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이혼율을 낮추기 위해 결혼 전 진지한 탐색으로 동거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나라에 잘못 도입되어 젊은 사람들의 비뚤어진 성문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동거 문화가 시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상과 그에 따는 문제점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동거문화로 떠오르고 있는 노예계약형 동거에 대해 알아보고 올바른 동거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자.
동거에 대한 의식이 변하고 있는 젊은이들
▲ 서양에서는 이혼율을 낮추기 위해 결혼 전 진지한 탐색으로 동거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나라에 잘못 도입되어 젊은 사람들의 비뚤어진 성문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는 우리는 동거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동거는 사전적인 의미와 법적인 의미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동거의 사전적 의미는 ‘정식으로 혼인하지 않은 남녀가 부부 생활을 하는 것’이다. 또 법적인 의미는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으로는 혼인으로 인정을 받을 수 없으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내연의 부부 관계’를 일컫는다. 그럼 이러한 뜻을 가지고 있는 동거는 시대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동거를 하는 이유, 그에 따르는 문제점들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 가족 의식에 따르면 동거는 ‘불순한’ 동시에 ‘문란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거는 경제적 자립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나 사회적 독립을 이뤄낼 수 없는 미성년자들이 남의 눈을 피해 함께 사는 것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PC통신과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쌍방향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새로운 동거가 속속 형성되고 있다. 실리를 추구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계약 동거, 계약 결혼이 확산 중인가 하면 성적으로 자유로운 개방성을 추구하는 세미 오픈 커플형 부부의 등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 인터넷 설문 서비스 회사 인사이트 코리아가 지난해‘혼전 동거를 찬성하십니까’를 묻는 반짝 투표를 하게 되었다. 여기서 참가자 6541명 중 찬성이 3513명(57%), 반대가 2641명 (43%)으로 나타나 혼전 동거에 찬성하는 네티즌이 과반수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네티즌의 경우 62%가 동거에 찬성하였고, 남성 네티즌은 55%가 찬성표를 던져 여성 네티즌이 남성 네티즌 보다 혼전 동거에 더 적극적인 성향을 나타냈다.
동거, 방값 대신 성관계로 대신? ▲ 실리를 추구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계약 동거, 계약 결혼이 확산 중인가 하면 성적으로 자유로운 개방성을 추구하는 세미 오픈 커플형 부부의 등장하고 있다.
이성간의 동거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에 수반하는 부정적인 문제점 또한 붉어지고 있다. 동거에 대한 긍정적인 의식이 늘어나고 동거를 하는 이유 또한 다양해지면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노예계약형 동거이다. 이 같은 신조어는 방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방값을 내지 않고 자신과 같이 사는 조건으로 자신의 원하는 데로 행동해주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한 후 동거를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 속에서도 노예계약성 동거 문화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케이블 방송 리얼 동거 프로그램인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에서는 연상의 여자들이 연하의 남자들을 데리고 사는 조건으로 남자를 자신의 소유물 즉 애완동물로 삼아 집안 일, 안마, 심부름 등을 시키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다. 동거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유쾌 발랄한 젊은 커플이 사랑을 키워가고, 한 공간 안에서 더욱 친밀감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을 충분히 즐겁게 하고 있으나 동거가 단순히 아름답고 즐거운 일로 비춰져 동거의 긍정적인 면만을 그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러한 동거 문화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인 ‘동거 알선 사이트’ 에서는 동거를 결혼 전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기 위한 방법이라고 선전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순히 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입한다고 한다. 특히나 남자 회원들에게는 수 십 만원의 회비를 받고 여자 회원은 무료로 가입시켜 주는 것도 미심쩍은 부분으로 작용한다. 기자가 사이트에 들어가 같이 동거할 이성을 구하는 글을 읽어 본 결과 방값을 내지 않는 조건으로 성적대가를 바라거나 집안 청소를 하는 조건을 내놓은 글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이러한 글을 남긴 남성들은 직업, 나이, 사는 곳, 집 평수, 사진첨부 등 자신의 신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았다는 점이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이런 남자들은 자신이 능력이 있어 방값은 필요 없다고 하며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상대, 자신이 원할 때 성관계를 해줄 상대를 찾고 있었다.
동거 알선 사이트에 올라 온 글을 보면, 사례1. 저는 외국계회사에서 마케팅 전문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33세의 남성으로 키는 176. 지적 깔끔한 스타일을 추구하고 나름대로 안정된 상황입니다. 제가 거주하는 곳은 서울 숲 부근 아파트고(뚝섬역) 방 3개이고 이번에 처음 독립을 하게 되어서 모든 집안 물건들은 다 새로 구입하였습니다. 혼자 지내니 많이 외롭기도 하고 이젠 좋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즐겁게 지내고 싶네요. 쾌적한 아파트제시와 함께 즐거운 생활을 100% 서포트 할 수 있습니다(생활비 100%부담할 수도 있음). 대신에 집안일을(설거지, 방청소)는 일주일에 1번 해야 하고요 일주일에 2번은 저와 관계를 맺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제시하는 동거 조건에 부합한 분들만 연락주세요. 이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비단 남성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능력이 있는 여성들 또한 함께 살 남자 룸메이트를 구하는데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다. 사례2. 저는 패션 디자이너입니다. 일이 바빠서 그동안 이성을 만나 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일에 미쳐 살다보니 이제는 일의 안정을 찾았고 경제적인 여유도 생겼습니다. 제 삶을 뒤돌아보니 남들 다하는 연애를 못해본 게 후회가 됩니다. 그래서 선도 보고 남자를 만나려고 노력해봤지만 제 성에 안차더라구요.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저는 제 말을 잘 따라주고 제가 원할 때 같이 있어 줄 사람이 필요한 거였어요. 그래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제가 영화 보고 싶을 때 같이 봐 주고 술 마시고 싶을 때 같이 마셔주고, 여행가고 싶을 때 같이 가주고, 제가 원할 때는 성관계를 맺어 준다면 방값은 사절, 제 말만 잘 따라준다는 것만 약속하면 됩니다.
이런 글들을 올리면 실제적으로 많은 사람들한테 연락이 오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 또한 이 사이트에 “서울에 사는 남자 룸메이트 구합니다. 저는 33세의 여자이고 신림동 25평 아파트에 살고 있고 청소와 빨래, 밥을 해주는 조건으로 방값을 받지 않습니다. 라고 글을 올리고 관심이 있는 사람은 메일을 달라는 글을 남겼다. 글을 올린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30명 이상의 메일이 왔다. 대학생인데 지방에서 올라와 방값이 비싸 고민하던 중 글을 보고 기뻤습니다. 방값을 안내도 된다고요? 그럼 일주일에 청소는 몇 번 해야 하는 거고 밥은 매끼 마다해야 하는 건지 상세한 답변 주세요. 생활비도 공짜인거죠? 원하는 나이대와 외모가 있으신가요? 제가 이 조건에 맞아 그 집에 들어가게 되면 언제부터 생활할 수 있는 거죠? 직접 만나보고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말씀하신 동거 조건 이외에 성관계 조건은 따로 없나요?” 등 많은 사람들이 글에 대한 관심을 표시했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랍고 신기했다. 이러한 조건을 받아 들여 동거를 시작하는 것은 돈을 받고 성관계를 맺는 매춘과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나 자유를 빼앗긴 채 주인의 말에 무조건 순종하는 노예와 무엇이 다른가? 말이 좋아 동거 사이트지 결국 물질적인 것으로 사람을 매수하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섰다.
올바른 동거문화를 위해 노력할 시점
▲ 동거의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리고 건전한 동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개인적·국가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동거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동거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에 대한 고민이나 책임은 회피한 채 말이다. 동거는 관심 있는 남녀가 만나서 사는 것, 자신의 욕구를 채워 줄 사람과 사는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해서 동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다면 우리의 결혼 가치관에도 커다란 혼란이 야기된다. 동거의 긍정적인 측면 못지않게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드러나기 때문에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리고 건전한 동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개인적·국가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동거가 사회적 풍속으로 완전히 정착하면서 정부는 동거 부부에 대해 결혼한 부부와 똑같은 법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또한 사회보장 측면에서도 불이익을 입지 않는 부분으로 조치를 취해 놓았다.
동거에 대한 국가적 제재로 동거 알선 사이트에 대한 좀 더 엄격한 법적 규제와 그에 대한 기준을 철저히 마련하여 동거 사이트에서 야기되는 문제점들을 방지하고 나아가 올바른 동거 문화를 이끄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는 프랑스처럼 비결혼 동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다거나 사실혼의 범위를 좀 더 넓힌다면 방자한 동거에 대한 무책임과 서로에 대한 책임 회피는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동거를 주장하는 사람이 법적 제재에 얽매이기 싫고 자유로운 동거를 원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 의식도 고양시켜야 할 것이며 그 상대방에 대해서도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서로가 각자의 취향에 의한 만남이 이루어진 만큼 서로에 대한 룰도 확실하게 정해야 할 것이다. 동거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왜 동거를 시작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이유와 동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책임질 의향이 있는지 여부를 자신 스스로한테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신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하기 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