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모든 생명과 직결되는 자원일 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문화를 꽃피우는 근원이 되어왔으며, 과학과 산업의 발달 속에서 그 활용범위가 넓어지면서 그 중요성 역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물 부족이 새 천년 인류가 직면할 최우선 2대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세기의 석유분쟁과 비교할 때, 우리가 직면한 21 세기의 물 분쟁은 수량과 수질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성을 띄고 있다. ▲ 하루에 140,000원을 내고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일명 ‘수돗물 괴담’은 현재 170원 정도에서 민영화 후 기업에서 생산해 파는 물을 이용한다면 1ℓ에 500원으로 무려 800배가 넘는 가격차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하천의 특징은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및 임진강 등 몇 개의 큰 강을 제외하고는 그 유역이 짧고 유량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몬순기후 지대에 속한 우리나라는 우기와 건기의 구별이 뚜렷하여, 연강수의 2/3가 여름철에 집중되는 등 수자원의 계절별·지역별 편중이 세계최고 수준으로 안정적 수자원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 발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활용 가능한 물자원량은 661억㎥으로 국민 1인당 활용이 가능한 양은 1950년대 3,247㎥에서 ’95년 1,472㎥로 줄었다고 발표하며,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거기에 2025년에는 1,258㎥로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적극적으로 물 소비량을 줄이지 않으면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물이 고갈되고 있다
▲ 물은 모든 생명과 직결되는 자원일 뿐만 아니라 과학과 산업의 발달 속에서 그 활용범위가 넓어지면서 그 중요성 역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물 부족이 새 천년 인류가 직면할 최우선 2대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13억 8,500만㎥이며, 이 중 97.4%는 바닷물 등 짠물이고 담수는 2.6%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은 빙하나 지하수이고 호수나 하천 등 곧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담수는 지구상 전체 물의 0.0072%에 지나지 않는다. 이집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 전 세계 18개국 이상이 물 기근에 시달리고 있으며, 쿠웨이트의 경우 이란으로부터 하루 20만t의 물을 수입하고 있다. 또 우즈베키스탄과 키르키즈스탄은 서로 물과 가스를 주고받고 있다. 또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로부터 물을 수입하는데 공급량이 모자라 인도네시아와도 협상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벨기에, 남아공화국 등 12개국도 물 부족국가로 분류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세계가 야심찬 환경정책을 당장 실행하지 않는다면 2020년 이후엔 돌이킬 수 없는 상태를 맞게 되고 기상이변과 물부족, 대기오염 등으로 인류가 고통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OECD는 ‘2030년 환경전망보고서’(OECD Environmental Outlook to 2030)에서 각국의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시뮬레이션 기법을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물부족이 극심한 지역에 사는 인구는 현재 10억 명에서 39억 명으로 늘어나고 도시의 오존오염, 미세먼지에 따른 조기 사망자수는 각 현재의 4배,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OECD는 “행동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은 지금 열려 있지만 오래도록 열려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늘 내리는 투자 선택은 미래의 환경을 결정지을 것이며 대응시점을 늦추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에는 약 18억㎥ 용수부족이 예상되며, 2020년에는 약 26억㎥의 용수부족이 전망된다. 이러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공급측면의 원인과 수요측면의 원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공급측면이라면 물론 강우량과 담수량을 뜻하며, 수요측면이라면 물소비량을 말한다. 즉, 한국의 물 부족 문제는 말 그대로 과소공급에 지나친 소비에 있다. 하나는 여름에 집중되는 강우량이고, 다른 하나는 물 쓰듯 하는 물 소비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의 ‘블루 골드’라 불리는 물 ▲ 지난 6월 2일 이병욱 환경부 차관의 말처럼 입법 취지가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어 의견수렴이 필요한 데다 정부가 국민 의견을 무시한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해를 없애기 위해 입법예고를 연기했다는 내용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세계 물 산업 규모는 3,160억 달러(약 313조 원) 선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시장이 커지는 것은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수질 오염이 가속화되고, 지구온난화현상으로 가뭄과 사막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면서 자연히 식수와 산업용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과 중국을 비롯한 기존의 물 부족 지역뿐 아니라 북미·유럽·호주·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깨끗한 물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물산업이 큰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경제논리에 따라 물산업 시장은 수년 내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인 관심거리가 된 ‘물’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며, 기업들에게 수자원은 돈 되는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을 ‘21세기 블루 골드’라고도 부른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도움 아래 물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이 분야에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도 서비스 사업을 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민간 참여를 허용하면서 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축적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인 중국도 상하수도 사업을 민영화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이미 2002년에 21세기 주력산업으로 환경, 그 중에서도 물을 핵심으로 지목했다. 그 뒤 하수 처리 및 담수화 설비 분야의 여러 업체를 잇따라 인수했다. 물 공급이 절실한 지역에 당장 물을 공급하는 ‘모바일 워터’라는 개념도 몇 해 전 도입했다. 독일의 지멘스는 2004년 필터를 만드는 US필터를 합병하면서 본격적으로 물 산업에 뛰어들었다. 물 부족에 시달려온 싱가포르 정부는 2000년대 초 2억 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최대의 담수화 공장을 건설했다. 이 공장의 건설과 운영을 맡고 있는 하이플럭스는 현재 담수처리 분야의 세계 선두 기업으로 올라섰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2015년까지 국내 물 산업 규모를 20조 원 이상으로 키우고, 세계 10위권에 드는 기업을 2곳 이상 육성하겠다’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상수도 구조 개편 작업을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국가가 추진하고, 기금을 만들어 물 산업을 육성하여 관련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 중에는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현재 세계 담수화 설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코오롱과 GS건설·삼성엔지니어링도 이제 물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상하수도를 비롯한 물 산업을 지금껏 정부와 지자체가 관리하면서 민간 기업들은 필요한 경험을 축적할 수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가장 큰 불만이다.
물, 이제 누구나 쓸 수 없게 된다?
▲ 수돗물 민영화 논란을 불러온 ‘물 산업 지원법’ 입법예고를 연기하겠다는 발표였다. 수돗물 민영화에 대해 국민의 우려가 많아 의견 수렴을 좀 더 하겠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다분히 ‘촛불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적인 측면이 아닌 서민들의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물산업이 공적인 부분이 아닌 기업적인 부분으로 속하게 된다면 수질은 좋아질지 모르지만 그것을 사용하기 위한 비용은 높아질 것이 분명할 것이다. 하루에 140,000원을 내고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일명 ‘수돗물 괴담’은 하루에 한 사람이 평균 사용하는 물의 양을 285ℓ로 보았을 때 마시고, 씻고, 빨래를 하는 등 매일 매일 써야만 하는 수돗물의 가격이 지금처럼 나라에서 관리를 한다면 170원 정도이지만, 민영화 후 기업에서 생산해 파는 물을 이용한다면 1ℓ에 500원으로 어림잡아도 142,000원에 이른다. 무려 800배가 넘는 가격차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만들겠다는 ‘물산업지원법’이 완성되면 이제 우리는 모두 하루에 14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물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물산업지원법’은 상수도에 민간자본의 참여를 확대해 물과 수도 사업의 시장화를 전면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실패한 수도 민영화를 굳이 추진하려는 정부의 모습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상수도의 민영화’는 먼저 실시한 나라들에서 속속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시에서는 수도를 온데오와 REW-템즈라는 기업에 위탁한 결과 2001년 이후 매년 요금이 30% 이상 상승했으며, 기업에서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계속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994년 수도 시설을 수에즈라는 기업에 위탁한 이후 2년 간 수도 요금이 600%가 인상되었고, 이후 천만 명 이상이 물 공급 중단을 겪었으며 물을 찾아 고향을 떠나기도 했다.
이런 결과는 2006년에 열렸던 4차 ‘세계 물 포럼’에서 물 민영화 정책이 실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했으며, 세계적인 물 기업들이 대거 존재하는 EU에서도 물산업 민영화의 부작용을 놓고 심각히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태도는 정반대다.
정부는 “현재 11조 원 정도인 국내 물 산업 규모를 오는 2015년까지 20조 원 이상으로 키우고, 세계 10위권에 드는 기업을 2개 이상 육성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지난해 ‘물산업 육성 5개년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한 것에 이어 올 해 상반기 중으로 이를 뒷받침할 ‘물산업 지원법’을 입법예고 하고 국회에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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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물 산업 규모는 3,160억 달러 선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시장이 커지는 것은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수질 오염이 가속화되고, 지구온난화현상으로 가뭄과 사막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면서 자연히 식수와 산업용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
최근 ‘물산업지원법’ 제정과 관련된 일부 언론보도 내용에 대해 정부가 유감을 표명했다. 환경부 물산업육성과는 정부가 ‘물’을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제공받아야 하는 기본적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으며 ‘물’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정책은 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지난 6월 2일 밝혔다. 환경부의 ‘물산업지원법’ 제정취지는 수도사업의 경영효율화와 서비스 향상을 통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함으로써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대형화·전문화·개방화 추세에 있는 세계 물 시장의 급속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물 산업의 국제경쟁력 기반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수출산업화를 위한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었다.
그동안 ‘물산업지원법’을 준비해온 환경부는 법안의 일부 조문이 입법취지와 다르게 오해되는 부분이 있어 충분한 토론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당초 6월4일로 예정됐던 입법예고를 잠정 연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공청회 및 토론회 등을 개최하여 광범위한 여론수렴의 기회를 갖기로 했다.
반면 환경부 일각에서는 정국 이슈로 인해 두 차례나 물산업지원법의 입법예고가 연기된 데 이어 청와대가 추진 연기를 제안하자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물산업지원법 추진을 연기할지, 안할 지는 환경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추진하는 것도 아니고, 10년 전부터 준비해온 것인데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기업 민영화와 물산업지원법은 상관이 없다”며 “문제가 되는 조항의 삭제를 검토하는 등 전면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법예고 연기 배경은 무엇인가
‘물산업지원법’의 입법예고 중단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며 현 정부의 근간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물산업지원법’에 대한 나름대로 해명을 내놨지만 ‘수돗물 괴담’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또 그 여파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책사업으로 내놓았던 다른 부분들까지 파장이 커지면서 수도사업 민영화를 밀어붙였다간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국민들의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일 수도 있다. 지난 6월 2일 이병욱 환경부 차관의 말처럼 입법 취지가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어 의견수렴이 필요한 데다 정부가 국민 의견을 무시한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해를 없애기 위해 입법예고를 연기했다는 내용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입법예고 연기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조율은 없었다는 것이 이병욱 차관의 설명이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에서 결정된 조치라는 것에도 무게가 실린다.
정부가 물산업지원법과 관련해 잘못 알려졌다고 항변하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법으로 각 지자체와 공기업(수자원공사)이 맡고 있는 수돗물 사업이 민영화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운영만 민간기업에 위탁된다는 것으로 즉, 소유권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공공부문에 남아 있고 단지 위탁경영을 하게 된다고 환경부는 강조하고 있다. 두번째는 법이 시행되더라도 물값이 ‘괴담’ 내용처럼 터무니없이 비싸질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더 낮아지진 않더라도 지금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오르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