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공교육화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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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공교육화의 현주소
  • 글_신혜영
  • 승인 2008.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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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공교육화 실현, 여전히 ‘첩첩산중
지난 2004년 1월 우여곡절 끝에 개정된 유아교육법의 골격은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다. 개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국?공립과 사립유치원 구별 없이 유아교육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토록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 교육청은 ‘공립 유치원 중.장기 설립 기본방침’(2006년 말)에 따라 아동 수 감소를 이유로 공립 신설을 억제하고 학급 증설은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만 한정하고 사립유치원에 대한 예산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유아교육법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선진국은 3세 이상의 유아를 위해서는 공교육 체제 안에서 교육과 보호서비스를 통합하여 제공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아교육은 국가가 설립, 운영하는 공립유치원의 혜택을 받는 유아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사립 유치원은 국가의 지원이 전무 한 상태다.

정식 유치원시설 부족, 유아교육 공교육화 무색
해마다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위한 유아교육비 지원정책 및 유치원시설에 대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교육부 인가 및 교육청 관리를 받는 정식 유치원 시설이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취원 대상자에 비해 공립 유치원이 턱없이 부족해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라는 정부의 구호가 무색하다.
우리나라 전국 유치원 현황을 살펴보면 2007년 4월 기준으로 전체 8,294개로 국립이 3개, 공립이 4,445개, 사립이 3,846개로 집계됐다. 현재 유치원 교육의 78%(원생 기준)를 점하는 사립은 꾸준한 감소세에 있으며 공립은 대부분이 농.어촌에 치중돼 있어 대도시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의 경우 초등학교 병설과 독립운영인 단설을 합해 공립이 132개뿐이다. 게다가 80%는 학급 수 2~3개에 40~90명 정도만을 수용하고 있다. 반면 반일반은 원비가 월 3만 3,000원, 맞벌이 부모를 위한 종일반은 최대 15만 원 안팎으로 사립(최소 20만 원대)에 비해 저렴해 공립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시설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은 공립 증설에 대한 억제 방침을 세워왔다. 이에 지난 200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공립 증설 억제 방침에 대한 지적을 받은 서울시교육청은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만 허가한다’는 부분을 삭제한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실제론 적용되고 있지 않고 있다. 공립 증설로 인한 사립 유치원 폐원 방지와 예산부족 이유에서다.
서울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담당자는 “교육청은 공립을 늘리면 주변 사립 몇 곳이 문을 닫게 되는데 사립 유치원 역시 유아교육법에 의한 공교육 시설이기 때문에 폐원을 방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공립 유치원의 절대적 수가 늘어야 한다는 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치원 보육시설, 사설학원 등에 흩어져 있는 유아들을 제대로 교육시키려면 관련 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와 여성가족부 등이 통합되고 교육 예산도 우선 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연합체인 한국총유치원연합 서울지회 김순녀 회장은 “교육청이 원칙대로만 한다면 공립 증설에 사립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아교육대표자연대 의장인 공주대 이일주 교수는 “수요자 입장에선 저렴하면서도 교육의 질이 높은 공립을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며 “가능한 곳부터 공립을 적극 늘리는 한편, 사립의 경우 적절한 지원책을 통해 법인화를 유도, 장기적으로는 유치원 전체를 공립에 준하도록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홍용희 교수는 “사립은 경쟁 구조상 학부모들이 영어, 미술 등 특기 교육을 요구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유아기에 필요한 전인 교육을 위해선 국?공립 유치원이 중심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균등한 교육환경 조성과 학부모 부담금 차이 해소해야
최근 몇 년간 유아교육을 둘러싼 환경은 사회.경제활동 인구의 증가와 높은 교육열로 인한 유아교육에 대한 기대 등으로 유아교육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아교육 공교육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치가 높아진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기본적인 유치원 확충 및 행정적?재정적 지원 등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어서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치원 교육환경은 사립이 공립보다 열악한 실정이다. 교육위원회 이경숙 의원이 공개한 전국유치원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교사 1명당 원아 수가 공립의 경우 15.7명, 사립 17.4명으로 나타났다. 시설 면에서는 컴퓨터 1대당 공립 16명, 사립 26명으로 남아용 소변기와 유아용 좌변기 1개당 사용인원은 공립은 각각 6명과 12명, 사립의 경우 각각 12명, 24명으로 조사됐다. 또 2007년 유아교육의 교육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재교구비와 기본운영비 지원액은 사립 261만 원과 공립 1,539만 원으로 6.8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07년 공사립 유치원간 시설비 지원액은 사립 108만 원과 공립 283만 원으로 2.6배의 격차를 보였다.
유아교육법이 개정된 지 4년이 지난 지금, 유아의 78%가 다니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이 공립유치원에 비하여 현저히 떨어져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2007년 시도교육청별 유치원 당 시설비 예산 현황’은 차별받는 사립유치원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공ㆍ사립 시설비 지원 차이가 2.5배였다. 부산시 공립의 경우 유치원당 1,159만 8,000원이 지원됐으나, 사립은 52만 7,000원만 지급돼 시설비 지원 차이가 무려 22배나 났다. 이 외에도 대구, 인천, 광주, 울산, 충북, 전남, 경북, 지역 등의 사립유치원에는 시설비가 전혀 지원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통합민주신당의 이경숙 의원은 “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년에 약 8,000억 원의 추가교육 예산이 확보돼 시도교육감은 열악한 유아교육에 대한 예산 편성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유아교육 공급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사립시설에 대한 지원이 거의 전무한데 비해 선진국의 경우 사립시설도 공립시설과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학부모 부담금은 사립유치원이 175만 2,000원으로 공립유치원 22만 4,000원보다 7.8배나 더 많아 유아교육비에 대한 국민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유아교육은 무상교육화 되는 추세다. 학부모의 부담보다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적 비용 부담이 유아교육의 주요 재원이 되고 있으며 무상교육 대상 연령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이경숙 의원은 지난해 10월 교육부 국정감사 때 이 같은 문제점을 제시하며 “유치원 공교육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교원인건비 등 균등한 교육환경 조성과 공·사립 간 학부모 부담금 차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총은 지난해 10월 교육부가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사항에 대해 “유아교육 공교육화의 제도적 정착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들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며 “내용 자체가 막대한 예산 소요와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함에도 중요한 사항마다 지방정부의 과제로 넘겨버린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유치원 공교육화는 국가적 차원에서 수행되어야 할 사안임으로 중앙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국가의 재정지원이 극히 미진한 상태에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과 사립 시설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유아교육수준은 29개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아학교 설립 및 유아교육행정의 일원화 필요
오는 2011년까지 유아교육 공교육화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산재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아교육 행정체계는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청 관할의 3~5세아 교육 위주 반일제 유치원과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관할의 0~5세아 보육 위주 종일제 보육시설로 이원화되어 있다. OECD국가들의 유아교육에 대한 행정체제는 3세를 기점으로 3세 이상은 교육부가 그 미만은 보건복지부가 맡고 있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초등학교 취학 전 영유아교육을 모두 교육부가 맡는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스웨덴은 1996년 취학 전 영유아교육과 보호 업무를 교육부로 전면 이관했으며 영국은 1999년 8워부터 모든 유아교육과 보호기관을 교육부 산하의 교육표준청이 관리하게 되었다. 행정체제에 대한 OECD의 관점은 두 개의 부처가 중복적으로 또 평행적으로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체제가 가장 비효율적이며 한 개의 부처가 영유아교육을 총괄하는 것이 교육적.행정적.재정적으로 가장 효율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문미옥 서울여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아교육을 유치원과 어린이집 두 기관이 나눠 담당하고 있고 이들을 관장하는 정부부처 역시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로 양분돼 있다”며 “유아교육을 공교육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최소 만 3~5세 유아교육을 기간학제로 확립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0~5세 유아 전 연령을 교육부로 일원화해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3세 이상 초등학교 취학 전 유아에 대한 교육을 유아학교 체제로 구축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서 이원적으로 양성하고 있는 유아교육 및 보육 관련 교사 양성 및 연수체제를 일원적으로 관리하는 방안 또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아학비 지원 세부 확정, 월 최대 18만 5,000원 지원
한편, 우리 정부도 유치원 학비지원을 확대, 지난 1월 16일 ‘2008학년도 유아학비 지원’ 세부계획을 확정?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유아하비 지원은 전년의 지원금액인 3,426억 원 보다 16.8%가 늘어난 4,000억 원이며 지원인원도 24만 4,000명에서 9,000명이 늘어난 25만 3,000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만 5세 아동 무상교육비로 12만 9,000명에게 총 2,306억 원을 지원하며 만 3,4세 아동 차등교육비로 11만 명에게 총 1,546억 원을 지원한다. 또 두 자녀 이상이 유치원에 다닐 경우 둘째 아 이상 자녀 1만 4,000명에게 총 148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지원 대상 범위가 확대되어 만 5세 무상교육비와 두 자녀 이상 교육비 지원의 경우 지난해 도시가구 근로자 월평균소득 369만 원 이하의 가구(4인 가구 기준)까지 지원됐으나 올해부터 월평균소득인정액 398만 원 이하의 가구까지로 확대된다. 이에 해당되는 가구는 만 5세 아동을 기준으로 사립 월 16만 7,000원, 국?공립 월 5만 5,000원의 무상 교육비를 균등 지원한다. 만 3~4세 아동의 경우에는 소득수준에 따라 차상위 계층까지는 지원 단가의 100%, 3층은 80%, 4층은 60%, 5층은 30%를 차등 지원한다. 1층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이며 2층은 소득인정액이 4인 가족 기준 151만 원인 차상위계층을, 3층은 도시근로자 가주 평균소득 50% 이하, 4층은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 70% 이하, 5층은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 100% 이하다. 지원 대상 선정기준인 소득인정액은 가구원의 실제소득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소득인정액이란 가구의 실제 소득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한 금액으로 금융재산이나 7년 미만 된 2000㏄ 이상 승용차 등의 가치를 포함한다.
이로써 유치원에 다니는 만 3~5세 아동은 소득수준과 아동 연령에 따라 최고 월 18만 5,000원까지 유치원 학비를 지원받게 된다. 또 한 가구에서 유치원(보육시설 포함)을 동시에 둘 이상의 자녀가 다닐 경우 둘째 아동 이상에게 지원단가의 50%를 추가 지원한다. 단 여성가족부나 농림부에서 정부지원을 받아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의 경우에는 유아학비를 중복지원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유아학비는 올 3월부터 지원 되며 2009년 2월까지 분기별로 연 4회 지원된다. 학부모 신청은 지난 2월부터 시작했으며, 1기분(3·4·5월분) 유아학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오는 5월 31일까지 읍·면사무소 및 동 주민센터에 신청관련 제반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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