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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30일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최첨단 과학기술자 등 고급인재 외국인이 귀화할 뜻이 있는 경우와, 태어날 때부터 이중국적이었거나 또는 부모를 따라 외국국적을 얻은 사람 가운데 병역의무를 다한 경우에 이중국적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
이중국적 불허 규정에 따라 한국 국적 취득자에 비해 포기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약 17만 명에 달한 반면 같은 기간 한국 국적 취득자는 5만 명에 불과했다.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부모가 외국에서 단기체류 하는 동안 태어나 이중국적이 된 경우 반드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등 외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만 20세 이전에 우리 국적과 외국 국적을 함께 가지게 된 자는 만 22세 전까지, 만 20세 이후에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는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중국적 제한적 허용, 국민수렴 거쳐 11월 입법조치
하지만 정부는 이같은 강제 조항이 국내 우수 인력마저도 해외로 유출시키는, 이른바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현상을 가속화시킨다면서 이중국적 허용에 대한 방침을 내놓았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국내 전체 외국인 취업인력 47만여 명 가운데 고급인력 비중은 6.1%(2만 9천 명)에 불과하고, 회화 강사를 제외하면 2.4%밖에 되지 않는다”며 해외 인재 부족의 심각성을 지적, 이에 정부는 병역 의무를 이행한 외국 국적자 등에 한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법안을 7월 중에 공청회를 거쳐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보고했다.
김남일 법무부 출입국관리정책단장은 “병역의무 이행, 해외동포사회에 미치는 영향, 국민의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을 고려해 각계의 의견을 종합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후 추진 여부 및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한적 이중국적 부여 대상은 ▲최첨단 과학기술자 등 우수 외국인 ▲병역 의무를 이행한 비자발적 외국국적 취득자로 정부는 올 연말까지 병역문제 등 이중국적 허용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교포사회와 국민 여론을 포괄적으로 수렴해 허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수 인재가 국적 포기 때문에 한국취업을 포기하거나 되돌아가면서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은 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중국적은 병역회피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고,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는 만큼 여론수렴 과정 등을 거쳐 허용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현실화되기까지 병역·세금·사회보장·참정권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어서 앞으로 많은 어려움과 논란이 예상된다.
고급인재 해외 유출 막기 위해선 이중국적 허용해야
▲ 제한적 이중국적 부여 대상은 최첨단 과학기술자 등 우수 외국인, 병역 의무를 이행한 비자발적 외국국적 취득자로 정부는 올 연말까지 교포사회와 국민 여론을 포괄적으로 수렴해 허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수 인재가 국적 포기 때문에 한국취업을 포기하거나 되돌아가면서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은 사라질 전망이다.
사실 이 방안은 2005년부터 매년 2만여 명 이상씩 국적 포기자들이 나오는 등 이중국적 금지조항으로 인해 인력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검토돼온 사안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재외동포의 이중국적 허용을 적극 검토하고 추진 계획을 세웠다. 인수위 백서에 따르면 ‘정부는 출입국 및 국적제도를 개선해 재외동포의 권익 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병역의무 이행자 등에 대해 선별적인 복수국적을 허용해 고급 인재 유출 방지 및 국내 유치를 꾀할 방침이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도 이 같은 정책 방향에 따라 재외공관을 통한 해외교민 방문조사와 국내 여론 조사를 통해 여론 수렴 작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라고 되어 있다. 이처럼 외국에 있는 교포나 귀화 희망자 가운데 고급두뇌가 국내에서 쉽게 일할 수 있고, 고급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선 이중국적 허용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보고서는 “700만 재외동포들의 역량을 국가발전의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민족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모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국 출신 이주자들과의 유대를 재생산하고 강화하기 위해 미국, 스위스, 이탈리아, 중국, 스페인, 러시아,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이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 같은 이중국적 인정은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대표적 보수 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임헌조 사무처장도 이중국적 허용에 대해 “이중국적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오랜 반미감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제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시기가 왔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15일 미국 뉴욕 방문 당시 동포간담회에서 이중국적 허용을 시사한 바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한인 2세들의 한국 내 활동 기회를 확대해달라는 교포들의 건의에 “교육·금융·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젊은 교포 2세들을 스카우트하려 한다”고 대답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미주지역 한인들은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차종환 민주평통자문회의 LA지역협의회장은 “이중국적을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며 한국에서도 다행히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진보적인 검토가 이뤄져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중국적을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며 한국에서도 다행히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진보적인 검토가 이뤄져 크게 환영한다”며 “그동안 국내 정서는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이 부정축재자, 사기꾼 등으로 몰아세웠기 때문인데, 물론 그런 이들도 있겠지만 극소수이며 대다수는 빈손으로 건너와 성공을 위해 헌신한 이들이다”고 말했다. 이동연 한미신용정보 회장은 중국적 허용 청원운동을 펴다 청원수준을 낮춰 ‘명예시민증갖기 운동’을 펼쳤던 사례를 들면서 “1992년 당시 외무부는 ‘재미교포 한국명예시민증 발급문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해외동포의 불편 해소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중국적 허용은 ‘기득권 이익’, 병역회피 등 악용우려
▲ 납세 등의 의무를 피하면서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의 혜택만 누리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이라는 논란도 피할 수 없는 논지다. 이중국적자가 납세 등 국민의 의무는 회피한 채 의료보험 혜택 등 권리만 챙길 경우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은 물론, 출입국 및 체류관리, 참정권 부여 등 다양한 갈등 요소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중국적 허용이 기득권층의 이익 실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은 세계화 추세에 맞게 이중국적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중국적자들이 많은 경우 외국여행이 가능한 사회부유층이라는 점에서 계층간 위화감 조성의 우려도 높았다. 사실 LA타임즈가 한국인 원정출산자수가 한 해에 약 5,000명에 이른다는 보도는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일례라 할 수 있다.
추진 과정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가장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부분은 바로 이중국적이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 이에 정부는 이중국적 취득시 병역 문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외국인을 제외한 재외동포에 대해서는 군필자에게만 이중국적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미 2005년 이른바 ‘홍준표 법안’ 통과로 이중국적이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동안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때마다 병역기피 수단 등으로 이중국적이 악용된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고급인력들이 한국에 들어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한국 남성의 경우 병역의무를 다한 사람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한변호사협회 인권보고서는 이중국적 허용의 가장 큰 걸림돌인 병역의무 문제에 대해 “군대 복무가 아닌 다른 방식, 예컨대 방위산업체 근무나 공익근무, 영어교사, 정보교육사 등으로 모국에 기여해 군복무를 대체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혜식 바른사회 국민행동 대표는 “병역기피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충분히 있고,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는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어 신중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용 대상을 군필자로 제한한 데 따른 논란도 만만치 않다. 석동현 서울고등검찰청 송무부장은 “재외동포 중 군필자만을 대상으로 할 때 여자는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인 방침이 없다면 성차별 또는 역차별 논란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도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고 병역의무와 무관한 여자들과 병역을 마친 사람들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차별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납세 등의 의무를 피하면서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의 혜택만 누리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이라는 논란도 피할 수 없는 논지다. 이중국적자가 납세 등 국민의 의무는 회피한 채 의료보험 혜택 등 권리만 챙길 경우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은 물론, 출입국 및 체류관리, 참정권 부여 등 다양한 갈등 요소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정선태 국가경쟁력강화위 법제도선진화 팀장은 “현재도 재외취업동포에게 주어지는 F-4 비자를 취득한 사람에게는 우리 국민과 동일하게 소득세, 재산세 등이 부과된다”며 “국적 취득을 통해 국민으로서 혜택을 받으려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국외 수입이 얼마인지 추적하기 어려울뿐더러 현지에서 부과되는 세금에 대한 이중추징 논란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강대 임지봉 교수는 “일부 재외동포는 국민의 의무인 병역,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중국적을 악용할 소지가 커 국민적 거부감이 크다”며 “국민의 충분한 동의하에 등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적 부여는 경제성이 아니라 정체성 문제 ▲ 정부는 이중국적 취득시 병역 문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외국인을 제외한 재외동포에 대해서는 군필자에게만 이중국적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미 2005년 이른바 ‘홍준표 법안’ 통과로 이중국적이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동안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때마다 병역기피 수단 등으로 이중국적이 악용된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당분간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 뒤 병역의무 이행이나 해외동포사회에 미치는 영향, 국민의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차종환 민주평통자문회의 LA지역협의회장은 이중국적 허용 문제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참정권이 우선적으로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해외 동포들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아 부재자 투표를 못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면 동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이중국적 문제도 자연히 해결된다는 것이다. 또한 병역의무가 없는 여성이나 병역면제자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병역의무가 없는 여성이나 병역면제자들에게 무조건 이중국적을 허용할 지, 아니면 아예 불허할 지, 이도 아니면 사회봉사를 전제로 허용할 지 등을 형평성을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출입국 및 체류 관리, 참정권 부여, 국내법의 통제 범위 등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갈등 요소들이 산적해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중국적 허용은 사회적으로 극심한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학과 교수는 “국적법은 병역의무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을 대변하는 법”이라며 “규제 중심으로 접근해 마치 징벌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건 문제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도 “국적 부여는 경제성이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이중국적 허용 추진은 단계적으로 보완 장치를 마련해 가며 하되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부분부터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메신저 네이트온에서 ‘이중국적 제한적 허용,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2,049명 중 1,167명이 이중국적의 제한적 허용에 대해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아이디 ‘sjera’는 “국가를 위해 병역을 마친 사람들에게 국가가 이중국적 정도는 허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 반면, 아이디 ‘dlwlgp7603’은 “이중국적은 병역기피의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훨씬 많다”며 “고급인력의 해외유출을 막고 우수 외국 인력을 유치하는 것은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