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上低下高), 경제 먹구름 더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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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저하고(上低下高), 경제 먹구름 더 짙어진다
  • 신혜영 기자
  • 승인 2008.07.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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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 부실 영향으로 물가상승 지속, 스태그플레이션 본격화

   
▲ 이명박 정부 초 한국경제의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2008년 하반기는 경기하강, 물가상승, 경상수지적자 등으로 경기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예상보다 내수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당초보다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최근 고유가, 원자재 가격 폭등 등의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단체 및 기업연구소들이 하반기 경제 전망을 잇달아 하향조정했다.
지난 6월 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8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1·4분기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주택시장 부진으로 건설수주도 감소하는 등 해외수요 위축 및 유가급등 영향으로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물가도 중앙은행의 중기 목표수준인 2.5~3.5%를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종건 한국은행 조사총괄팀장은 “올해 우리경제는 국제유가 상승,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했던 성장률이 연간 4.7%를 화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간 4.6%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경기가 ‘상고하저(上高下低)’로 둔화되는 반면, 물가는 ‘상저하고(上低下高)’로 갈수록 치솟아 저성장 속 고물가 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이처럼 우리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해 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유층과 빈곤층의 체감경기 격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대내·외 경제여건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들의 투자부진 추세도 연중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수출 신장세가 약화될 것으로 전망, 당초보다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경기 위축, 경상수지 적자 기록할 듯
최근 연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의 국제수지가 크게 악화되고 있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매월 평균 5억 달러 정도 흑자를 유지해 왔으나, 2008년 들어서는 월 평균 18억 달러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OECD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예상치(5.2%)보다 무려 0.9%포인트나 낮은 4.3%로 하향 조정했으며, OECD 전체의 경제성장률도 1.8%로 하향 조정했다. 또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올해 GDP 대비 0.9%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1.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상수지 적자 폭도 당초 59억 달러에서 91억 달러로 확대, 2008년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현재는 수출이 비교적 탄탄하게 유지되면서 경기가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내수는 이미 상당히 위축됐고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도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OECD는 하반기 수출은 선진국의 경기둔화 영향으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오일머니가 풍부한 중동, 러시아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10% 후반대의 증가율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에도 유가를 둘러싼 경제여건 및 수급상황의 변화가 없으면 유가가 강보합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두바이 원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125~130가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반면, 수입은 높은 국제유가로 인해 25%대의 증가율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내수경기 위축과 환율 상승효과로 수입증가율이 주춤하면서 경상수지는 상반기 58억 달러 적자에서 하반기에는 8억 달러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됐다.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 적자폭이 줄고, 외국인의 주식자금 유입이 늘면서 하반기에는 현재보다 낮은 평균 988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철강, 비철금속 등도 선진국 경기둔화로 가격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김주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철강과 비철금속을 중심으로 하반기 원자재 시장을 전망하면서 “하반기 국제원자재 가격은 원료가격과 해상운임의 상승, 덜러화 약세와 저금리 기조로 인한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수요 확대 등의 요인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철강은 선진국의 경기둔화로 수요가 줄면서 다소간 가격조정이 예상되나 중국 대지진의 피해 복구가 본격화 될 경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비철금속 또한 선진국의 경기둔화로 수요가 줄고 가격은 최소 10%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OECD는 경제성장률에 대해서 “수출 증가와 내수 확대로 잠재성장률 수준인 5.0%로 회복할 전망”이며 “물가도 올해 성장세 둔화와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중앙은행의 중기목표 수준대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한국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본격화

   
▲ 철강, 비철금속 등도 선진국 경기둔화로 가격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철강은 선진국의 경기둔화로 수요가 줄면서 다소간 가격조정이 예상되나 중국 대지진의 피해 복구가 본격화 될 경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될 것’이라던 물가 전망도 ‘하반기로 갈수록 더 불안해질 것’으로 바뀌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3.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오름폭도 거의 4년 만에 최고지만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 상승은 더 높다. 8.0% 상승한 생산자물가와 28.0% 상승한 수입 물가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 소비자물가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3분기 5.2%, 4분기 4.9%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기별로는 1분기 3.8%에서 2분기 4.8%로 급등한 뒤 3분기 고점을 찍고 연말쯤 소폭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은 4.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OECD도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당초 2.8%에서 4.0%로 대폭 상향 조정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도 지난 5월 29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당초 3.3%에서 3.9%로 수정, 3/4분기까지는 4%대의 물가상승세가 예상되는 등 물가불안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4.1%로,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5월 3.8%로 각각 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물가·저성장 기조는 내년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정문석 한화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인하, 달러약세, 상품가격 폭등, 중국 임금상승 등으로 2002년부터 시작된 저물가·고성장의 골디락스 경제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며 “선진국 경기둔화 폭이 더 크지만 신흥국의 경우 유동성 과잉과 물가상승 등 불안요인이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OECD는 유가 급등, 식료품, 상품가격 상승은 생산비용 부담을 높일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기대를 강화해 잠재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현 시점에서는 물가안정에 거시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5% 이상으로 높아진다면 경기위축을 감내하고 한두 차례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금융 부실 영향권 벗어나기 어려워
OECD는 하반기에도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기 둔화가 지속되며, OECD 30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추락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지난 2006년 3.1%, 2007년 2.7%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며 2009년에도 1%대(1.7%)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OECD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1.2%)을 종전(2.0%)에 비해 0.8%포인트나 낮췄고, 유로와 일본도 각각 1.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한국 경제의 연일 물가 상승은 미국의 영향이 크다. 연일 계속되는 주식시장의 약세, 대미 수출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 국제수지 약화, 환율 상승, 물가 불안, 소비 위축 등의 문제들이 대부분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OECD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이후 다양한 정책 대응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지만, 미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조정되거나 예상보다 미국경기 위축이 길어질 경우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서브프라임 여파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주택경기 부진, 고유가 및 높은 상품가격 등으로 인해 전망치를 내렸다”며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으나 미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조정되거나 예상보다 미국경기 위축이 길어질 경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불안이 예상보다 일찍 수습되면 실물경제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물가상승의 직접적 원인인 국제유가의 경우 하반기에 상승세를 멈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150달러까지 오른 뒤 점차 내려 하반기 평균은 110~12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년 하반기 대외여건은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은 Beat Stearns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 이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대규모 손실이 잠재되어 있어 근본적인 금융시장 안정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최근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도 하반기 경제를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의 전민규 키코노미스트는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는 대미 수출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 국제수지 악화, 환율 상승, 물가 불안, 소비 부진 등에서 빠르게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정부가 내수 회복을 위해 금리 인하, 기업 규제 완화, 법인세율 인하 등과 같은 경기 부양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고 금융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 역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과 소비 침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론 제기

   
▲ 일각에서는 추경편성을 통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탄력적인 금리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경기둔화 위험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OECD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감세정책은 정부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지출 축소가 동반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높은 가계부채를 한국경제에 위험요소로 지적했다. 실제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만 해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5% 수준이었지만 작년 말 기준으로 150%까지 치솟았다. OECD도 한국 경제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정보통신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과 원유수입 비중이 높아 세계시장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위험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추경편성을 통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탄력적인 금리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물가불안을 확대시키지 않는 전제 하에서 경기상승 모멘텀을 확보하는 정책조합이 중요하며 하반기의 빠른 경기둔화를 감안하여 추경편성을 통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금리정책은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도 올해 국내 경제는 “경기보다 물가가 더 걱정”이라며 한국은행이 한두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엔 물가 불안을 방치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돼 경제의 안정 성장 기조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LG경제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물가안정을 거시경제정책의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지적하며 한국은행이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쯤 소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은행도 경제주간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물가를 목표범위 내로 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향후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전망하며, 이르면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오는 9~10월쯤 금리 인상을 전망했고, 현대증권도 현재 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USB와 메릴린치도 물가 불안을 감안할 때 향후 기준금리가 각각 0.5%포인트와 1.0%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연구위원은 “지금은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지만 당장 물가 불안을 막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안정은 환율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9~10월께 한은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경기둔화 위험도 만만치 않기 때문. 오히려 시장 일각에서 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균형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금리 인상 시그널을 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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