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선원/활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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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선원/활인스님
  • 취재_정재원 부장/홍기원 기자
  • 승인 2008.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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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전국최초 ISO9001/2000 인증 획득
작년 4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제정되면서 노인복지분야에서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존의 노인복지 정책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오는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과 노인성 질환(치매, 뇌혈관성 질환, 파킨슨병 등)을 가진 자로 거동이 현저히 불편하여 장기요양이 필요한 이들에게까지 확대되기 때문에 노인을 모시는 가정의 간병 부담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이와 함께 요양보호사나 간호사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확대되는 등 많은 장점들이 기대가 되지만, 이에 맞추어 갑작스럽게 증가한 노인요양시설의 의료서비스는 제대로 검증이 되어 있는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번 설날에는 자식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며 홧김에 집에 불을 지른 60대 노인이 경찰에 입건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사회가 점차 각박해지며 명절날의 풍경조차 급격히 메말라가는 것이다. 따스해야 할 설의 풍경마저 변해가는 이유를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듯하다. 중국고전 중 하나인 《묵자(墨子)》를 보면 “사회의 혼란은 모두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天下之亂物 皆起不相愛)”라는 구절이 있다. 서로 사랑하는 노력과 행동이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것도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특히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즉흥적인 이벤트보단 체계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해 지원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다. 이벤트는 순간이지만 삶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30여 년을 노인복지에 힘써온 사회복지법인 원각선원이 ISO9001/2000 인증을 획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국을 놀라게 한 ISO 인증 획득
원각선원은 1977년 9월에 설립하였으며 현재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에 자리한 울산양로원, 연화노인요양원, 연화노인전문요양원 등 7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복지에 관해선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장인 활인스님은 “처음에는 양로원으로 시작했는데 양로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주거복지시설, 의료복지시설(요양원), 노인복지센터까지 아우르는 종합노인복지시설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르신들이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어도 모두 상황에 맞게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고 요양원을 소개했다.
시설 규모가 커지면서 이에 맞추어 운영 역시 변화가 필요했다. 직원들이 7개 시설 현황을 다 파악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했고 7개 시설 전체를 순환보직으로 전환해 업무를 골고루 담당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업무 공백이나 각 부서 간의 업무혼선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었다. 활인스님은 이사장인 보연스님과 함께 운영 체계화를 위해 고민을 거듭했고 이는 ISO9001/2000(품질경영시스템) 인증 준비로 이어졌다. 활인스님은 운영 체계화의 필요성을 가계부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가계부가 있기에 알뜰하게 살림을 살 수 있듯이 복지서비스도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안정된 운영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원각선원의 ISO9001/2000 인증 획득은 사회복지법인으로서는 전국 최초이기에 인증기관인 한국품질보증원에서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이 처음에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인증을 받기 위한 준비 상태를 점검한 후에는 감명을 많이 받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나중에는 감사하다고 인사도 받았답니다.” 사회복지시설의 7~80%가 운영주체의 종교성향이 기독교 성향이고 수도권에 집중된 점을 생각하면, 광역시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울산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품질경영시스템에 관하여 세계적 표준이 되는 ISO9001/2000 인증을 획득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울산시민과 함께하는 원각선원
작년 10월부터 두 차례의 심사와 시정보완을 거쳐 지난 2월 1일, ISO 인증서가 정식으로 수여되었다. 수여식에는 박맹우 울산시장이 직접 참석해 사회복지법인으로서는 전국 최초로 ISO 9001 인증을 획득한 것을 축하했다. 울산시는 2008년 시정 주요사업으로 노후생활 안정 지원 등을 계획하고 있어 노인복지 분야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지역사회복지시설의 양적 증대뿐만 아니라 질적 개선 역시 중요하기에 원각선원의 ISO9001/2000 인증의 의미는 더욱 깊다고 하겠다.
원각선원의 이사장인 보연스님은 “몇몇 사람들은 복지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여 반발하기도 한다는데 우리 원각선원에선 민원이나 지역주민의 반발이 없습니다. 저희도 주민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원각선원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 공중목욕탕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자이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지난 1월부터 일주일에 3~4회씩 울주군 12개 읍면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목욕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
연화노인요양원 3층의 원예치료실은 작은 식물원처럼 작은 나무들과 난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직접 허브와 표고버섯을 여기에서 재배하는데 앵무새와 카나리아를 같이 기르고 있어 어르신들이 간편한 산책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목적 프로그램실은 자체적으로 음향, 조명 설비가 되어 있어 공연을 하거나 볼 수 있고, 프로젝트 시설도 갖춰져 있어 영화감상도 가능하다.
연화노인전문요양원에는 물리치료실이 있어 의사들이 직접 요양원으로 찾아와 노인환자들을 진료하고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들이 상주해 환자들의 치료를 돕고 있다. 냉난방시설을 지열에너지를 이용하도록 갖추어 놓아 에너지 절약과 함께 어르신들의 건강에도 바람직하게 설비되어 있다. 연화노인전문요양원은 2006년에 개원하였는데 건물 설계를 40여 번의 크고 작은 수정을 거쳐 완공했다고 한다. 노인환자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깃들어 있는데 각 생활실의 문 안과 밖에 전원스위치를 설치해 어르신들이 종종 실내등을 켜놓고 주무셔도 방해하지 않고 점등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부부가 떨어져 살지 않도록 화장실과 간단한 식사를 만들 수 있는 싱크대까지 겸비한 2인실도 준비되어 있다.
치매환자들을 배려해 실내에서 화장실 문을 열지 않고도 화장실 바닥이 보이게 한 것은 미국에 해외연수를 가서 보고 그대로 실행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2006년부터 원각선원의 전 직원이 정기적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와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요양원의 효율적인 운영에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화합과 사랑으로 감동을 꽃피워내다
활인스님은 노인복지에 관해서는 항상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자부한다. 1977년 개원할 때부터 이사장인 보연스님과 함께 원장으로서 요양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그 자신도 1급 사회복지사이다. 원각선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거의 다 사회복지사라고 한다. “작년에는 일본으로 해외연수를 갔는데 직원들이 ‘우리가 더 낫다’라고 하더군요.”
보연스님은 무엇보다 화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양원의 원훈도 ‘베풀고 도와주고 화합하자’이다. 보연스님은 사회복지사들이 어르신들 수발을 도와주는 것을 보면서 “관세음보살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분들이 관세음보살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견하고 고마워 가족처럼 생각하며 지낸다고 한다.
감동적인 드라마나 영화는 간혹 자신의 삶도 저런 감동적인 내용으로 그릴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삶이 드라마나 영화처럼 꾸민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런 생각을 지워낸다. 막상 굳게 마음을 먹고 가까운 사회복지단체에 참여해 단기 자원봉사를 하는 것도 여러 가지 현실상의 이유로 계획을 접거나 쉽게 잊기가 십상이다. 진실한 마음과 체계적인 계획이 맞아떨어져야 일상의 삶에서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오는 7월부터 시행이 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우후죽순처럼 노인복지시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복지서비스의 질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벌써 적잖은 후유증을 낳고 있다. 그러나 세태가 어떻게 바뀌든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어 언젠가 감동의 드라마를 직접 나의 삶으로 쓸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주소: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구미리 549-2번지
홈페이지: www.yangrowon.or.kr
TEL.(052)297-1930,26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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