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불안, 투자자들 원자재 투자에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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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 불안, 투자자들 원자재 투자에 몰려
  • 글_이준호 기자
  • 승인 2008.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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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 불안에 따른 증시 조정, 국내 10대 그룹의 시총액 47조 증발
‘죽음 직전’까지 내몰렸던 미국의 금융주들이 힘찬 반등에 성공하면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베어스턴스 파산 이후 진행된 일련의 구조 프로세스, 즉 JP모간의 신속한 베어스턴스 인수, 연준의 새로운 대출방식을 통한 유동성 지원확대 및 금리인하, 정부의 모기지 시장 유동성공급확대 조치 등으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갈 것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금융위기의 주연들인 투자은행들의 주가가 강한 반등에 성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5대 투자은행들은 앞둔 지난 3월 20일 메릴린치 13%, JP모건이 9% 급등하는 등 큰 폭으로 상승했다.

美기준금리 0.75%P 인하, 세계증시 호제로 작용
미국이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추가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미 기준 금리는 지난 2005년 2월 이후 최저치인 2.25%로 내려갔다. 아울러 은행들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되는 재할인 금리도 0.75%포인트 인하돼 2.50%로 낮아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3월 18일 금리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FRB는 앞서 지난 15일에도 재할인율을 0.25%포인트 낮춘 바 있다. 이날 미 금리 인하 폭은 시장이 예상했던 1%포인트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 효과로 미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세계 주요 증시는 일제히 급등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일보다 420.41포인트(3.51%) 오른 12.392에 마감했다. 지난 2002년 7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나스닥과 스탠더드앤푸어스지수도 각각 4% 이상 급등했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증시도 각각 3% 이상 올랐다. FRB는 FOMC 성명에서 “최근의 경제지표들은 경제 전망이 보다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금리 인하 배경을 밝혔다. 또 “경제 성장에 대한 위험이 여전한 만큼 필요하다면 시기적절한 조치에 추가로 나설 것”이라며 “다만 인플레이션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피지수도 미국의 금리 인하에 힘입어 급등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 10대 기업 시총 3개월만에 47조 증발
국내 증시에 상장된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지난 3개월간 47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증시 불안에 따른 증시 조정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발 증시 조정이 갉아먹은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의 가치가 지난 3개월 동안에만 무려 4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자산총액 상위 10개 기업집단 소속 상장사의 시가총액과 주가등락 현황을 조사한 결과, 3월 20일 기준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보다 47조 1,700억 원 가량 줄어든 428조 5,545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인한 세계 증시 불안으로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자 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내림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룹별로는 SK그룹 시가총액이 17조 8,000억 원으로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현대중공업그룹 8조 7,000억 원, 롯데그룹 5조 1,300억 원, GS그룹 3조 9,000억 원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SK커뮤니케이션즈의 주가는 이 기간 동안 코스피가 14%수준으로 하락한데 반해 무려 53%나 떨어져 SK그룹 시가총액 감소의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적게 감소한 곳은 LG그룹과 삼성그룹으로 감소규모가 각각 3,900억 원, 7,700억 원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10대그룹을 포함한 전체 상장사의 시가총액도 지난해 말 1,051조 7,600억여 원 가운데 3개월만에 145조 3,800억여 원이 증발했다고 거래소는 덧붙였다.

불안한 국내 증시, 투자자들 곡물·원자재 펀드 관심
국제 곡물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관련 펀드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들도 곡물이나 원자재펀드 상품을 속속 내놓으며 고객 몰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원자재 관련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3월 초에는 한꺼번에 478억 원이나 몰렸다. 곡물이나 원자재펀드가 새로운 투자처로 관심을 받으면서 시중은행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3월 초부터 곡물과 축산물, 커피 등의 농산물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하나은행에서 농산물이나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거나 가격에 연동하는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농산물 펀드 출시를 검토하며, 고객들에게 투자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하는 등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지수 연동의 경우 해외펀드라고 해도 파생상품이기 때문에 수익에 대해 과세가 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농산물의 경우, 당분간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자재펀드의 경우, 광물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가격 추이를 살펴보며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원자재·곡물펀드 ‘날갯짓’ 틈새시장에서 급부상
고유가에 몸살을 앓던 세계 경제가 이제는 곡물과 원자재 가격상승에 신음하고 있다. 곡물과 원자재 가격은 단기간에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또 경제 전문가들은 유가 곡물 원자재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투자에서는 ‘위기는 곧 기회’ 일 수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곡물이나 원자재 관련 펀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금융상품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주식형 펀드로 자금 유입이 주춤한 대신 원자재·곡물 관련 펀드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새로운 틈새시장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주식시장의 불황을 등에 없고 원자재·곡물 펀드는 조정장서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기초소재 섹터 주식펀드들은 연초 대비 평균 2.54%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의 평균수익률 -6.99%나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치 -9.32%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6개월 평균 수익률은 23.17%로 국내(-2.53%) 및 해외(4.97%) 주식형펀드의 성과를 압도했다. 기초소재 섹터 주식펀드는 주로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혜택을 받게 된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 속에서 은행들도 잇따라 관련 펀드들을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메릴린치 월드에너지 펀드’ 등 에너지 및 원자재 관련 펀드만 팔고 있지만 조만간 농산물 관련 펀드도 내놓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전 세계 농·수·축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도이치 에그리비즈니스’와 ‘미래에셋맵스 로저스 농산물 인덱스’ 펀드를 판매 중이다. 국민은행은 얼마 전부터 국제 곡물가격 대표지수에 연동하는 ‘산은 짐로저스 애그리 인덱스 파생 펀드’를 팔기 시작했다. 상품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짐 로저스 회장이 개발한 ‘RICI Enhanced 농산물지수’에 연동하는 상품으로 곡물과 축산물, 커피 등 21개 농산물에 분산 투자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신규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그나마 천연자원, 에너지 등 섹터 펀드는 호응을 얻고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시장의 반응은 원자재, 곡물 펀드를 좋은 투자기회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내놓은 ‘3월 월간 펀드투자’에서 원자재를 주요 이슈로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제 원자재는 하나의 유망한 투자섹터에서 벗어나 자산배분의 주요한 요소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그 배경이다. 신한은행도 ‘펀드시장 동향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에 대한 투자 비중은 축소하되 에너지와 원자재 관련 상품의 비중은 확대할 것을 조언했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달러화 약세를 불러오고, 다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나 섹터 펀드의 경우 시장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자칫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농산물, 원자재펀드로 자금이 급격히 몰려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곡물가격이 사상최고치 경신을 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관련 펀드의 수익률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은 변동성이 커 분산투자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3월 5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농산물가격 지수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종류형파생상품’C-I 클래스와 C-B 클래스로 각각 172억 원, 45억 원이 유입됐다. 이날 해외 주식형펀드로 순 유입된 자금 470억 원 중 절반가량이 이 펀드로 몰린 셈이다.
지난 2월 이후 원자재 펀드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종류형파생상품 C-B’펀드의 설정잔액은 지난해 말 20억 원에서 올 1월말 59억 원으로 39억 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2월말 276억 원으로 한달새 215억 원이 늘어난데 이어 3월 말에 들어 서는 이틀 만에 387억 원으로 111억 원이 증가했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1ClassB’펀드의 설정잔액도 지난달 62억 원 급증했고, 3월들어 18억 원 늘었다. 우리CS자산운용의 ‘우리Commodity인덱스플러스파생1ClassC-W’ ‘우리CS글로벌천연자원주식ClassA1’ 등도 인기다. 이 같은 인기는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세로 펀드 수익률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원유가격(WTI 기준)이 배럴당 100달러대로 뛰어오른 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금, 백금 등의 가격도 온스당 1,000달러 선에 근접하는 등 최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대두, 옥수수, 밀 등 농산물 가격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종류형파생상품’펀드의 최근 1개월, 3개월 수익률이 각각 13.7%, 23.7%를 기록했고,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1ClassB’도 비슷한 성과를 거뒀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원자재펀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새로운 상품이 더 출시되는 등 당분간 인기몰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펀드 투자도 분산투자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실물자산 값의 변동이 워낙 심해 언제든 고공행진을 멈추고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원자재펀드 중 상당수가 선물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이라는 점도 주의해야한다. 원유나 곡물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선물을 대거 매수했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 반대로 움직여 거액의 손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으로 손해를 봤다면 인도 농촌에 투자하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경기침체로 연일 뉴욕증시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프라 구축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인도 농촌이 새로운 주식 투자처가 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현재 인도 정부는 농촌의 인프라 구축과 소득 향상을 위해서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또한 신진 기업들 또한 이 지역 투자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기간산업 육성으로 현재 인도 지방도시의 기업들은 미국이나 글로벌 경제에 그다지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뭄바이 소재 IDFC-SSKI 증권의 니킬 보라 애널리스트는 “농업이 중요 투자처가 될 것”이라며 “농촌 지역에 대한 투자와 농업의 육성으로 부의 적절한 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전체 인구의 60%이상이 직간접적으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도에서 최근 정부는 내년 총선을 겨냥해 부채농가에 대한 선심성 정책을 발표했다. 부채 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구제금융정책은 4월부터 시행되며 15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또한 인도 정부는 농촌 지역의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 투자를 약속했다. 뭄바이 소재 DSP 메릴린치의 앤드류 홀랜드 부사장은 “인도의 농촌지역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에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며 “더 나아가 세금 감면과 저리의 정부 대출 그리고 인프라 구축으로 이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돼도 인도 정부는 농촌지역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의 거대 기업 대다수 또한 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전한 투자처인 블루칩 주식이라는 인식 또한 무너지고 있다. 수년 동안 치솟아 왔던 인도 증시는 올해만 24% 폭락하며 최근 세계 가장 최악의 증시 중 하나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의 폭등으로 농촌 지역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이 지역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들의 주가는 급상승하고 있다.
일례로 관개 시스템과 파이프를 생산하는 제인 시스템즈의 경우 18개월 후에는 50% 이상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뭄바이 소재 IL&FS 증권의 마헤쉬 반드레 애널리스트는 “현재 증시는 국내 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농촌지역에 투자한다면 결코 손해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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