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월 중순 미국과 일본 순방길에 나서 국제무대에 데뷔한다. 한·미, 한·일관계 복원과 북핵 해결 협력 등 공통 현안이 많아 이번 방문의 의미는 크다. ‘4강(强) 외교’의 시동이라는 상징성도 지닌다. 이 대통령이 첫 선을 보이는 국익 위주의 실용외교가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방미 일정에서 하이라이트는 4월 18, 19일의 캠프 데이비드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 개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월 12일 브리핑에서 “캠프 데이비드 초청은 이번 방미에 대한 미국의 환영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 신뢰를 반영한 것”이라며 “한·미 동맹관계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맞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병국 외교안보수석도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미국 측의 메시지가 포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미는 눈에 보이는 신뢰, 손에 잡히는 경제, 가슴으로 느끼는 책임감 세 가지가 테마”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방미 기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보편적 가치를 나누는 가치동맹 재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증진 도모 및 전략적, 미래지향적 한미동맹 모색 ▲북핵문제에 대한 양국 간 긴밀한 공조 방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문제에 대한 폭넓은 협의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이 대변인은 밝혔다. 특히 한국 투자설명회(IR) 연설, 미국 의회 지도부와의 간담회 등 경제살리기를 위한 세일즈 외교와 양국 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정치적 행보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방일 기간 중에는 이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단연 관심사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셔틀외교 재개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일본경제단체 주최 오찬에 직접 참석하는 등 세일즈 외교에 집중할 방침이다.
성숙한 세계국가 구현을 위한 외교전략
이 대통령은 방미 기간 중 ‘신뢰 구축’을 통한 ‘약화된 동맹 강화’에도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이례적으로 상하 양원 지도자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와 각각 간담회를 하고, 1박2일간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며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이 대변인은 “캠프 데이비드 초청에는 이 대통령에 대한 부시 미 대통령의 개인적 신뢰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간 충분한 신뢰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정상회담과 각종 간담회를 통해 말이 아닌 실질적 동맹관계 유지를 위한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미래’가 주제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협력 확대 같은 통상적 의제와 함께 대학생 등 젊은 세대 및 정치인 교류 활성화, 환경·에너지 등 범지구적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하기로 한 데서 잘 나타난다. 이 대통령은 별도로 일본 청년들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한다.
다만 두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일본의 과거사 왜곡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합의가 쉽지 않고 이 대통령으로선 섣불리 상대의 요구에 응했다가는 국내에서 반발과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은 이날 쇠고기 시장 개방이 의제에 포함될지에 대해 “실무적 협의 단계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韓-러, 관광 교류 걸음마 시작
최근 에너지 자원 및 우주 과학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과 러시아가 양국 관계 발전을 증진하기 위한 관광 교류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1일 한국관광공사 모스크바 지사에 따르면 이번 주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2008국제관광전시박람회’ 기간 러시아 관광청과 한국 문화관광부가 한-러 관광 사업 활성화를 위한 결의서에 서명했다. 양국은 앞으로 매년 한차례씩 번갈아 가며 관광 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했으며, 상품개발과 자국 여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또 각종 관광 정보 및 통계를 교환하고 관광객 편의 증진을 위한 제도 간소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관광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는 있어 왔지만 양국 정부 차원에서 관광 사업을 활성화하자는데 뜻을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구 소련 붕괴 이후 정치·경제 불안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었지만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서서히 안정을 찾은데다 ‘오일 머니'의 대량 유입으로 부(富)가 축적되면서 국민들의 씀씀이도 커지고 있고 해외를 찾는 러시아 관광객 수도 급증하고 있다. 또 아직은 호텔과 교통 등 각종 관광 인프라와 서비스가 열악하지만 유럽과 아시아 문화를 동시에 간직하면서 풍부한 관광자원을 가진 러시아를 찾는 관광객 수도 증가 추세다.
한·러 양국은 이번 결의서 서명이 관광 교류 사업 활성화를 위한 첫 걸음으로 보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러시아에 비해 우위를 보이고 있는 첨단전자, 자동차 등의 산업 현장 방문이나, 기후 조건을 활용한 레저·휴양 시설로 러시아 관광객을 유도하는 것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최근 건강검진과 관광을 겸한 의료 관광객 유치 성공 사례를 적극 홍보하면 돈 많은 러시아 관광객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 모스크바 지사 관계자는 “양국이 관광 교류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로 한 만큼 향후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여행자 신변 안전이나 비자 등의 문제는 좀 더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강화, 미국 방문 주요일정 및 기대성과
이명박 대통령 내외는 4.15(화)~19(토)간 미국을 방문하고 4.20(일)~21(월)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 이루어지는 금번 해외방문 행사는 전통적 우방국인 미, 일 양국과의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고 정상간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번 방미 기간 중 이 대통령 내외는 부시 대통령 내외의 초청을 받아 2008.4.18(금)~19(토)간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를 방문하여 한·미 정상회담 등 일정을 가질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방문 및 정상회담을 통해, 부시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돈독히 하는 한편, 자유·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는 데 기여해 온 한·미 동맹을 보다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금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는 방안, 그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 Free Trade Agreement) 비준과 한국의 미 비자면제프로그램(VWP : Visa Waiver Program) 등 주요 양자 현안은 물론, 역내·범세계 문제 등에 대해서도 폭넓고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금번 방미 기간 중 미 행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 뉴욕 증권 거래소 방문, 투자설명회 연설, 미국 경제계 및 금융계 인사 접촉 등의 일정을 가지고 한·미 FTA 등 양국 경제관계 강화에 대한 비젼을 제시하는 한편, 신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경제살리기를 지원하는데 필요한 국제적인 협조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李 대통령, 방미 3대 핵심과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미국을 선택했다. “철저히 국익을 중심으로 위한 실용주의 외교를 하겠다”며 “나에게 친미(親美)는 없다”고 했지만 미국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특히 10년 만에 복귀한 보수정권으로서 한·미동맹 복원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과제이고, 방미는 이를 위한 첫 걸음이다. 정권의 명제인 ‘경제살리기’를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관계회복을 서둘러야 한다. 청와대는 국민 개개인의 삶에 보탬이 되는 경제협력을 만들어 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다행히 과거 진보정권과 갈등을 겪었던 미국이 사상 처음 캠프 데이비드로 대통령 내외를 초청하는 등 적극적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관계복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미 신뢰회복 주력=과거 혈맹이라 불리웠던 한·미 양국 관계는 대북 문제를 놓고 지난 10년간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 전통적인 한-미-일 3각 동맹보다 햇빛외교로 대표되는 대북 관계 안정에 무게를 싣는 과정에서 한미 관계는 끊임없이 삐그덕 거렸다. 이번 방미는 이 같은 갈등을 씻어내고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관계자는 “개인간 관계에서도 신뢰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과거 갈등을 씻어내고 미국 정부와 눈에 보이는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대통령 일정도 이를 위해 배치됐다. 우선 워싱턴에서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며 한국과 미국이 피를 나눈 혈맹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방미 일정의 핵심이라고 할 1박2일의 캠프 데이비드 방문에서 부시 대통령과 마음을 터놓고 한·미 동맹의 미래발전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는 내용뿐 아니라 형식도 중요하다. 캠프데이비드 초청은 형식의 문제지만 여기에는 한국과 함께 나아가고 싶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대미 네트워크 구축= 부시 대통령과의 친분쌓기와 함께 미국 내 다양한 계층과 인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이 대통령의 주요 과제다. 행정부, 의회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게 될 워싱턴 일정 중 핵심은 상·하 양원 의회 지도자들과의 만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의 대미 외교는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 등 행정부 중심으로 이뤄졌고 의회 관계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회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미국으로부터 각종 현안추진에 제동이 걸리고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얻어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이 관계자는 “워싱턴 방문에서 상·하 지도자들을 가슴에 품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현직 인사들 뿐 아니라 민간 싱크탱크(연구기관)와 전직 고위 관료 등 다양한 계층과도 만나 인연을 맺을 계획이다.
세일즈맨으로도 나선다 = 이 대통령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대미 세일즈 외교의 일선에 나선다. 첫 방문지를 세계 금융 1번지 뉴욕으로 정한 것도 이 같은 측면이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4월 16일 뉴욕 증권거래소를 방문한 뒤 미국 경제계 주요 인사를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갖고 한국 투자설명회(IR)에서 연설할 계획이다. 세계 굴지의 다국적 기업과 월가 투자은행 대표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호의 선장으로서 새 정부의 정책방향과 한국의 경제상황을 직접 설명하고 투자를 권유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세한 현안도 애기하겠지만 그보다는 미국 경제계 거물들과 만나 한국이 바라는 세계경제 질서가 뭔지, 세계화 속에서 우리의 역할이 뭔지 등 큰 사안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미국 경제계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 미국 비자 면제프로그램 등 양국간 경제현안을 주로 다룰 예정이다.
미국 ‘실무방문’ 의미는
이명박 대통령의 첫 미국방문이 실무방문(working visit) 형식으로 이뤄진다. 미국의 정상방문 의전격식에는 국빈방문(state visit), 공식방문(official visit), 실무방문 등 3가지 형식이 있다. 이들 방문형식은 예포 발사 여부와 만찬 참석인원, 제공되는 자동차 등 의전 격식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정상회담 및 정상만찬 포함 여부 등 회담의 내용에 있어서는 다른 점이 없다. 의전격식은 접수국에서 정하는게 원칙이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거추장스러운 의전형식을 피한다는 차원에서 실무방문 형식을 선호하며 국빈방문은 1년에 평균 2∼3차례 정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빈방문은 상당한 시간을 두고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방문의 형식보다는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서너차례밖에 없었을 정도로 드문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만찬과 숙박이 제공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실무방문 형식에 대해 “형식과 구애를 받지 않고 실용외교를 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일 정상, 무슨 의제 논의하나, 일본 방문 기대성과
미국 방문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 내외는 4.20 오후 일본 동경에 도착하여 동포들의 환영 리셉션에 참석하며, 4.21 후쿠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및 공동기자회견, 후쿠다 총리주최 만찬 등의 일정을 가진 뒤 귀국할 예정이다.
후쿠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우리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조성되고 있는 양국간 우호 분위기를 바탕으로, 셔틀외교 전개 등 양국 정상간 교류 활성화, 양국의 젊은 세대간 교류 촉진, 경제협력확대 등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협력방안과 함께, 환경·에너지 등 범지구적 문제도 심도있게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4.21「일본 경제단체 주최 오찬」에 참석하여 우리정부의 경제정책방향과 한·일간 실질협력 확대방안을 제시하고, 또한 일본의 젊은 세대와 대화 기회도 가질 예정이다.
한편, 북핵문제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자료를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간 공조 강화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참여정부가 ‘납치자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대북 상응조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 온 일본에 대해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내심 탐탁하게 여기지 않아오던 것과 다소 달라진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원론적 차원에서 공조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6자회담에 대한 일본이나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협력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다양한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재계간의 ‘경제협력 협의체’ 구성 등도 논의될 예정으로 이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간에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품.소재 분야에서의 일본의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문제 도 논의될 예정이며 한.일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에너지절약 기술 등 환경·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강화 방안도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수 차례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역설해 온 만큼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나 독도 영유권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양국 정상 모두 꺼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번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일본 방문은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명박 정부의「성숙한 세계국가」를 향한 외교의 지평을 확대해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앞으로 중국, 러시아는 물론 주요우방국과 국제사회를 향한 여정의 첫발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중 외교장관회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부장 간의 지난 3월 21일 회담에서는 전통적 현안인 북핵 문제와 함께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다가가는 문제’에 대한 협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평가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한 ‘실용외교’를 실천하려는 듯 유 장관은 회담 내내 비자면제나 항공노선 자유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안, 에너지 자원외교 공동 추진 등 구체적 현안을 차례로 제기했다.
또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측도 국제적인 지원 움직임을 가시화하기 위해 유 장관의 제안에 적극 화답했다. 회담이 끝난 뒤 유 장관은 “한국과 중국간에 구체적인 현안을 선정해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데 역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적지않게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는 문제인 비자면제 문제에 대해 일단 8월 개최되는 올림픽을 참관하려는 한국인들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또 양국 대학생들이 상대국 대학에서 취득한 학점을 인정한다든지 항공노선자유화(오픈 스카이) 제도의 신속 도입 문제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유 장관은 특히 자원에너지 분야에 큰 관심을 피력했다. 세계적인 에너지 수요국인 중국과 한국이 함께 유전 개발을 포함한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제3국에 공동진출하는 방안을 제안해 양 부장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냈다. 유 장관은 “두 나라가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하면 우리가 도입하는 에너지 가격을 몇 센트라도 내릴 수 있고 이는 전체적으로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또 정보통신(IT) 분야 협력 확대를 위해 한국이 국제시장에서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는 이동통신 분야 등에서 협력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이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원자력 분야 협력에서도 중국 원자력 발전소 건설시장에 한국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문제가 의제로 다뤄졌다. 까다로운 현안인 양국간 배타적경계수역(EEZ) 경계획정협상도 빨리 재개하자는데 공감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양국간 영토(영해) 문제가 개입돼 있는 사안이어서 장기적 협의과제가 될 것이라는 게 정부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날 협의에서는 ‘역사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은 중국측이 신경을 쓰는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다시 한 번 기원했으며 티베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인명 피해 없이 원만하게 수습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밖에 중국이 고수하고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지지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측은 최근 대만 당국이 추진하는 ‘대만 명의 유엔 가입 국민투표’에 강력한 비난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이고 경제적인 현안이 많이 다뤄지면서 전통적 현안인 북핵 문제는 다소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북핵 문제 협의도 소홀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유 장관은 강조했다.
양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의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적어도 8월 이전에는 2단계 비핵화 완료 및 핵 폐기 협상 돌입과 6자회담의 재개 등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유 장관은 특히 중국이 의장국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른바 핵 프로그램 신고에 있어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절충하는데 보다 구체적인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양 부장은 제네바 북·미 회담 이후 양측이 계속 협의하고 있으며 이견을 좁히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협상국면을 비교적 낙관하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유 장관은 “북핵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는 사안이 아닌 만큼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효율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북핵 문제가 풀리도록 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