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한국의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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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한국의 FTA
  • 시사매거진
  • 승인 2004.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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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FTA 체결 박차...한국 외톨이 될라
지난해 11월 10일 우리나라와 칠레간의 FTA 협정이 체결된 이후 한, 중, 일, 한국과 싱가폴, 한국과 아시안(Asian)과의 FTA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FTA는 거시적 차원에서 무역, 산업, 농업, 환경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FTA 시대가 열리는 현 시점에서 개별 지역이나 도시들이 향후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전략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본지는 이러한 맥락에서 FTA시대의 개막으로 생겨날 수 있는 지역경제에의 파급효과를 예측해 보고 어떠한 대응책이 요구되는가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FTA란 무엇인가
자유무역협정(FTA)이란 무역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간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특혜무역협정을 의미한다. 그 동안 대부분의 FTA가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이 인접국가 또는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역무역협정으로 불리기도 한다.
FTA의 바탕이 된 지역주의는 58년 출범한 유럽경제공동체(EEC)에서 비롯된다. 이후 60년에는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4개국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이 체결됨으로써 본격적인 FTA시대가 도래하게 됐다.
90년대 들어서는 지역주의를 통한 경제협력이 강화되면서 FTA체결 건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93년 인도네시아 말레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7개국간에 체결된 아세안자유무역권(AFTA)과 94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3개국이 참여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대표적인 사례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하에서 FTA는 크게 두가지 형태. 그 하나는 EU방식이다. 이 방식하에서는 FTA의 모든 회원국이 자국의 고유한 관세와 수출입제도를 완전히 철폐함으로써 역내의 관세와 수출입제도를 공동으로 운영하게 된다. 다른 방식은 NAFTA의 운영형태에 기초한다. 이 방식은 FTA 역내 회원국들이 자국의 고유 관세와 수출입제도를 계속유지하면서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해 나가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FTA가 상반된 두가지 형태의 경제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FTA 체결로 인해 회원국과 비회원국간의 교역·투자가 이전보다 확대되는 무역창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WTO가 FTA를 용인하는 근거가 바로 이 효과이다. 반면 회원국과 비회원국간의 교류는 감소하고 회원국간에만 거래가 증가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무역전환효과라 불리는 이 특징은 FTA의 부정적 측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WTO는 FTA 회원국들간의 무역전환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반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95년 다자간 무역체제인 WTO가 출범한 후에도 FTA의 위력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WTO 회원국 중 한국 일본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가 1개 이상의 FTA에 가입중이다. 99년 말 기준으로 WTO가 파악하고 있는 FTA의 수는 14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80여 개는 실제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WTO는 보고있다.

글로벌 경제시대 FTA는 필연
오늘날 지역주의는 분명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우리도 이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 세계화와 지역주의가 혼재하는 국제통상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가 주요 거점 지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FTA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으로 소비자후생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참가국 간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높인다. 더구나 투자유치와 기술이전이라는 부수적인 효과에다 지역감시제도와 같은 효율적인 정책조정을 통해 국가 위기 발생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현대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한계가 있다.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경제통합이 필요하다는 것. 때문에 지역주의 확산을 막을 수 없고 이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 남기 힘들다.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는 칠레와의 FTA 체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16여개국과 FTA를 체결한 칠레와의 협상이 성사되면 이를 발판으로 제3국과의 자유무역 기반을 넓히면서 어느 정도 지역주의의 제약을 극복하는 계기가 된다. 양국 간 FTA는 다른 국가들과의 FTA체결에 촉매가 될 수 있다. 농산물 수입개방 문제로 언제까지 눈치만 볼 형편이 아니다. 농민 역시 빗장을 걸고만 있을 수도 없다. 글로벌화된 경제질서를 보편질서로 받아들이고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개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마냥 미뤄서는 될 일이 아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FTA에의 참여 빠를수록 좋다
전문가들은 FTA에의 참여는 세계경제여건의 변화추세를 감안할 때 빠를수록 좋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WTO회원국들이 지역단위의 FTA를 형성하고 다양한 지역별 FTA가 상호통합움직임을 보임으로써 어느 FTA에도 가입이 안되어 있으면 WTO체제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불이익 받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정보통신과 교통기술의 발달, 국제간 투자촉진 등으로 산업별?지역별 장벽이 급속히 허물어지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자국산업·기업보호의 수단이 한결 제한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FTA는 아무데하고 언제든지 형성할 만큼 가볍게 다룰 일은 아니다. FTA가 가져오는 경제적 이득을 최대한 얻고 부정적 충격은 최소화하도록 협상전략을 짜고 산업구조나 산업조직, 각종 규범설정측면에서 준비할 게 제법 많다. FTA후보군의 선정기준은 무역창출효과가 무역전환 효과보다 커야 하므로, 기존의 무역장벽이 많을수록, 시장규모가 클수록, 교역구조나 산업구조가 보완적일수록, 역내에서 생산되는 재화의 단위생산비격차가 적을수록, 지리적으로 접근되어 있을수록 FTA가 바람직하다.
이런 관점에선 우리는 일본, 중국, 미국, 칠레, 대만, 호주, 캐나다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물론 지역마다 장단점이 있고, 협상결과에 따라 득실이 다르겠지만) 또 이들 국가들과 개별적으로 FTA를 추진하기보다는 몇 개국을 연결시키는 방법이 FTA에 따라올 우리의 구조조정을 기업이나 개인 등 경제주체들이 단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현실적 여유를 줄 수 있겠다.

한국 FTA추진 어디까지 왔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명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FTA 추진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한-칠레 FTA가 국회비준을 거쳐 발효되면 본격적으로 제2, 제3의 FTA를 추진한다는 구상 아래 협상 대상국을 검토하고 협상전략의 큰 틀을 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제2의 FTA 협상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싱가포르. 올해부터 우리나라와 산관학 공동연구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출발은 일본보다 늦었지만 한-싱가포르간 교역구조를 볼 때 상대적으로 우리의 부담이 적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견해다.
대표적인 자유무역항인 싱가포르는 FTA 체결로 교역상 혜택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지만 농업분야의 부담이 없고 금융, 자본시장 진출의 확대가 예상돼 체결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 싱가포르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물품의 90% 가량이 제3국에서 제조된 상품으로 원산지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해 우리측 부담이 별로 없다는 것도 조기 체결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여러 면을 따져 볼 때 현재로선 다음 FTA 대상으로 싱가포르가 가장 부담이 없다”며 “협상이 본격화되면 어느 나라보다 빨리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의 협정 체결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작년 7월 2년 일정으로 한일 산관학 공동연구회가 발족됐으나 일본은 이른 시일내에 본격협상을 시작하자고 우리측에 제의해왔다. 정부는 그러나 일본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역적자국으로 양국간 산업구조 등을 비교할 때 싱가포르보다는 FTA 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정부간 공동연구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멕시코와 아세안(ASEAN)도 정부가 FTA 체결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대상이다.
멕시코는 농산물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고 아세안도 쌀을 제외하면 걸림돌이 없어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쌀 문제가 해결되면 협상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밖에 중장기적으로는 한-중, 한-중-일 등 아태지역 경제통합 및 북미, 유럽등 거대경제권과의 협정체결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세계는 FTA전쟁…태국-인도
4월 발표, 한국정부는 ‘낮잠’

오는 4월 발효되는 태국-인도간 자유무역협정은 FTA가 단순히 해당 국가간 무역장벽을 허무는 차원을 넘어 무역전쟁의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태국-인도 FTA 타결의 배후엔 인도시장에서 진출한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양국 정부에 대한 로비가 있었다는 점은 현지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업까지 나서 제3국간 FTA에 로비를 벌이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한-칠레 FTA 비준마저 정치논리에 밀려 표류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기업까지 FTA 전쟁에 가세 =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태국 FTA에 로비를 벌인 것은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다. 중국에 이어 세계 2대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인도는 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장악 한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례적으로 고전하는 나라.아직까지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통한 현지 부품조달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태국-인도 FTA가 발효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태국산 자동차 부품에 부과하던 30~35%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돼 2006년부터 완전 철폐되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들에겐 “활로”가 열리는 반면 한국 업체들에겐 “악재”인 셈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새로운 경쟁환경에 대비, 지난해말 부품담당 임원을 중심으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현대차는 태국산 부품이 인도에서 생산된 부품보다 경쟁력이 있는지 면밀히 분석한 뒤 일부를 태국에서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재일 현대차 인도법인장은 “인도-태국간 TFA가 발효되면 태국 자동차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이 부품의 대부분을 태국에서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완성차는 물론이고 인도에 동반 진출한 한국 부품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2002년에만 10만3천대를 판매, 시장의 18%를 점유하고 있는 반면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은 혼다와 도요다를 합쳐 5%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6년까지 태국산 수입 부품에 대한 관세가 완전 철폐되면 현대차는 인도 미국 유럽 업체는 물론 일본 업체와도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수출한국 경쟁력 곳곳서 누수 = 세계 각국간 FTA 확산으로 우리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인도에서만이 아니다. 특히 최근 한-칠레 FTA의 국회 비준이 또 다시 연기되자 외국에 진출한 우리기 업들은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다.
“비교적 교역 규모가 작은 칠레와의 FTA도 비준이 되지 않는데 다른 나라와는 제대로 되겠냐.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원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 각국들이 앞다퉈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통상 고아’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주요 수출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설 땅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올 들어 발효된 미-칠레, 미-싱가포르 FTA로 인해 우리의 주요 수출품들은 칠레 시장에서는 미국 제품에, 미국시장에선 싱가포르 제품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인도-태국간 FTA에 이어 일본-멕시코간 FTA도 복병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일본-멕시코 FTA가 체결돼 발효되면 한국이 일방적인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멕시코 시장에서도 우리 주력 수출품들의 기반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멕시코 TFA 협상이 타결돼 연내 발효되면 멕시코 시장에서도 컴퓨터부품 휴대폰 승용차 컬러TV부품 등을 놓고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어야 한다.
무역협회 FTA팀 허진덕 연구위원은 “일본-멕시코 FTA는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33건의 FTA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할 대상”이라며 “한국의 일방적인 대(對)멕시 코 흑자 기조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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