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대 교수 모임인 한국법학교수협의회(회장 이기수 고려대 총장)는 로스쿨과 법학대학을 동시에 존치하는 안을 입법 청원하기로 했다. 현행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로스쿨을 두는 대학은 법학 학부과정을 둘 수 없다. 차기 이명박 정부에서도 법학부 존치 방안이 받아들여진다면 대입 입학전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로스쿨 대학들은 줄어드는 법대 정원만큼 경영ㆍ인문대 등 다른 학부 인원을 늘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로스쿨을 추진 중인 사립대총장협의회(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는 2월 14일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로스쿨을 신청한 30개 사립대학 가운데 고려대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등 21개 대학 총장이 참석했다. 연세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성균관대 등 9개 대학 총장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에 참가한 한 대학 총장은 “로스쿨이 일단 2009학년도 개원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다만 총정원을 늘리고, 인가 방식을 심사방식에서 준칙주의로 바꿔 인가 대학을 더 확대해줄 것을 차기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손병두 협의회장은 “정상적인 로스쿨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대학별 입학 정원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립대 총장 “로스쿨 정원 3,200명으로 늘려야”
고려대와 서강대 등 21개 사립대학의 총장들은 지난 2월 14일 로스쿨 정원 확대 등의 요구사안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손병두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로스쿨 제도 도입 초기부터 총 정원을 3,200명 이상으로 하고 인가요건을 갖춘 대학에 대해서는 로스쿨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총장은 이어 새 정부가 로스쿨 문제의 해결을 위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며 입장을 분명하게 천명하고 법학교육위원회를 새로이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김문환 국민대 총장은 “열흘밖에 남지 않은 현 정부에 입장을 표명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차기정부에 해결을 요구한것”이라며 “로스쿨을 둘러싼 갈등이 없어지고 있지 않는 만큼 차기정부가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기 교육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이주호 의원 측은 “아직 교육부 장관도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위가 로스쿨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월권행위 아니냐”며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교육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의원실 관계자는 “이주호 의원도 총정원을 조율할 당시 최소 2500명 정도로 시작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었지만 이미 총정원이 정해진 상태에서 다시 뒤집기는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심사를 담당한 법학교육위원회는 2월 15일 전체회의를 갖고 논란을 빚고 있는 로스쿨 예비인가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법학교육위원회는 로스쿨 예비인가 심사 결과에 불복한 대학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 심사결과를 내부 논의를 거쳐 공개하였다.
법학교육위 한 관계자는 “관련 소송과 무관하게 심사 결과를 자체적으로 조기 공개한다는 원칙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공개 시점과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여 공식 발표가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또 법학적성시험(LEET)과 영어능력, 학부성적, 논술, 심층 면접 등 로스쿨 입시 전형 요소 및 반영 비율 등 구체적인 요강을 심의해 늦어도 3월 이내에 확정하기로 했다. 법학교육위는 전체회의가 마무리 되어 로스쿨 심사 결과 공개와 전형요강 계획 등을 취합해 15일 발표했다.
高大 법대 로스쿨 순위 의혹 제기
법학교육위원회가 발표한 25개 로스쿨 심사순위를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고려대’ 순으로 발표하자 고려대를 중심으로 일부 대학들이 순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직 법대 교수들은 교내 홈페이지를 통해 예비인가 과정의 편향성과 부당성을 주장하고 나섰고, 법대 뿐 아니라 타 전공 재학생 사이에서도 ‘정말 인가를 반납하자’란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발표이후 고려대 법대 측은 2월 17일 법대 교수 20여명은 교육부의 로스쿨 순위 발표 후 간담회를 열고 법학위 위원 구성과 심사 기준의 문제점을 집중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법학위가 심사기준을 비합리적이고 자의적으로 변경했다”며 “교육부와 법학위는 예비인가 과정에 관련된 모든 평가 자료와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세형 고려대 법대 교수는 16일 법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법학위 위원들이 소속 대학에 유리하도록 원래 교육부가 마련한 평가 기준을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글에서 “교육부 지침에 순응하지 않아 제재를 받은 것도 심사평가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교육부는 심사평가에 대한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오해’라며 일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또 “심사위원 선정이나 심사 과정은 단계적 절차를 거쳐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했다”며 “정치ㆍ지역ㆍ학맥 등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최대한 독립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학교육위원회 위원 13명의 출신 대학을 보면 서울대가 7명으로 가장 많고 연세대 2명, 고려대, 경북대, 이화여대, 세종대가 각각 1명이다. 위원 가운데 법대 교수 몫으로 할당된 교수를 보면 위원장을 맡은 신인령 교수(이화여대), 김효신 교수(전북대), 정병석 교수(전남대), 한인섭 교수(서울대) 등이다.
순위발표 뒤 대학 반발 더 커져, 로스쿨 파문 확산
첫 번째 논란은 심의기준에 대한 것이다. 대학들은 법학교육위의 심의 기준과 과정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심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대학들이 특히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법학교육위의 인적 구성과 지난해 10월 확정된 심사기준 인데, 교육부가 2차례의 연구용역을 통해 2006년 마련한 심사기준을 법학교육위가 특정 대학에 유리하게 바꾸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대 법대의 한 교수는 “교육부 안은 연구업적 평가에서 등재학술지 또는 등재후보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만 인정하도록 했는데 법학교육위가 이 제한을 없앴다”면서 “당초 점수가 낮을 것이라는 소문이 났던 대학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또 한양대 법대 관계자는 “여성교수 확보율에서 교육부는 향후 임용계획만 평가하도록 했는데 법학교육위는 기존 임용실적까지 포함시켜 여교수가 많은 대학에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부와 법학교육위원회는 “교육부 안은 최종이 아니며 법학교육위가 바꿀 수 있다고 명시 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논란은 법학교육위 구성이다. 이철송 한양대 법대학장은 “이해 당사자인 로스쿨 인가 신청대학의 교수가 법학교육위원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이들 대학이 유리하게 평가받았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은영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로스쿨 신청대학 교수들은 제척사유에 걸리므로 심의에 관여해서는 안된다”며 법학교육위의 구성을 문제 삼았었다. 당시 교육부는 “해당 교수들이 소속 대학의 심의에 관여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심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논란은 지방대의 순위가 뒤바뀌어 정원을 배정받았다는 것. 법학교육위가 지방대 배정에서 지역균형을 감안한 경위를 공개하자 지방대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4위인 전북대는 5위인 충남대 100명보다 적은 80명을 배정받은 것에 대해 “같은 지방대끼리도 지역균형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상대와 영산대는 교육부가 ‘동아대의 성적이 9위로 좋지 않지만 부산권역에 2개 대학만 선정돼 정원을 80명 배정했다’고 밝히며, 경남지역이 소외됐다며 반발했다. 이들 대학들은 특히 “13위인 제주대를 먼저 선정해 놓고, 나머지 지방대 중에서 9개교를 선정한 것은 차별”이라며 커트라인에 걸린 10위~12위 대학과 총점 등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로스쿨 예비인가 후 붉어지는 등록금 인상 괴담
로스쿨 예비인가를 받은 대학들이 턱없이 적은 정원 배정을 받았다며 당초 교육부에 신고한 로스쿨 등록금을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가와 교육부, 법학교육위원회 간의 로스쿨 선정을 둘러싼 갈등은 혼란을 겪고 있는 수험생 및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마저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강대, 이화여대 등의 서울 일부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들은 예상보다 적은 정원 배정 때문에 등록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로스쿨 계획 당시보다 정원이 크게 줄어든 만큼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재정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김문현 법대 학장은 “지금 당장 인상 여부를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정원이 3분의 1가량 줄어든 만큼 등록금 변동 가능성은 높다”라고 말했다. 서강대 장덕조 법대 학장대행도 “현실적으로 정원이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등록금을 올리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건국대, 경희대 등은 일단 시간을 두고 천천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대학은 내부 회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등록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국대 김영철 법대 학장은 “예상보다 배정받은 정원이 적어 경영 압박이 예상되지만 처음부터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비중을 높이고 재단의 특별지원이 예정되어 있었다”며 “현재로서는 등록금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대학들의 움직임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육부는 원칙적으로 대학의 등록금 책정은 대학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교육부 차원의 어떠한 가이드라인도 정해진 바는 없지만 등록금이 인상될 경우 직접적인 피해자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 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줄 것을 대학 측에 당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원이 줄었다고 해서 대학들이 당장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을 것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등록금이 대폭 인상되면 학생과 학부모에게 당장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로스쿨 등록금을 비롯한 각 대학들의 잇단 등록금 인상에 학생과 학부모 단체 등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며 등록금 인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국 100여개 국ㆍ공립 및 사립 대학생으로 구성된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는 “돈 없으면 대학도 못 다니는 게 당연한가?”라며 최근 ‘전국 대학생 1차 공동행동’에 이어 등록금 납부 거부투쟁에 돌입했다.
서울시내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들이 당초 책정하여 교육부에 신고한 연간 등록금은 성균관대 2,000만원, 고려대 1,900만원이며, 한양대 1,800만원, 연세대 1,700만원, 건국대와 경희대, 한국외대는 각각 1,600만원, 이화여대 1,500만원, 중앙대 1,400만원, 서울대 1,350만원, 서강대 1,200만원, 서울시립대 800만원 이다.
로스쿨 도입 배경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2009년 3월부터 도입되는 법학전문 대학원, 즉 로스쿨이 설립되어 운영될 방침이다. 각 여론에서는 로스쿨의 도입으로 인해 일어나는 효과와 부작용들을 대서특필하고 있는데, 그만큼 로스쿨의 도입이 우리나라 사법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로스쿨의 도입이 이루어지게 된 배경에는 기존의 법조인 양성체제의 비효율성이 가장 큰 이유이다. 대학에서의 법학부는 사법고시 통과를 위한 고시학원화가 되어 있으며, 전공과목 36학점만 들으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어서 대학에서의 법학 교육은 제도적으로 내실을 기할 수가 없게 되었다. 또한 기존 사법시험제도는 응시자격에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시험 내용 면에서도 정규법학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합격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가 출제됨으로써, 예비 법조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변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게다가 인생의 일발역전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사법고시에 파고들면서 수많은 고시낭인들이 발생하여 국가적 인력 낭비현상을 드러내는 등의 문제가 많았다.
로스쿨제도가 이러한 기존의 문제점들을 완벽히 해결해내는 모범답안이라고 확신할 순 없겠지만, 성공적인 로스쿨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산고의 고통을 격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의 법을 집행하게 될 인력을 양성하는데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