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지난 6월 23일 한 방송에 출연해 “당정청이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는 질문에 “지난주 당정청 회동이 있었다”면서 “이 회동을 통해 4가지를 합의했다”고 밝혔다. ▲ 그동안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일자 지난 6월 19일 특별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공기업 민영화는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공기업의 선진화다”라며 공기업 개혁에 대한 용어를 수정했다. 민영화에서 선진화로 두 글자만 바뀌었을 뿐이지만 많은 변화를 예고하는 발언이었다.
배 차관에 따르면 4가지 합의는 첫째, 공기업 ‘선진화’(민영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추진 여건을 만들어간다. 둘째, 정기국회 이전까지 방안을 (최종)마련한다. 셋째, 혁신도시와 관련해 반드시 보완해서 추진한다. 넷째, 전기·가스 등 국민생활과 직접 연관된 (4개) 부문 민영화는 임기중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기업 ‘선진화’는 그동안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일자 지난주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에서 바꿔 사용한 용어다.
배 차관은 “공기업 선진화에는 민영화와 경영효율 제고, 기능 조정, 통폐합 등이 포함된 것”이라며 “공기업 개혁 후퇴와는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배 차관은 지난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공기업 민영화 작업 개시는 쇠고기 정국이 언제 가라앉느냐가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추경예산 편성과 관련해 배 차관은 “이번 추경이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층을 위한 것이어서 빨리 국회가 열려 처리해 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국가재정법에는 세 가지 특별한 추경요건 조항이 있는데, (법안 만들 당시) 지나치게 엄격하게 만들어져 있다”며 “이번에는 법을 고치지 않아도 되지만 이렇게 계속 갈 수는 없고 중장기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할 것임을 시시했다.
배 차관은 이어 우리 경제가 올해 4%후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출범 당시 올해 성장률 목표를 7%로 잡았다가 6%로 낮춘 뒤 다시 5%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4% 후반대’ 성장률 전망치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유가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며,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률을 올해) 4% 후반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유가 문제와 관련 “170달러가 넘어가면 공공요금에도 부담이 올 것이며 이때가 되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고 정부는 다양한 특단의 대책을 준비중”이라며 “200달러까지 가면 세계 경제가 침체되는 극단의 현상이 나타나 여러 요인들이 믹스될 것이기 때문에 한가지로 봐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공기업 민영화 의견수렴 방법은 ‘합리적인 의견 존중’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공기업 선진화로 명칭을 바꾸고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국민들과 소통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의견수렴 과정에서 발전적인 내용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적당한 시기를 봐서 (공기업 선진화 관련해) 공청회나 토론회를 가질 생각”이라며 “합리적 의견이 제시되면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중 노동조합과 학계, 시민단체 등이 참석하는 공청회나 토론회가 열릴 전망이다.
여론 수렴의 구체적인 형식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토론회는 주무부처가 주도해 분야별로 개최될 전망이다. 예컨대 사회간접자본(SOC)과 에너지 등 산업별로 토론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에너지의 경우 전력, 가스 등으로 세분화도 가능하다. 토론회에서는 각 산업의 발전 방향과 공기업의 역할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공기업이 나아갈 방향으로 민영화나 구조조정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재정부 관계자는 “합리적인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것이지 특정 이해 당사자의 의견만을 수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과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것과는 거리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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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당초 이달 발표키로 했다가 7월 이후로 미룬 이유도 여론 수렴이 좀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 공공부문 개혁과 관련, 공기업 민영화를 내세우다 최근 들어 이를 공기업 선진화로 바꿔 부르는 것도 '개혁'이나 '민영화'라는 명칭에서 빚어지는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
국민과의 소통부족, 토론회로 여론수렴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것은 쇠고기 파동 등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반성 때문이다.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당초 이달 발표키로 했다가 7월 이후로 미룬 이유도 여론 수렴이 좀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개괄적인 방향을 정한 다음에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려 했으나 밑에서부터 의견을 모으는 방식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 공공부문 개혁과 관련, 공기업 민영화를 내세우다 최근 들어 이를 공기업 선진화로 바꿔 부르는 것도 ‘개혁’이나 ‘민영화’라는 명칭에서 빚어지는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공공부문 개혁, 공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인데 민영화나 인력 구조조정으로만 인식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수도요금, 전기요금 등이 대폭 오를 것이란 ‘민영화 괴담’이었다. 정부는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수도, 전기, 가스, 의료보험 등 4개 분야는 민영화 대상이 아니라고 거듭 해명해야 했다.
현재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은 산업은행을 비롯해 한전KPS 등이다. 아울러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와 정부 소유 은행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16개 민간기업도 매각될 예정이다.
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수도, 의료보험, 고속도로는 민영화 불가 방침을 확정했으며 전기, 가스 등도 민영화를 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전기, 가스, 수도 등은 민영화보다 민간 경영기법을 도입해 경영효율화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에 대한 민영화 방안은 이미 발표됐으며 한국KPS, 한국전력기술 등 한국전력 계열 자회사와 코레일투어·코레일유통 등 코레일 산하 자회사, 안산도시개발, 제주공항 등이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20여 개 기관은 유사기능 통폐합을 통한 경영 효율화가 추진되고 있다. 석유·가스·전기 등 분야는 국익 차원에서 대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민영화 따른 고용안정대책 마련 ▲ 노동부(이영희 장관)는 최근 ‘공공부문 선진화에 따른 고용안정대책’을 장관 보고를 거쳐 확정했다. 노동부 안은 공기업 민영화로 인원 감축이 필요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배치전환 ▲신규 채용 중단 ▲근로 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를 계속 고용토록 할 계획이다. 노동부의 이번 방안은 고용보장으로 민영화의 효과가 반감하고 퇴직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정부가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2~5년간 인위적으로 직원을 줄이지 않는(고용승계) 방안을 추진한다. 또 고용승계 기간이 끝난 뒤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일정 기간 급여를 주는 것도 검토 중이다. 퇴직 근로자가 받는 급여는 노사가 합의해서 만든 ‘전직지원펀드’로 충당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최근 이런 내용의 ‘공공부문 선진화에 따른 고용안정대책’을 장관 보고를 거쳐 확정했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공기업 민영화는 근로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가 준비 중인 공공부문 선진화 진행 상황에 맞춰 관계부처, 당과 협의해 (공기업 민영화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안은 공기업 민영화로 인원 감축이 필요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배치전환 ▲신규 채용 중단 ▲근로 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를 계속 고용토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고용보험기금 가운데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충당한다. 민영화 이후 고용승계 기간은 최소 2년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 산하인 고속도로관리공단이 2001년 11월 민영화하면서 5년간 고용을 보장했던 것을 참조했으며, 기관 특성에 따라 고용승계 기간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지원과 별도로 공공기관별로 노사가 협의해 ‘전직지원펀드’의 조성도 추진된다. 이 펀드의 재원으로 재취업 또는 창업할 때까지 퇴직자에게 일정 기간 급여를 전액 지급하고, 학자금을 지원해 줄 계획이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재원이 부족하면 (공공부문) 매각자금을 동원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노동부의 이번 방안은 고용보장으로 민영화의 효과가 반감하고 퇴직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의정팀장은 “퇴직한 뒤에도 정부가 급여를 책임져 주는 것은 민영화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공공부문에서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민간기업 노조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들이나 특별한 지역을 제한해 외국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서비스라면 민영 의료기관이 설립되는 것은 개인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정 지역 의료민영화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역에서의 시행 상황을 보면서 시간을 두고 평가할 문제”라면서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의료서비스 수요가 많아질텐테 외국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으러 나가는 것보다 국내에서 받도록 하면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도 “영리의료법인은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외국인들의 경우 어차피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고, 그러면 보험회사에서도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정책위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최근 영리의료법인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 상반된 것으로, 향후 추진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임 정책위의장은 수도, 전기, 가스, 의료보험을 제외한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는 “공기업의 민영화를 거론하는 것은 똑같은 공공서비스라고 하더라도 더 싼 가격에 할 수 있고 더 빨리 할 수 있고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으면 당연히 해야된다”면서 “그런 각도에서 공기업에 대한 평가를 해서 국민들과 의논하면서 국민들 동의하에 추진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저희가 계속 공기업 선진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 여러분들도 공기업이야말로 철밥통이고 신의 직장이고 비효율이라고 하는 지적을 많이 들어왔을 것”이라면서 “국민들 세금으로, 국민들 돈으로 운영되는 것이니까 이 부분은 좀 시정해야 되겠다는 뜻에서 선진화, 효율화의 용어를 쓴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