무성의하고 소극적인 자료제출 태도로 일관, 이번 쇠고기 협상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민주당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위원들 사이에서 “국정조사 보이콧을 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등 시작부터 ‘국정조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측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200여 건에 달하는 자료를 요청했지만, 지난 7월 23일 오전까지 접수된 것은 10여 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교통상부는 비공개 문서를 복사할 수 없다며 국회 본청에 별도의 열람실을 만들어 각 의원실마다 1명씩 제한적으로 문서 열람을 제공하고 있으며, 열람 가능 문서도 2007년 1월~3월까지분만 제공한 상태다. 외교부는 오늘 오후 추가 자료를 비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참여정부 때 문서가 전부라는 게 민주당측 관계자의 주장이다.
사실상 국정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특위 위원들은 7월 22일 비공개 회의에서 “이대로라면 더 이상 진행할 이유가 없다. 판을 깨야하는 것 아니냐”며 격양된 분위기에서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자료협조를 안 해주는 상황에서 조사활동은 원천적으로 불가능 해진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문서조차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MBC PD수첩 제작진 8명에 대한 증인신청을 추진한데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로 전환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PD수첩 제작진은 원천적으로 빼는 것이 목표”라며 “만일 PD수첩 제작진을 증인으로 세운다면 우리는 경찰 과잉진압에 대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말했다.
홍준표 “광우병괴담 실체 밝혀져”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현안 질의 등을 통해 이제까지 잘못 알려진 많은 것들이 국민에게 알려지고 난 뒤부터 상당히 (여론이) 진정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 국정조사특위를 통해 쇠고기 정국이 왜 국민에게 잘못 알려졌는가를 집중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위 MBC PD수첩이나 인터넷 괴담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된 경위나 노무현 정부 때 이미 30개월 이상 소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점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면서 “그동안 오해가 국조특위를 통해서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로 인한 인체감염 가능성과 국내 광우병 유입 우려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는 내용을 담은 지난해 7월 가축방역협회의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분석 검토’ 자료 등을 토대로 쇠고기 협상이 사실상 노무현 정부 때 이뤄졌다는 이른바 ‘설거지론’이 확인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홍 원내대표는 “조만간 원구성 협상이 끝날 것”이라면서 “혹시 잘못되면 8월 국회도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 공기업특위와 관련, “어떤 식으로 논의를 하더라도 신의 직장에서 국민의 직장으로 돌려놓는다는 이명박 정부의 원칙을 국민이 알고 있기 때문에 60% 이상이 공기업 개혁을 바라고 있다”면서 “정부의 공기업 개혁 정책이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