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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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파동
  • 시사매거진
  • 승인 2004.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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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온적 정부대책, 국민이 불안하다
미국 광우병 파장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잠정 수입 중단 조치는 3대 수입국인 일본과 한국, 멕시코에 이어 대만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홍콩 중국 자메이카 콜롬비아 등 18개국으로 늘었다. 특히 대만과 싱가포르는 광우병이 최종 확인될 경우 잠복기를 감안, 향후 6∼7년간 수입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당초 수입 중단 조치가 없을 것이라던 입장을 바꿔 제한적이긴 하지만 일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국내에서 유통중인 쇠고기는 안전한가.현재 국내에서 유통 중인 쇠고기는 안전할까” 이 질문에 1백% ‘예’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광우병 자체가 원인과 감염 경로가 완전히 밝혀진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대책은 수백만분의 1의 확률에 대비해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 대책이 미온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현재 유통 중인 미국산 쇠고기와 부산물을 적극적으로 회수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판매하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유통 쇠고기 “뇌검사 불가능”
국내에 이미 수입돼 유통 중인 미국산 쇠고기가 별도의 광우병 검사 절차 없이 국내에 수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 광우병 쇠고기가 유통되고 있다면 국내에도 병에 걸린 쇠고기가 들어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수입 중단 조치뿐 아니라 유통 중인 쇠고기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광우병을 검사하려면 소의 뇌를 검사해야 하는데 도축 과정에서 표본 조사를 하지만 모든 소를 검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도축 후 부위별로 나누어 상품화된 쇠고기 및 부산물에 대해선 광우병 검사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실정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수출국에서 소뼈로 만든 사료(육골분)를 먹이는지, 과거 5년간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가 있는지 등을 점검해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UPI통신 등에 따르면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소의 고기가 이미 미국 내 부산물 생산공장으로 보내졌으며 미국 정부도 문제의 고기가 식용으로 유통됐는지를 추적 중이다. 이런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수입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광우병의 잠복기가 2∼8년으로 길기 때문에 이번에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소가 발견되기 이전에도 광우병에 걸린 소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농림부 관계자는”검역증명서를 일일이 분류해가며 생산지 등을 추적하고는 있으나 미국 측에서 유통 사실에 대한 발표가 없어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입소 뼈·내장 유통 관리 허술

미국산 소의 광우병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육점이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미국산 소의 내장 척추 뼈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많이 포함한 수입육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위험물질이 얼마나 수입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미국의 광우병 의심 소는 네살이 넘은 젖소인 반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쇠고기는 주로 두살 내외의 육우에서 생산된 고급육”이라며 “특정 위험물질의 유통을 금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시 군 공무원과 농림부 산하 단체 직원 7백여명을 동원해 특정 위험물질은 별도로 봉인해 보관하도록 수입업체 등을 지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수입업체 창고에 대한 봉인 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서울은 성동구 50곳, 송파구 16곳 등 1백34개의 수입업체에서 특정 위험물질을 수입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가 개별적으로 소유한 소형 창고는 대부분 경기도 지역에 있기 때문에 현장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육점이나 음식점 등에 이미 판매된 내장 등에 대한 추적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농림부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전체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3만8천280t) 중 특정 위험물질이 포함된 부산물 비중은 17.6%(6천7백46t)인 반면 광우병 소가 발견된 워싱턴주에서 수입된 물량 중 부산물 비중은 33.1%(9백85t)로 유난히 높은 편이다. 워싱턴주에서 올해 수입된 쇠고기는 1만8천여t에 달한다.
특히 내장, 척추 뼈 등의 수입은 신고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수입업체의 현황도 정확하게 파악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에서 하고 있는 수입업체 관리를 국립수의학검역원으로 넘기자고 농림부에 건의했으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한국발 항공편 기내식에서 닭고기 메뉴를 제외하고, 미국산 쇠고기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한국발 항공편의 기내식에 호주산 쇠고기를 사용하고, 외국발 국제선은 해산물 메뉴로 교체했다.

미국 소 수입재개 몇년 걸릴 듯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가 캐나다에서 수입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더라도 미국산 쇠고기는 앞으로 몇년간 국내에 들어오지 못할 전망이다. 미국이 ‘광우병 청정국’이 된다 해도 쇠고기 수출을 재개하려면 수출국 현지조사 등 8단계에 걸친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농림부 김창섭 가축방역과장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다”며 “미국이 한국에 쇠고기를 다시 수출하려면 수년에 걸쳐 정해진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간 절차를 밟기 전에 국제수역사무국이나 유럽연합(EU) 등에서 미국에 대한 검증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수입금지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수역사무국이 지난해 11월 우리나라를 구제역 청정국으로 분류했으나 일본은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산 육류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풀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도 광우병이 발생한 워싱턴주에서 생산된 쇠고기의 공급을 전면 차단했다. 해외미군용 전문지인 성조지는 주한미군 의무사령부가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 워싱턴주에서 도축된 쇠고기를 영내 매점과 식당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보도했다. 사용 금지 대상에는 광우병의 감염 위험이 높은 특정 위험물질뿐 아니라 살코기까지 포함돼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과 배치된다. 그러나 워싱턴주를 제외한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쇠고기는 그대로 공급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우' 광고에도 발길 뚝

광우병 여파로 설렁탕 곱창 해장국집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관련 업체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에서 광우병 의심 소가 발견됐다는 발표 이후 소의 부산물인 뼈와 내장 등을 조리하는 식당을 중심으로 손님이 뚝 끊겼다.
서울 강남의 W설렁탕은 손님이 30% 정도 줄어든 가운데 송년회와 회식 등 단체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다. 이곳의 金모(50)사장은 “그동안 미국산 사골로 국물을 우려내다 급히 호주.네덜란드산으로 바꿨는데도 손님이 안 든다”고 말했다. 해장국집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C해장국집은 “한우 뼈만 사용해 국물을 우려낸다고 강조하고 있는데도 지난주부터 손님이 2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뒤북치는 대책, 적극 대처 시급
정부는 현재 시·군·구 공무원을 동원해 시중에서 유통 중인 미국산 소의 머리, 내장, 척추 뼈 등에 대한 봉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판매금지 조치를 지키지 않은 업체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 정부는 강제 회수 조치에 응하지 않는 업체를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축산물가공처리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또 유통업체뿐 아니라 음식점들이 원산지를 속여 파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식품위생법’개정안도 지난해 10월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농림부는 “정부가 강제로 미국산 쇠고기 관련 제품을 회수하면 업체들이 미국 수출업체에 반품해 받을 수 있는 보상을 못 받고,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농림부가 추진해 온 광우병 예방 대책들도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림부는 수의과학검역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광우병 검사를 올해부터 9개 도에서도 검사할 수 있도록 32억원을 예산에 반영했으나 정작 미국에서 광우병 의심 소가 발견된 뒤에 실행하게 됐다. 방역 전문가들은 “개방이 확대되면서 검역 및 방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방역청 등을 신설해 일원화된 방역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국제수역사무국의 기준대로라면 우리나라는 한해 도축되는 소 중 99건만 조사하면 되지만 올해 이미 1천38마리를 조사했다”며 “한우의 안전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우병 전문가인 한림대 의대 김용선 교수는 “미국이 우리나라 경제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이긴 하지만 방역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나라와 똑같이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金교수는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산과 돼지고기로 수급 대응

국내 쇠고기 소비량 중 한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농림부는 쇠고기 공급 부족에 대비해 호주산 쇠고기 등으로 수입선을 넓힐 것을 업계에 권유하고 있다. 현재 한우의 재고가 2개월치 정도는 있어 당장 수급에 문제가 없지만 수입산 쇠고기를 먹는 소비층과 한우를 먹는 소비층이 완전히 갈리는 점이 문제다. 농림부는 수입산 쇠고기를 주로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한우보다 돼지고기를 주로 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수입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로 옮겨가는 소비 패턴을 보이면 평년보다 10%이상 떨어져 있는 돼지고기 가격과 폭락한 닭고기 가격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당장은 전반적인 소비 감소로 한우 가격이 떨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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