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골프이야기
상태바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 글_김영란 차장
  • 승인 2008.03.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인 최초 PGA골퍼, ‘탱크’라 불리는 사나이 최경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녹록치 않는 국제적인 PGA 무대에서 노력과 뚝심으로 자신의 꿈을 이뤄 나가고 있는 골퍼 최경주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을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PGA닷컴 전문가들이 뽑은 ‘예상을 뛰어넘는 선수’ 1위로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PGA대회 정복을 나선 최경주는 당당히 세계랭킹 ‘톱 10’ 그룹에 입성했다. 주위의 우려와 조롱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한국 골프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그의 투지는 ‘탱크’라 불리면서 한국의 움직이는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섬 소년, 세계 골프무대에 도전장을 내밀다
한국인 최초의 PGA 골퍼, 2002년 한국인 최초의 PGA 투어 우승(컴팩클래식), 2007년 한국인 최초 PGA 투어 메이저대회급 두 차례 우승, PGA 투어 통산 7승 달성 등 골퍼 최경주를 설명하자면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전남 완도 섬 소년에서 세계적인 골퍼가 되기까지 그의 꿈을 향한 도전과 집념은 많은 교훈을 시사해 주고 있다. 시설과 제대로 된 스승도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그가 처음으로 야외연습장을 찾았을 때 ‘꿩 사육장’인 줄 알았다고 얘기했던 일화는, 우스개 차원이 아니라 그만큼 열악했던 골프 환경을 대변해 주는 부분이다. 꽤 늦은 나이로 프로골퍼의 길로 들어선 최경주는 그동안 다져온 기량으로 국내와 일본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좀 더 큰 무대에서의 성공을 위해 1999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국내와 일본에서도 얼마든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데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뚝심으로 도전장을 내던진 것이다. PGA 사무국이 있는 플로리다에 입성했지만 자신감 하나만으로 세계를 재패한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미국 진출 첫 해인 2000년엔 30개 대회에 나가 14차례나 컷 오프 되는 고통을 겪었고, 언어와 음식, 문화, 자금까지 어느 하나 수월한 것이 없었다. 결국 최경주는 상금 랭킹 134위를 기록하며 다시 ‘지옥의 Q스쿨’을 거쳐나가야 했다.


변화만이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고 대스타의 비디오를 수백 번 반복해 보고 철저히 관찰하면서 스스로의 기량을 향상시켜 나갔다. 자신과 신체조건이 비슷한 ‘작은 거인’ 이안 우스남(웨일스)를 스승으로 모시고 벤치마킹 삼아 피나는 연습을 거듭했다. 그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다행히 공동 31위로 이듬해 PGA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었고, 2002년 컴팩클래식과 탬파베이클래식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0년 시즌 상금 30만 달러에 머물렀던 최경주는 7년 만에 시즌 도중 320만 달러를 넘기면서 자신의 가치를 10배 이상 키웠다. 172㎝의 다소 작은 자신의 신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대부분의 프로들이 사용하는 스틸샤프트 대신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장비들로 우승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경주는 “하나님이 소원을 들어준다면 5㎝만 더 컸으면 좋겠다. PGA 투어 선수 중 나보다 키가 작은 선수는 거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변화만이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전했다. 고향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많은 연습을 했던 그에게 벙커 역시도 위기가 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최경주는 아시아인이 PGA 투어에서 기록한 5승을 뛰어넘어 7승을 거머쥐면서, 모두가 ‘불가능 하다’는 세계 랭킹 10위권 내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섬 마을 소년의 세계를 향한 성공 라이벌은 바로 ‘자신’이었다. 하루 수천 개의 공을 치며 연습하는 지독한 훈련과 어떤 현장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집념어린 성실성은 그를 세계적인 성공 골퍼로 일컫게 하는데 주저함 없게 한다.

‘최경주재단’ 통해 어려운 이웃 돕는다
타 선수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창조적인 모방을 통해 최경주는 ‘KJ’표 탱크 스타일을 만들어 내며 자랑스러운 한국의 세계적인 골퍼로 찬사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잭 니콜라우스가 주최하는 골프 대회인 2007 메모리얼 대회에서 자신의 통산 5승을 달성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최경주는 이날 토너먼트 우승컵을 받을 때 잭 니클로스에게 “9번 홀 두 번째 샷은 당신이 쓴 책에서 배운 샷”이라며 겸손을 표했다. 그에 대해 잭 니클로스는 “17번 홀 파 세이브 칩 샷은 내 책에도 없는 놀라운 샷”이라고 화답했다. 자신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스윙으로 골프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며, 세계적인 골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최경주가 가진 또 하나 꿈은 바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다. 2007년 11월 23일 자신의 이름을 딴 ‘최경주재단’을 만든 그는 최근 경기 이천시 냉동 창고 화재 사건 유가족들에게 3억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작은 도움이라도 받는 사람에게 목적의식을 갖게 하고 사회에 보답하도록 하는 것에 그는 의미를 두고 있다. 자신처럼 어려운 청소년들이 운동에 전념하면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골프연습장을 갖춘 복지시설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자신이 받은 도움을 기꺼이 사회로 환원할 계획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자기절제, 혹독한 연습, 부단한 탐구정신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PGA의 높은 벽을 뛰어넘게 했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최경주의 끊임없는 도전과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이 지속되는 한 그의 성공 스토리는 쉼 없이 이어질 것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