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에 공개한 ‘90개 소비재 품목별 수입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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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에 공개한 ‘90개 소비재 품목별 수입가격’
  • 신혜영 기자
  • 승인 2008.07.0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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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원가 공개, 수입가 비싸다 했더니 최대 7배까지 차이나 … 실효성 논란

   
▲ 정부는 공급자들에게 가격 인하 압력을 가해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행위와 업체 간 가격인하 경쟁을 동시에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90개 세부 수입품목에 대한 최저·최고·평균 수입가격을 공개했다.

물가안정 보완대책 후속조치, 수입원가 공개
정부는 지난 5월 2일 ‘제 3차 서민생활안정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표한 물가안정 보완대책을 지원하기 위한 후속조치로, 5월 31일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90개 세부 수입품목에 대한 최저·최고·평균 수입가격을 공개했다. 소비자들에게 원가 정보를 알리는 동시에 공급자들에게는 가격 인하 압력을 가해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행위와 업체 간 가격인하 경쟁을 동시에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공개된 수입가는 운임과 보험료, 세금을 포함한 것으로 시중 가격과의 차이는 마진과 영업비용 등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이번에 공개된 90개 품목은 소비자물가지수 산출품목(489개) 및 수입물가지수 산출품목(234개) 중에서 올 1분기 수입실적이 있고, 신고가격에 운임·보험료가 포함된 CIF(Cost, Insurance and Freight) 조건으로 수입된 ‘소비재’로 품목분류상 통계적 산출이 가능한 것들이 대상이다.
관세청이 공개한 대상으로는 ▲쇠고기, 돼지고기, 천연꿀, 녹용, 우황, 양파, 마늘, 양배추, 무, 당근, 도라지, 쌀, 대두, 오렌지, 바나나, 인삼, 고등어, 멸치, 조기, 명태, 갈치, 꽁치, 돔, 넙치, 복어, 홍어, 민어, 가오리, 낚지, 아구, 꽃게, 문어, 주꾸미 등 농수산품이 34개 품목으로 가장 많았고 ▲공산품이 밀가루, 식용유, 간장, 소금, 원두커피, 청바지, 화장지, 유모차·분유 등 유아용품, 샴푸, 소파, 컨택트렌즈, 안경테, 선글라스, 꼬냑, 위스키, 담배, 립스틱, 전기면도기, 헤어드라이기, 전기밥솥, 바이올린, 운동화, 볼링공, 골프채 등 24개 품목 ▲석유제품이 경유, 등유, LPG, 벙커 C유 등 4개 품목이다. ‘MB물가지수’인 52개 생필품 중 수입품목 17개도 포함됐다. 평균수입가격은 수량을 기준으로 가중 평균한 개념으로 산정했으며 비정상적인 저가신고는 제외됐다.

   
▲ 수입가격이 공개되면서 수입품의 소비자 판매가격의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수입 및 유통업체들은 “이윤을 부풀린 게 아니라 정상적인 물류 등 유통비용이 추가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어 한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 7배까지 차이나 ‘바가지’ 논란 피하기 어려워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수입된 쇠고기의 경우 호주산 냉동 갈비가 품질에 따라 ㎏당 3,430원~9,831원에 수입되고 있었으며, 가장 많이 수입되는 평균 가격대는 6,001원이었다. 뉴질랜드산의 경우 ㎏당 3,805원~9,229원에 수입되며 평균 가격대는 6,273원이었다. 냉장 삼겹살의 경우 캐나다 산이 ㎏당 5,028원~5,613원에 수입, 가장 많이 수입되는 평균 가격대는 5,297원이었다. 벨기에산 냉동 삼겹살은 ㎏당 3,050원~4,300원대로 평균 3,846원대에 수입되고 있었다.
주류는 발렌타인, 랜슬럿, 조니워커 등 영국산 유명 위스키 17년산(700㎖)의 경우 2만 7,858~5만 6,327원에 수입, 평균가격은 4만 3,532원이었으며, 코냑(VSOP 700㎖)은 2만 4,336원에 수입됐는데, 같은 용량 발렌타인 17년산이 신세계백화점에서는 13만 원, 헤네시와 레미마르탱 코냑은 롯데백화점에서 최저 7만 원이었다.
의류 및 신발 등의 일반 공산품에서도 큰 판매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리바이스, 캘빈클라인, A&F, DICKIES 등 멕시코에서 OEM으로 만들어 오는 청바지의 평균 수입가격이 남성용은 2만 7,715원, 여성용은 2만 4,897원~4만 5,968원에 수입, 평균 2만 8,682원으로 조사됐는데 롯데백화점에서는 같은 브랜드 제품(중국산)을 남성용은 8만 3,000원, 여성용은 6만~14만 원 이상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청바지를 16만 8,000~19만 8,000원에 팔고 있었다. 평균 수입가의 3~8배에 이르는 값이다.
아디다스, 나이키, 퓨마 등 인도네시아산 운동화는 1만 1,757원~8만 100원에 수입, 평균가는 2만 4,960원이었다. 그러나 시중 백화점에서 팔리는 아디다스 운동화의 가격은 4만 9,000~15만 9,000원에 달했으며, 퓨마의 경우 블랙테이션 제품이 무려 48만 9,000원에 팔리는 등 일부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최소 2~3배 최대는 7.5배까지 높게 판매되고 있었다. 그러나 청바지와 운동화 수입업체들은 영업이익률은 10% 미만이며 유통업체 수수료 비중이 훨씬 크다고 항변한다.
퓨마 관계자는 “소비자가격 중 백화점 수수료와 판매점(대리점) 수익으로 들어가는 부분만 45%”라며 “나이키, 아디다스보다 가격대가 낮은 편이라 이익률도 높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시중에서 19만 원에 팔리는 캘빈클라인 청바지도 백화점 수수료, 로열티, 인건비, 마케팅비를 빼면 순수 이익은 3% 안팎이라는 게 수입업체의 설명이다.
유아용품 역시 퀴니버즈, 베베카, 스토케 등 유럽산 유명 유모차는 29만 229원~54만 5,205원으로 평균가 38만 4,304원에 수입되고 있었으나, 시중에서는 79만~149만 원 대로 3배 이상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중국산 유모차도 수입가가 평균 7만 5,373원이었으나 백화점에서는 10만∼40만 원에 팔리고 있었다. 
아뜰리에와 부르조아, 크리스찬 디오르, 클라란스, 겔랑 등 5개 화장품 브랜드의 프랑스산 립스틱은 개당 평균 수입가가 6,832원, 5개 브랜드 중 가장 비싼 곳이 9,649원이었으나 립스틱의 경우 이보다 3배 가량 비싼 3만∼3만 3,000원에 팔렸다. KANEKO, HOYA, PAUL, SYUNKIWAMI, ORIENT, TITANOS, SOLID BLUE 등 일본산 안경테의 경우, 7만 663원~10만 9,660원에 수입, 평균가격은 8만 964원이었으며 프랑스산 안경테의 평균가격은 11만 7,713원, 이탈리아산은 6만 3,003원이었으나 백화점에서는 32만~35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유럽산 선글라스도 평균 최저 7만 9,802원에서 최고 43만 3,165원이었으나 백화점에서는 36만 원부터 판매되고 있었다.
이 밖에 골프채의 경우 일본산 혼마, 브릿지스톤, 다이와, 야마하 등 드라이버는 25만 728원, 아이언은 4만 9,272원에 수입되지만 백화점에서는 드라이버가 50만~200만 원, 아이언은 20만~30만 원으로 수입가보다 최고 6~8배 수준이었다. 중국에서 생산된 캘러웨이나 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의 경우 싼 것은 6만 7,942원이며, 평균 8만 9,849원에 불과했다. 아이언은 더욱 심해 중국에서 만들어진 캘러웨이나 미즈노 제품의 경우 싼 것은 1만 4,235원(개당)으로 평균 3만 6,409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정식 매장에서 100만 원(10개)이 훨씬 넘게 팔리고 있어 7~8배 이상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수입가격이 공개되면서 수입품의 소비자 판매가격의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수입 및 유통업체들은 “이윤을 부풀린 게 아니라 정상적인 물류 등 유통비용이 추가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앞으로 관세청은 가격 상승폭이 큰 일부 품목추가 등 단계적으로 공개대상 세부 품목을 조정해 나가는 한편, 일부국가에서 저가 혹은 가짜 상품을 수입 후 시중에서 원산지 위조와 진품으로 둔갑하여 고가로 판매할 우려가 높은 물품에 대해서는 통관·유통 단계에서 세관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실효성 논란, ‘눈 가리고 아웅’한 수입가 공개 비난
그러나 관세청의 이번 수입가 공개를 두고 가격정보 공개가 시장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했고, 또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거둘 지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가격이 구체적인 브랜드별, 제품별 가격이 아니어서 가격인하 압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수입가격 공개가 실효성이 적어 전시행정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이런 현상이 가장 심한 품목은 골프채다. 일본산 드라이버의 경우 브리지스톤, 다이와, 혼마, 타이틀리스트, 야마하를 한데 묶어 최저가 12만 3,625원과 최고가 75만 8,848원이 무려 6배 이상 차가 난다. 평균가 25만 728원까지 보면 가늠하기 더욱 힘들다. 일본산 아이언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역시 뭉뚱그려 통계를 내는 바람에 크기와 재질, 용도에 따라 많은 모델로 갈리는 골프채의 특성이 반영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반쪽짜리’ 정보공개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한 주부는 “관세청이 고시한 수입가를 살펴보았지만 개별 브랜드 가격을 알 수 없었다”는 푸념을 늘어놓으며 “결국 눈 가리고 아웅식 가격 공개에 시간만 낭비한 셈”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관세청의 수입가격 공개에 대해 수입업체들과는 달리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관세청이 통상마찰을 의식해 수입가격을 브랜드나 모델별로 공개하지 않고 품목별로 브랜드군과 원산지를 뭉뚱그려 최저·최고가와 평균가격만 고시했기 때문에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고시된 가격만으론 소비자가격이 비싼지 여부를 소비자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
이에 관세청 천홍욱 통관지원국장은 “수입가와 시판가를 비교, 수입업체들의 폭리 구조를 뿌리 뽑아 물가안정을 이루고자 한 원래 취지에 원칙적으로 부합하지 않다”라며 “현실적으로 업체의 영업비밀인 수입가를 브랜드, 제품별로 일일이 공개하면 법률적으로 문제소지가 있고 해외업체들인 만큼, 통상마찰 소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부처 간 협의와 장고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현행 관세법에는 관세청이 통관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관세 부과·관세범 처벌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 관세청의 이번 수입가 공개를 두고 가격정보 공개가 시장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했고, 또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거둘 지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가격이 구체적인 브랜드별, 제품별 가격이 아니어서 가격인하 압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반쪽짜리’ 정보공개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수입업체, 유통과정상 어쩔 수 없어
수입업체들은 관세청이 물가 안정을 겨냥해 수입 원가를 공개한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한다. 수입업계측은 정보의 왜곡을 불러일으켜 시장논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과 국내업체들에 마케팅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처럼 수입가격과 실제 판매가격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것은 유통과정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관세는 물론 물류비와 영업·마케팅 비용, 매장운영비, 인건비 등을 고려해야 하고 거기에 이득을 남기자면 어느 정도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수입품의 판매가격과 수입가격은 보통 2.5∼3배 정도 차이가 난다”며 “수입품 중 정상가에 팔리는 것은 40∼50%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고비용이 가격에 포함되는 데다 패션 브랜드처럼 마케팅 비용과 광고비가 높게 책정되는 상품도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수입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 25~28%와 부가세 10% 등을 감안하면 실제 영업이익률은 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호주산 쇠고기 수입업체 관계자도 판매가격에서 대형마트 수수료 30%, 물류비 6.5%, 판매관리비 16% 등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은 10% 안팎이라고 호소했다. 
김영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과정 중 일부만 공개하면 소비자들이 이를 전체 정보로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관세청 천홍욱 통관지원국장은 이번 수입가 공개에 대해 “이번 수입가 공개는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수입가격에 대한 정보를 제공, 국민들의 건전한 소비행위를 유도하고 판매업체들의 가격인상을 자제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수입단가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큰 가격인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한다.
앞으로 관세청은 수입물가 및 국내 물가상승률을 감안, 분기 단위로 수입가격을 공개하고 소비자물가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가격 상승폭이 큰 일부 품목추가 등 단계적으로 공개대상 세부 품목을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일부국가에서 저가 혹은 가짜 상품을 수입 후 시중에서 원산지 위조와 진품으로 둔갑하여 고가로 판매할 우려가 높은 물품에 대해서는 통관·유통 단계에서 세관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수입가격 세부자료를 한국소비자원에 제공하는 등 공개품목에 대한 한국소비자원의 국내 판매가격 조사 및 공개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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