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의 케이블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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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의 케이블 방송
  • <편집국>
  • 승인 2008.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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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TV의 불편한 열기, 시청자 안방 위협
종합 편성을 하는 공중파가 잘 차려진 한정식이라고 치자면 특정 부문만 집중해도 되는 케이블 TV는 자극적인 입맛을 돋우는 전문 음식점으로 비유할 수 있다. 시청자의 입맛에 따라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케이블 TV. 그런데 요즘 케이블 채널 속 선정성과 자극적 표현, 조작된 프로그램으로 인해 시끌벅적하다. 케이블 TV가 시청률에만 급급한 나머지 방송의 질을 높이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도덕 불감증에 걸렸다는 문제가 제시되고 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가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더 불거지는 것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종합 편성을 해야 하는 공중파에 비해 케이블 TV는 특정 부문만 집중해도 되기 때문 자유롭다. 게다가 방송위원회는 공중파에 비해 산업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케이블 TV의 성격을 존중, 시장성을 위해 비교적 관대한 심의와 규제를 해왔고, 이는 케이블 TV가 공중파보다 실험적이며 다양한 전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공중파와 차별된 기획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갖고 시작된 케이블 TV. 그러나 요즘 케이블을 보면 방송 소재가 한 가지로만 집약되어 나타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유독 ‘성’에만 집중하여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불쾌감까지 조성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거짓방송을 일삼아 시청자를 우롱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도덕불감증에 빠진 채 시청률만 운운하는 케이블 TV의 불편한 열기가 시청자의 안방까지 위협하고 있다.

취향의 잣대 아닌 윤리적 잣대 필요, 선정성 논란
일명 ‘싸구려 방송’임을 자처하는 케이블 TV가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더 싸고, 세고, 거친’ 방송을 일삼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예로 가수 김창렬이 진행하는 ‘깊은 밤 초이스 2.0’이라는 19禁 프로그램이 농도 짙은 선정적 장면을 보여주어 시청자들을 당황케 했다. 제작진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롭고 다양한 문화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로, 관련된 인물들을 직접 스튜디오로 초대해 생동감 넘치는 방송 보도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날 초대석에는 실제 애로 배우들이 등장해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생생한 경험담을 풀어 놓았다. 이들은 애로 영화 촬영 과정을 비롯해, 자신들의 직업병과 남모르는 아픔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에로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MC들이 “촬영하다가 흥분한 적 없느냐”, “가장 좋아하는 체위가 무엇이냐” 등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짓궂은 질문을 해 방송의 질을 떨어뜨렸다. 이는 애로 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었다. 또한 공영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출연진을 등장시켜 그들과의 생생한 토크를 통해 색다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기회를 단지 ‘성적 호기심’에 국한해 방송하는 등, 본래 의도를 왜곡하여 아쉬움을 남겼다. 게다가 성인 방송 임에도 불구, 오전 시간대에 재방 되어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질적 성장 없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데만 치중하는 프로그램은 이 뿐만 아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이하 아찔소)는 첫 방송 때부터 논란이 되어 윤리성 부재라는 질타와 다수의 방송 경고에도 불구, 현재 시즌 3까지 연장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시즌 3이 시작 된지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찔소’는 방송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아야 했다. 남녀간 미팅 프로그램에 미성년자인 고교생을 출연시켜 사람과 돈을 비교해 선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청소년의 정서발달 과정 및 건전한 인격형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어 주의를 받았다. 주부들을 공략하여 만들어진 스토리온의 ‘박철쇼’, 이경실 진행의 ‘스토리쇼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 에서는 농도 짙은 ‘성’문제를 거론하며 위험 수위를 예측 할 수 없는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특별한 부부 관계 이야기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위를 재현하는 등의 장면도 나온다. 이러한 방송을 두고 그동안 음지에 숨겨져 있었던 성의 문제를 자유롭게 풀어나가는 것에 대한 호평도 있었지만 “청소년들은 제발 안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돈 받고 성관계하는 아내’같은 소재가 등장해서 놀랐다.”며 우려 섞인 시청자의 목소리가 높다. 프로그램 성격상 부부생활과 가족문제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을 겨냥하여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이를 취향의 잣대가 아닌, 윤리적 잣대로 바로 볼 줄 아는 노력이 요구된다.


쇼 곱하기 쇼는 쇼, 거짓방송 논란
한편 ‘페이크 다큐’라고 불리는 진짜 같은 가짜 방송이 케이블 TV에 판치며 범람하고 있다. 페이크 다큐란 허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포장해 보여주는 장르를 일컫는다. ‘조롱하다’는 뜻의 영단어 ‘mock’와 ‘documentary’가 합쳐진 ‘모큐멘터리(mockumentary)’로도 불린다. 이 프로그램들은 분명 실제 상황은 아니지만 모자이크 처리, 음성 변조, 몰래 카메라 등을 동원해 재연인 것을 시청자가 모르도록 하는 속임수를 사용, 헷갈리게 만든다. 화재 속에 논란이 되고 있는 tvN ‘독고영재의 스캔들’이 대표적 예다. 방송 의도는 인간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과 배신’을 리얼리티 형식으로 쫓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으로, 이러한 전략은 동시간대 일부 지상파 프로그램마저 근소하게 추월하게 만드는 등 놀라운 시청률을 보였다. 이를 두고 새로운 형식과 공중파 방송에서 다루기 힘들었던 소재를 끌어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선정성과 훔쳐보기에 기대어 프로그램이 제작되었다는 비난이 잇따라 논란이 되었다. 또한 자극적 소재와 비도덕적인 스토리로 불쾌감을 준다는 지적도 따른다. 시청자 소감란에는 “남자 만나기가 무섭다고 느꼈고, 사람 만나는 것 모두가 싫어질 정도다. 페이크라는 것을 알고 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리 페이크 다큐라도 소재는 생각 좀 하고 썼으면 좋겠다.”라며 불만의 뜻을 밝혔다. 아이러니한 것은 시청자들로부터 도덕적 비판을 받는 당사자인 ‘스캔들’이 방송 중 불륜의 비윤리성을 언급하며 도덕성을 운운한다는 것이다.
코미디 TV ‘조민기의 데미지’ 역시 불륜을 비롯해 성 문제를 주로 다루면서 당사자들이 스튜디오에 나와 문제점을 고백하고, 몸싸움까지 마다않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지만 알고 보면 모두 연습을 거친 일반인 출연자들이다. 악명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인 ‘리얼스토리 묘’ 또한 시사 프로그램임에도 불구 무리한 기획으로 ‘그림’을 만들어 내려다 거짓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페이크 다큐는 원래 극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탄생한 기법이다. 하지만 이것이 시청률을 노린 눈요깃거리로 활용되고 있다. 해결책 없이 이러한 비도덕적 페이크 다큐가 계속해 범람한다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에 질린 시청자들이 아무리 기막힌 내용이라 해도 더 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고 말 것이라는 예상은 무리가 아니다.
윤리적인 선을 어디까지 넘을 것인가, 아슬아슬한 경계를 걷고 있는 페이크 다큐에 대한 앞으로의 시청자 반응이 사뭇 궁금하다.


케이블 TV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 무엇이 문제인가
케이블 TV의 선정성, 거짓 방송, 폭력성뿐 아니라 해결되어야 할 것은 외국 인기 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하는 제작진의 안이한 제작관행이다. 케이블 오락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외국의 인기 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국내에 대거 수입된 외국 오락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면서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따라 케이블 TV가 자유롭지 못한 것이 문제다. 표절 시비는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 되어 왔다. ‘독고영재의 스캔들’은 미국 프로그램 ‘치터스’를 ‘데미지’는 일반인들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것으로 악명 높은 미국의 대표적인 토크쇼 ‘제리 스프링거 쇼’를 표절하여 언론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오락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진행방식이 특허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성공적인 포맷을 카피하는 사례가 많아 콕 집어 ‘표절’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뿐만 아니다. 케이블이 지상파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이야기를 꾸려 나갈 수 있음에도 그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오전 시간대에 성인방송이 재방송 되는 것도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 청소년보호법은 공휴일이나 방학기간 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를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로 지정해 둔 상태다. 그러나 상당수 케이블 채널들이 법망을 살짝 비켜간 오전 6~10시의 아침 시간에 성인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이 시간을 ‘시청률 올리기’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두고 ‘청소년들은 고려하지 않고 시청률에만 급급한 행태’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성에만 매달리지 않아” 차별성 갖춘 프로그램 인기
케이블 프로그램 중 성에만 매달리지 않고 폭넓게 시사를 다루고 있는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시사를 접목한 토그쇼인 XTM '도와주십Show', YTN 스타 ‘신해철의 100초 토크’등이 이 사례에 속한다. 철저하게 약자의 편에서 할 말은 확실하게 하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시사 버라이어티쇼 ‘도와주십show’는 MC 김구라 진행으로 사회의 부조리들을 매주 하나씩 파고들어 시청자들에게 문제점을 환기 시켜 주고 있다. 국민대상 과잉 단속, 사교육비, 기름값 논란 등의 시사 문제를 MC들의 통쾌하고 직설적 입담으로 파헤쳐 인기를 끌었다. 아이디 ‘topp**’ 시청자는 게시판에 “오늘 처음 봤는데 이렇게 괜찮은 프로그램이 있는지 몰랐다. 시사라는 주제 아래 독설적이며 ‘아니다’할 줄 아는 재밌는 분들이 나와 진행을 해 동감이 가고 웃음도 나왔다. 하지만 더 시사 프로그램답게 웃음 속에 절제가 있었으면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100분 토론’으로 자주 언론의 입에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떨쳤던 신해철도 특별한 시사프로그램으로 시청자의 안방을 찾았다. 신해철의 ‘100초 토크’ 는 시사 주제로 철학적이면서 거창하지 않는 사소한 문제를 다루어 시청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다큐드라마 ‘막돼먹은 영애 씨’를 향한 시청자의 사랑도 뜨겁다. 주인공인 못생기고 뚱뚱한 노처녀 영애가 냉정한 현실을 직면하는 스토리로, 6mm 카메라가 주인공을 쫓는 촬영기법과 나레이션을 드라마에 접목시켰다. 여자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겪어야 하는 크고 작은 문제부터 시작해 외모 콤플렉스, 복잡한 남녀 관계 등을 솔직하게 그리고 있어 있기가 높다.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드라마적 스토리, 예쁘고 착한 여주인공이 구원자인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뻔한 스토리가 아니라 현실 속의 대한민국 평균인 우리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어 공감이 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렇듯 ‘성’에만 국한된 케이블 TV에 질린 시청자들이 차별성 갖춘 프로그램에 많은 표를 던지고 있다.


“질적 성장” 갖춘 프로그램으로 차별성 지녀야

대중의 속성상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일수록 시청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케이블 채널 간의 선정성 경쟁을 일으키고 저질과 거짓 방송을 부채질하는 꼴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케이블 TV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채널이 되어버린 만큼 산업성만 따지기는 어렵게 되었다. 자극적 소재로 시청률을 높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마니아 층 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방송을 제작해야 한다. 특히 아이디어 부재로 인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성’의 문제에 더욱 집착하는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시청률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시간대에 성인 대상 프로그램을 편성하거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도 해결되어야 한다. 무방비하게 뿌려지는 TV라는 매체를 생각해볼 때 최소한의 공영성을 고려해 시청자를 배려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제작진의 안이한 제작관행과 일부 출연자의 도덕불감증, 그리고 방송사의 허술한 검증 시스템 등을 되돌아보는 등, 자체적으로 ‘질적 성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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