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편법 승계, 비자금 조성,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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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편법 승계, 비자금 조성, 그 다음은
  • 김은예 기자
  • 승인 2008.07.10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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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기업 윤리 확립, 기업 스스로의 능동적인 변화 필요

   
▲ 김영희 변호사(경제개혁연대 부소장)는 “이건희 회장이 ‘회장’에서 ‘전 회장’이 되었다고 해서 퇴임한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삼성 그룹 각 계열사가 총수 경영이 아닌 독립 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이에 건전한 기업 윤리를 확립하고 대기업의 대규모 횡령, 배임, 비자금 조성 등의 불법 행위에 대한 근절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라고 말했다.

2008년, 삼성·현대 심판 받다
2008년에 들어서 우리나라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릴 만한 대기업인 삼성 이건희 회장과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각각 선단경영 논란과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의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곤욕 아닌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22일 이건희 삼성 회장은 “저는 오늘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라며 쇄신안 발표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혀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준 바 있다. 또한 정몽구 회장은 지난 6월 3일 서울고법에서의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사회봉사 300시간의 형을 선고받고 확정돼 19일부터 사회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퇴임을 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인지 아직 확인된 바가 없고, 정몽구 회장의 사회봉사 판결에 대한 경우는 사법부가 아직도 재벌에 대해 온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없는 집행 유예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에 건전한 기업 윤리를 확립하고 대기업의 대규모 횡령, 배임, 비자금 조성 등의 불법 행위에 대한 근절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지금 어디에

   
▲ 지금 2007년 보복폭행 사건으로 법원으로부터 20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한화 김승연 회장은 앞으로 자발적 봉사의 길을 걸을 것이며, 남은 죄 값을 치른다는 각오로 기업인의 길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공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세 번째 재판이 열린 가운데 비서실 개입 여부가 쟁점이 되었으며 조준웅 특검은 재판부의 진행방식에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기업 일정 등을 고려해 매주 3일 사회봉사를 이행키로 했으며 첫날인 6월 19일에는 꽃동네에서 봉사활동 요령 등을 담은 50여 분 분량의 영상을 시청하고 사전 교육을 받은 뒤 봉사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앞으로 정 회장은 꽃동네에서의 복지지설 사회봉사 외에도 태안반도 기름 방제작업과 자연보호 활동도 이행할 예정이라고 해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바른사회공헌포럼의 김성호 대표는 “이건희 회장이 아직 재판 중이고 사법부의 판단(판결)이 끝나지 않아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 정몽구 회장의 경우 형집행 중이고 사회약속이행이 추진 중에 있으므로 결과가 끝나야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라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보였다. 한편 김영희 변호사(경제개혁연대 부소장)는 “이건희 회장이 ‘회장’에서 ‘전 회장’이 되었다고 해서 퇴임한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삼성 그룹 각 계열사가 총수 경영이 아닌 독립 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한편 “정몽구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은 실망스러운 것이었고, 사법부가 아직도 재벌에 대해 온정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집행유예 선고를 위해서는 피해 회복이 매우 중요한데, 정몽구 회장은 사회 기부는 약속하였으나, 정작 피해자인 현대자동차 등 계열사에 대해 아무런 손해보전조치를 한 바가 없다”라며 안타까움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김영희 변호사(경제개혁연대 부소장)는 피해 회복이 없는 매우 이례적인 이번 집행유예에 대해 정몽구 회장 등을 상대로 정몽구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안과 관련하여 현대자동차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것을 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바른사회공헌포럼 김성호 대표는 “정몽구 회장은 노령을 감안해서 육체적인 사회봉사보다는 성공한 CEO로서의 경영노하우와 경영 철학을 시민단체, 대학, 중·고등학교에 특별강연을 함으로써 성공신화를 확산시키는 게 바람직한데 최종판결인 파기환송심은 강연 대신 육체적 사회봉사를 하라는 애매한 판결에 당혹스러울 것이다. 노령을 감안해 꽃동네 복지시설 등과 같은 곳에서 봉사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라며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 국가 공권력이 범죄행위에 대해 눈감으면 책임을 추궁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기업범죄와 관련하여 검찰 및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법 논리 VS 재벌 봐주기 충돌
그러나 대기업 회장들의 이러한 모습들에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법 논리와 국가 경제 사이에서의 괴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이유이다. 일반인 김모 씨(52세)는 “무엇보다도 법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합니다. 그러나 국가 경제를 생각한다면 지금 경제가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어떤 처벌을 내려야할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라고 말해 기업범죄 행위에 한 쪽 입장만 반영하는 것의 어려움을 나타냈다.
국민들의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선 기업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현재 상황만을 모면하려는 쇄신이나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다음의 한 블로거는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에게 기업은 ‘내 주머니를 털어가는 것만큼 안 돌려주는 나쁜 존재’라고 각인되어 있다. 그런 반기업 정서가 서서히 풀리려 하고 있는데 이번 의혹이 터지고 말았다. 이번 일에 대해서 대기업들은 철저한 자기 조사와 감찰을 벌여야 한다. 또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투명경영으로 나아가는 시초가 되어야 겠다”라며 입장을 피력했다. 이것에 대해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은 “법원이 판결이 죄를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법원은 죄는 묻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도 내의 적절한 선에서 죄를 묻는 것이 국가에 최선이지 않나 생각한다. 과거 관행을 현재의 잣대로 재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보고 기업들이 앞으로는 그런 관행을 타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공판은 공소 사실 전부에 대해 유죄 선고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전분가들의 의견이다. 김영희 변호사(경제개혁연대 부소장)는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재판부의 성향에 따르면, 실형도 예상이 된다. 그러나 유·무죄를 심하게 다투고 이건희 회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실형이 선고되나 법정 구속은 하지 않는, 즉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예상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국민들은 정몽구 회장의 봉사가 사회의 소외 계층에 대한 봉사 등 땀 흘리는 일이 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김영희 변호사는 “정몽구 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사회봉사는 자유형의 집행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써 300시간 동안 일 또는 근로활동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였으므로, ‘자유형 집행의 대체’의 의미가 있는 근로활동으로서의 의무를 다해 성실히 임해야 한다”라며 봉사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강조했다.

기업과 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는 투명한 기업

   
정몽구 회장은 지난 6월 3일 서울고법에서의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사회봉사 300시간의 형을 선고 받았다.

기업범죄의 원인은 우선적으로 기업 내부에서 찾아야겠지만 사회적 구조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모 건설회사 김모 차장은 “기업은 사실상 정치인과 친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회 구조상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그러한 불법들이 사회 통념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라며 “비자금이 회장 개인이 쓰는 경우도 있지만 영수증이 발행되지 않는 영업비용으로 쓰는 목적도 있지요”라며 근본적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의 이런 모습들은 바른 사회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바른사회공헌포럼 김성호 대표는 “건전한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기업 스스로의 능동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건전한 NPO(비영리단체)의 육성과 활성화가 중요하다. NPO에는 좌(진보)나 우(보수)에 너무 치우친 편견된 시각을 갖지 않고 균형적이고 건실한 사회공헌 마인드를 갖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여야만 성숙한 시장경제와 균형적인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건전한 기업 윤리의 확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존슨앤존슨의 ‘우리의 신조’와 같은 투명·윤리경영을 위해 윤리경영헌장을 만들어서 실천해야 한다. 또한 기업 오너나 최고 경영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기업이미지나 기업 가치를 높여 단기적으로는 비용발생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윤을 더 늘리게 된다’는 확고한 경영철학을 가져야 할 것이다. 여론무마나 면죄부성 사회공헌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이제 사회공헌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기업은 양적·물적 위주의 부풀리기식 위주에서 벗어나 내실 위주의 기업 특성에 맞고,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할 것이다.  

INTERVIEW   I  김영희 변호사 (경제개혁연대 부소장)  

                
                     “기업범죄 관련하여 검찰 및 사법부의 역할 중요”
재판부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듯하지만, 사법부가 재벌총수에 대하여 온정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코 사회에 유익하지 않다. 왜냐하면 대규모 횡령, 배임, 비자금 조성 등 불법행위가 이루어져도, 관대한 처벌로 인하여 재발방지효과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기업범죄와 관련하여 검찰 및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 공권력이 범죄행위에 대해 눈감으면 책임을 추궁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재판은 하나의 단일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하여 지침과 메시지를 주기 때문에 법원의 유권해석이 매우 중요한 사회적 규율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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