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군은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 3대 국립공원과 인접해 있는 산 깊고 물 좋은 곳이다. 넓은 들판이 산으로 둘러싸여 예로부터 넓고 큰 밝은 들이란 뜻에서 거열로 불렸다. 이곳에 복음이 전해진 것은 1904년. 그 후 지금 68개 교회로 성장 기독교 인구는 6,000여 명이다. 복음이 전해진지 100년이 됐지만 복음화 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그 이유는 이 지역이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에 산재한 큰 사찰들의 영향을 받고 있는 불교문화권이기 때문이지만 기독교인들의 열정적인 선교로 곳곳에 교회가 세워지고 영혼 구원에 나선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 거창 지역과 가족을 위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거창중앙교회 어린이의 모습
거창 지역의 기독교 정서는 매우 보수적이다. 일찍이 신사참배에 반대하고 신앙을 지킨 자부심이 대단하다. 광복 이후 국기에 대한 경례가 일제식대로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배례로 진행되던 당시 거창 위천교회 학생들이 앞장서서 가슴에 손을 얹는 경례로 바꾼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하지만 교통이 발달하고 거창군이 교육도시로 발돋움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몰려들어 신앙분위기도 보수적 성향에서 점차 열린 신앙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물결 가운데, 거창중앙교회는 불꽃신앙으로 차세대 사역에 집중하여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구어 내고 있다. 주일학교 재적 1,500여 명이라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밑 빠진 독이 아니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투자입니다. 교회 입장에서 보면 교육부서는 많은 재정과 인원이 투입돼야 하는 기관입니다. 사실 교육부서에 투자하는 재정과 인원을 구제나 전도 등 다른 곳에
사용한다면 보다 많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 봉사와 선교에 목표를 두고 사역하고 있는 한 목회자의 고백이다. 물론 이 목회자는 효율성, 경제성만으로 사역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회 교육에 대한 생각은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지만 교회에 미치는 효과는 미약하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 교육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생을 위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목회자에게 있어 주일학교는 여러 부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주일학교를 다시 세우려는 몇몇 목회자들은 이런 생각이 매우 잘못됐다고 말한다. 그들은 교육을 한 부서의 일로 취급하는 것은 교회 교육을 너무 단순화시키는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재정이 많이 투입되고 그 결과물도 쉽게 나타나지 않는 사역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곧 “주일학교 교육은 밑 빠진 독에 물 붙는 것이다”라는 냉정한 현실 속에 교회를 책임지고 있는 목회자, 장로라면 이런 생각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육은 결코 밑 빠진 독이 아니며 교육은 백년대계인 동시에 현재 침체된 교회를 살리는 유일한 대안이다. 특히 “주일학교는 교회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는 곳이다. 목회자의 관심, 교사(성도)의 교육, 교회의 끊임없는 투자 이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주일학교는 발전할 수 없다. 반대로 이 세 가지가 원활히 돌아가는 교회는 반드시 부흥한다”라고 강하게 전했다.
거창중앙교회 ‘주일학교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기존 주일학교 교육의 방법론적 한계는 오래전에 지적됐다. 이미 부흥하는 주일학교는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주일학교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낸 교회이다.
가장 큰 변화로 교육의 주체가 변해야 한다. 이는 교사의 일방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교육으로 탈바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곧 아이들, 학생들을 교육의 주체로 여기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교정이 필요하다. 학생이 주체가 되어 직접 하나님과 만나야 하고 감동을 받아 학생들 스스로가 리더가 되어, 다른 학생들에게 하나님을 만나게 해주는 매개자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일학교 사역자들이 말하는 ‘교육의 단순화’는 교회 교육을 주일학교를 비롯한 중·고등부의 교육부서로만 생각한다는 의미다. 교회 교육이 이 부서를 지칭하는 것으로 폭이 좁아지면서‘교육은 언제 효과를 볼지 알 수 없는 투자’라고 생각하게 됐고, 목회와 교육이 분리돼 교육을 전도사에게 일임하는 형태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목회’란 교회의 전 사역을 포괄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주일학교를 교회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는 곳으로 인식하면서, 주일학교가 교회 전체에 미칠 파급력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주일학교가 부흥되기 위해선 먼저 목회자가 교육을 목회의 한 축으로 인정해야 하고, 교회 교육을 전 교회로 확장시켜 전 교인 교사 화를 이루어 내야하며, 나아가 새로운 교육방법의 습득과 학생들의 관심 유도를 위해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사역의 한 모델을 거창중앙교회에서 만나게 된다.
‘주일학교’는 한국교회의 미래다
▲ 차세대 사역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거창중앙교회의 주일학교 예배 모습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 가운데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예측하가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오늘날 주일학교가 처한 상황을 보면 한국교회의 내일을 대략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한국 교회의 성장은 정체의 시기를 넘어 감소로 돌아섰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목회가 장년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결과를 중시하면서 상대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부서들을 소외시키므로 그들을 교회로 끌어들이지 못한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된다. 다시 말해 주일학교, 청소년기에 양육 받지 못했는데 어른이 됐을 때 어떻게 교회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겠는가. 지금 교회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투자는 주일학교 교육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교회의 미래인 주일학교에 가능한 최대한의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느리지만 주일학교가 교회 전체로 파급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깨닫고, 목회자는 주일학교 사역을 주도하며 가르침을 통해 신앙을 세우고 구원의 확신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주일학교에 대한 관심은 곧 내 아이, 내 가정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져 무너지는 가정을 회복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주일학교 활성화가 가져올 효과는 이처럼 전 방위적이다.
이 목사는 “지금까지 한국 교회는 그동안 가꿔온 나무의 열매만을 따먹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나무를 심지 않고 말이다. 그 결과가 지금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다시 소망을 갖기 위해서는 주일학교에 관심을 갖고 어린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 묘목을 심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 주일학교에 교회부흥의 모든 것이 있다” 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