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직.간접 조사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 경우 신구 권력간 대립은 걷잡을 수 없는 최악의 갈등구조에 놓이면서 사회 전반에 혼돈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기록원은 노 전 대통령측 인사들을 고발하면서 “그동안 완전한 회수를 목표로 3개월 넘게 수차례의 전화, 공문, 사저 방문 등을 통해 유출된 대통령 기록물을 반환하도록 요청하고 설득했으나 성과가 없어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기관에 재직중인 전 정권 인사들의 퇴진을 둘러싼 논란의 뒤끝이라 두 정권간의 관계는 극도로 긴장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 정부는 청와대로 입성하자마자 기록물 반출 단서를 포착,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측과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한 물밑 접촉을 벌였으나 기록물 반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 등 진통을 거듭했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이 집필 활동을 위해 반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퇴임 후 정치세력화를 도모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풀지 않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보는 기록물을 현직 대통령이 자유롭게 들여다 볼 수 없는 ‘불공정한’ 상황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번 고발조치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권력 투쟁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가기록원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만 했다. 다른 관계자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비켜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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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기록원은 국가 자산인 ‘e지원’ 프로그램이 없으면 봉하마을 사저의 ‘e지원시스템’은 구동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설사 서버 등 하드웨어를 노 전 대통령 사재로 사들였다 해도 모두 ‘개인재산’이란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측 “서버는 개인재산”
노 전 대통령 측은 “청와대와 국가기록원의 목적이 기록물 회수가 아니라 참여정부 흠집내기였음이 분명해졌다”면서 “참여정부를 흠집내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알았다”고 했을 뿐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기록물 유출 경위와 배경 등의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직?간접 조사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 경우 신구 권력간 대립은 걷잡을 수 없는 최악의 갈등구조에 놓이면서 사회 전반에 혼돈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 측은 “e지원 시스템에 들어 있던 대통령기록물 사본은 하드디스크, 백업파일과 함께 모두 반환했다”면서 “하지만 시스템 서버 등 하드웨어는 모두 노 전 대통령이 사비를 들여 장만한 사유물이므로 돌려 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원은 노 전 대통령 측이 반환한 하드디스크가 온전한 것인지, 또 반환한 것 외에 다른 백업파일이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봉하마을 사저의 ‘e지원’ 시스템 서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가기록원이 ‘e지원’ 시스템 서버의 반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근본 이유는 서버 없이는 불법 유출된 대통령기록물의 ‘완전 원상회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기록원 측은 “봉하마을 사저의 e지원 시스템은 (대통령기록물의) 불법유출에 사용된 복제시스템”이라면서 “봉하마을 측이 임의 반환한 하드디스크의 (대통령기록물) 자료를 누가 열람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e지원 프로그램이 구동된 서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기록원 측은 또 “노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기록물이 저장된 하드디스크와 백업파일을 검수 절차 없이 분리해 임의로 제출했다”면서 “따라서 봉하마을에 있는 e지원 서버의 로그 기록을 점검하지 않고는 반환된 것 외에 다른 백업파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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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정부는 청와대로 입성하자마자 기록물 반출 단서를 포착,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측과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한 물밑 접촉을 벌였으나 기록물 반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 등 진통을 거듭했다. |
국가기록원 “개인재산 아닌 엄연한 국가 소유”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왜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이 처음부터 서버와 하드디스크를 묶어 반환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면서 “이렇게 서버 반환 요구를 계속 거부하면 대통령기록물을 저장한 백업파일이 여러 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만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봉하마을 사저의 ‘e지원 시스템’은 유닉스 1대, 리눅스 4대, 윈도 1대, 백업 1대 등 모두 7대의 서버에다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묶어 세팅한 것이다. 이들 서버는 각각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반환된 것 이외의 대통령기록물이 봉하마을 사저의 ‘e지원 시스템’ 안에 별도 저장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국가기록원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버는 그대로 둔 채 국가기록원의 검수 절차도 없이 노 전 대통령 측이 임의로 시스템에서 뜯어 낸 하드디스크와 백업파일만 반납해 놓고 ‘모두 돌려 줬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의 김경수 비서관은 “봉하마을 사저에 구축된 대통령기록물 사본 열람 시스템은 크게 서버 등 하드웨어, ‘e지원’ 소프트웨어, 그리고 대통령기록물 사본 데이터의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e지원’ 스프트웨어와 대통령기록물 사본 데이터가 담긴 하드디스크, 백업용 하드디스크 일체를 직접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그러나 제2, 제3의 백업파일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이 ‘e지원시스템’ 서버의 반환을 거부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서버 자체가 노 전 대통령의 사비로 마련한 ‘개인재산’이라는 것이다. 김경수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개인 사유물인 e지원 서버를 놓고 청와대가 국가에 반납하라는 것은 월권행위”라면서 “e지원시스템과 서버에 대해 모르고 하는 얘기라면 ‘무식한 생트집’이고, 알면서 하는 얘기라면 전직 대통령 흠집내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의 현실 인식은 크게 다른 것 같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봉하마을 사저의 ‘e지원 시스템’에는 122억 원의 정부 예산으로 개발된 ‘e지원’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면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개발사가 국가의 허락을 얻어 설치해야 하는데, (노 전 대통령 측이) 그런 절차를 밟았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국가 자산인 ‘e지원’ 프로그램이 없으면 봉하마을 사저의 ‘e지원시스템’은 구동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설사 서버 등 하드웨어를 노 전 대통령 사재로 사들였다 해도 모두 ‘개인재산’이란 주장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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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전 대통령 측은 그동안 검찰 고발 문제와 관련해 국가기록원이 “법적으로 조치를 취하면 우리도 거기에 대응해 나가겠다”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기록물 유출 시비’와 관련해 그동안 국가기록원과 노 전 대통령 측이 벌여온 공방이 향후 검찰 수사나 법원 심리 등의 과정에서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큰 상태다. |
양측간 입장 팽배, 정치적 화해 가능할까 전직 대통령만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한 비공개기록물에 대해 현직 대통령도 열람할 수 있도록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국가기록원은 그러나 이날 무단 유출에 관여했다고 판단되는 당시 대통령비서실의 비서관과 행정관 10명만 고발하고, 노 전 대통령은 고발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관련, 정진철 국가기록원장은 “노 전 대통령 측이 자료회수에 응하지 않더라도 전직 대통령을 직접 고발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는 자료유출 논란이 불필요한 정치적 쟁점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양측간 공방의 가장 큰 쟁점은 ‘대통령 기록물의 불법 유출’ 여부였다. 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기록물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규정하고 전직 대통령에게는 재임시 생산한 기록물에 대한 ‘열람권’만 부여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이와 관련해 “자체 확인과 조사에서 전 대통령비서실 관계자들이 노 전 대통령 퇴임에 맞춰 대통령 기록물을 무단 유출해 간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기록물은 정치, 외교, 국방, 경제 등 국정 전반의 정책 결정, 집행 등에 관한 기록으로서 반드시 국가적으로 엄격히 보호, 보존돼야 할 정보”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 전 대통령 측은 “국가기록원이 문제 제기한 것은 대통령기록관에 있어야 할 기록물이 바깥(봉하마을 사저)에 있다는 것과 기록물을 반환해달라는 것”이라며 지난 7월 19일 기록물이 담긴 하드디스크와 백업파일 24개를 반환한 만큼 약속을 이행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또 ‘이지원’ 서버 반환 문제에 대해서는 “서버는 반환 대상이 아니다”면서 “서버는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사비를 들여 구입한 개인 소유물로서 기록물과는 무관한 부분”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측은 그동안 검찰 고발 문제와 관련해 국가기록원이 “법적으로 조치를 취하면 우리도 거기에 대응해 나가겠다”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기록물 유출 시비’와 관련해 그동안 국가기록원과 노 전 대통령 측이 벌여온 공방이 향후 검찰 수사나 법원 심리 등의 과정에서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큰 상태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국가기록원의 주목적이 ‘검찰 고발’보다는 ‘기록물 원상 반환’에 있었던 만큼 추후 노 전 대통령 측의 이지원 서버 반환 등을 통해 ‘정치적 화해’로 마무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前 대통령 기록물 현직도 열람’ 법 추진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생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정무직 공무원 인사파일, 대북관련 문서 및 국방부 기밀서류 등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동의나 법원의 영장 없이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인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은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 입법 취지인데도 불구하고, 보호기간(15∼30년)이 지정된 대통령 지정 기록물(비공개 기록물)의 경우에는 전직 대통령의 열람권만을 인정해 현직 대통령의 국정운영 연속성과 국가적 중대사안에 대한 기록물의 활용에 심각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어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물 무단유출 사건과 비공개 기록물 목록까지 감추고 있는 모습 등 기록물의 사유화 행위를 보고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개정안을 현직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 또는 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의 한 관계자는 “개정안처럼 현직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의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게 한다면 대부분의 기록을 남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